(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국가공무원 5급 공개채용에 합격했지만 연수 중 여자교육생을 몰래 촬영했다는 이유로 퇴학 당했던 행정고시 합격자가 "퇴학이 부당하다"며 낸 소송 2심에서도 승소했다.
서울고법 행정9부(부장판사 김시철 민정석 이경훈)는 10일 A씨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상대로 낸 퇴학처분 무효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승소 판결했다.
문제가 된 사진은 피해자 B씨의 신체일부가 노출된 사진과, 3초 뒤 B씨가 서 있는 장면이 찍힌 사진 2장이다.
A씨는 "두 사진 모두 촬영 당시 가까이 있던 분임원들을 찍고 나중에 공유하려고 찍은 것"이라며 "뒤쪽에 있던 다른 분임조 소속 B씨가 우연히 배경 일부로 찍힌 것"이라며 불법촬영을 할 의도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인재개발원은 가장 무거운 퇴학처분을 검토하고 있었고 공정성을 지키면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조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총 5일(주말 제외 3일) 동안 사진 2장을 확인하고 피해자와 A씨, 일부 목격자들의 진술서만 받고 A씨가 요청한 디지털 포렌식 등 추가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일사처리로 절차를 마무리 한 것은 A씨의 방어권 행사 기회를 실질적으로 제한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인재개발원이 사진촬영 순서를 조사 당시에는 실제 순서와 다르게 제시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촬영순서는 검찰이 불기소 처분의 근거 중 하나인 실질적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목격자 진술서에 작성일자 및 작성시점이 적혀있지 않고, 삭제·정정된 기재 부분에 정정인이 없는 등 통상적 진술서 형식을 갖추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A씨가 진술서 열람·복사를 요청했는데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 것도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절차적 위법성 뿐 아니라 A씨가 B씨의 신체부위를 촬영하고자 하는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분임원들 모두를 촬영하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B씨가 사진 중앙에 놓이는 구도가 된다"며 "이런 구도만으로 A씨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고, B씨가 확대되거나 신체부위가 부각됐다는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상체를 뒤로 젖혀 촬영하면서 촬영한다는 사실을 숨기지도 않았다"며 "이런 촬영 방식은 일반적 몰래카메라와 상당한 사이가 있고, 촬영음이 없는 애플리케이션을 A씨가 이용해 촬영을 했다는 점은 몰래 촬영하고자 하는 고의가 있었다는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첫번째 사진을 촬영 후 "어우"라는 탄식 소리를 냈다는 목격자 B씨의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더 가까이 있던 다른 목격자가 탄식 소리를 듣지 못 했을 뿐더러 A씨가 첫 번째 사진 촬영 후 "왜 화면이 뿌옇지"라고 말을 하고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가 두 번째 사진을 촬영을 한 것은 실제 첫 번째와 두 번째 촬영 간격이 3초에 불과하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부터 퇴학처분을 받은 뒤 서울행정법원에 부당하다며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이에 A씨는 인사혁신처장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을 상대로 퇴학처분이 부당하단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충북 진천 소재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연수를 받던 중 지난해 6월 여자교육생 B씨를 상대로 부적절한 촬영을 했다는 것이다.
이후 이를 알아챈 B씨는 문제제기를 했고 인재개발원은 교육생윤리위원회를 열어 문제가 된 남자교육생을 퇴학하기로 결정했다.
B씨는 A씨를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Δ1장의 사진 외 다른 음란사진 및 영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Δ첫번째 사진 촬영 후 3초 후 두 번째 사진이 촬영된 점을 들어 범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