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교정시설에서 유아를 양육하는 여성수용자에게 충분한 양의 기저귀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유아의 건강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28일 인권위에 따르면 한 교정시설에서 생활하는 수용자 A씨는 최근 자녀용 기저귀를 일주일에 35개만 지급한 교도관 B씨에게 기저귀를 추가로 더 지급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B씨가 폭언을 했고, 기저귀 대신 생리대를 지급받거나 추가로 필요한 기저귀를 자비로 구매하게 하는 등 부당한 처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교도관 B씨는 “유아를 양육하는 수용자가 기저귀를 요구하는 경우 필요한 만큼 지급하고 있는데, 이 사건은 출정 시 기저귀가 부족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사전에 신청하라고 교육했음에도 A씨가 출정 당일 갑자기 기저귀가 부족하다고 하여, 잔여분이 있던 일자형 기저귀를 지급한 데서 발생한 것”이라고 답변하였다.
그러나 인권위는 △의학적 기준을 참고할 때 A씨의 자녀에게 한 주 최소 70개의 기저귀가 필요함에도 35개만 지급된 점, △A씨가 자비로 기저귀를 구입한 기록이 있는 점 등을 비추어 볼 때, “B씨가 A씨에게 기저귀 등 육아용품을 충분히 제공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인권위는 또 “기저귀는 교정시설 내에서 허가를 받아 육아 중인 A씨에게 가장 필수적인 기본 용품”이라며 “영유아 신체의 청결 유지 및 건강한 발육을 위해 충분한 수량의 기저귀를 제공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B씨가 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되는 A씨와 A씨 자녀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봤다.
다만 인권위는 “‘형집행법’ 제53조 등에 여성수용자의 유아 양육에 관한 기본적인 처우의 원칙이 명시되어 있지만 그 세부 기준과 고려사항이 하위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교정시설의 장의 재량에 따라 해당 처우를 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며 “B씨에게 직접 책임을 묻기보다는 교정시설을 관할하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인 법무부 장관에게 여성 수용자의 교정시설 내 육아에 관한 처우를 관련 법령에 구체화하고, 기저귀 등 필수적인 육아용품 지급기준을 현실화할 것”을 권고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