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우리나라에서 100세 넘게 장수하고 있는 노인은 지난해 8월 말 기준 1만935명(남성 2230명, 여성 8705명)이다. 국내 초고령화 추세와 시대 흐름을 보면, 이제 100세 넘는 장수도 더 이상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로 흘려들어서는 안될 수준이다.
국내 '백세인' 연구에 앞장서 온 김종인 원광대 명예교수는 21일 뉴스1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5년 가까이 '백세인(100~108세)' 130명을 만난 경험과 그동안의 연구논문을 바탕으로 기대수명(82~83세) 이상 100세 넘게 생존하는 데 필요한 사회지표를 제시해줬다.
첫 번째로 평생에 걸친 '개인 위생관리'를 강조했다. 백세인들은 100세가 넘어 거동이 불편해진 뒤에도 요양보호사에게 전신 목욕 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이는 백세인이 되기 전부터 몸에 밴 청결 습관이 이어져, 장수에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김 교수는 "연구를 위해 만난 107세 노인은 평생 씻기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즐겨 입던 한복도 1주일에 2번 이상 갈아입었다. 100세 장수에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청결"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안전한 식수, 즉 먹을 만한 '물'이 필수 요소였다. 백세인 대다수는 수돗물이나 음료를 마시지 않고, 주로 생수를 마셨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노년기 이후에는 좋은 물을 마셔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세 번째로는 젊었을 때 남녀 차별을 경험하지 않고, 삶에서 성차별을 극복한 경험도 백세인의 공통점이었다. 김 교수는 백세인들이 가부장적인 분위기에서도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집안일을 분담하면서 살아온 특징을 확인했다.
특히 김 교수는 가족과 함께 인터넷을 활용해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습득하려는 노력이 백세인을 만드는 네 번째 요인이라면서, 노년기에도 인터넷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섯 번째는 백세인들이 80세 이후에도 수술치료를 받는 등 질환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점이 꼽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출생한 국내 남녀 신생아들의 기대수명은 83.5세다. 김 교수는 "백세인들을 만나보니 비슷한 또래 가운데 금전적인 문제로 수술을 포기한 노인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다만 치료를 받는 데는 경제력의 뒷받침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백세인들의 장수에는 Δ보건 의료비 비중 Δ휴대폰 가입 Δ노동의 부가가치 Δ도시화 Δ국민소득 Δ학력 Δ국가 신용도 등이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됐을 것으로, 김 교수는 진단했다.
김 교수는 "자녀들을 서울로 보내고 요양보호사 도움으로 생활하던 분이 계셨는데 그렇게 화투를 잘 치셨다. 그 때문에 암산력도 빠르고 동네 사람들에게 베풀기 좋아하셨다. 미뤄봤을 때 타인에게 베풀고, 본인 건강관리를 잘 한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요인이 종합적으로 발휘돼야 장수할 확률이 가장 높다. 특히 휴대폰 가입과 인터넷 사용 등 정보 활용 능력을 갖는 것, 거주지에서 의료기관이 얼마나 가까운지, 소득 중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 등이 결합된 게 주효해 보인다"고 부연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론 인간의 수명이 자연과학, 생리 과학적인 접근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100세를 넘어 생존하는데 필요할 사회생태학적 지표를 개발해 많은 이들의 활용을 유도할 수도 있다.
한편 김 교수는 2017년 한국연구재단 우수학자 지원 사업을 통해 100세가 될 생존확률, 기대수명, 건강기대수명, 잔여 건강기대수명, 불평등기대수명에 미치는 요인들을 전 세계 170여 국가 자료를 분석해 사회생태학적 요인 14개를 개발했다.
이 지표를 분석·확인하기 위해 한국의 백세인 중 의사소통이 가능한 130여명을 만났고, 이를 통해 발견한 것을 근거로 최근 영문서 '장수사회학: 생존확률의 사회생태학적 요인(The Sociology of Longevity: Socioecological Factors of Survival Probability)'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