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넘은 장수 노인 특징, 논문으로 보니 청결과 또...

입력 2022.06.21 16:29수정 2022.06.21 16:37
100세 넘은 장수 노인 특징, 논문으로 보니 청결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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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넘은 장수 노인 특징, 논문으로 보니 청결과 또...
원광대학교 김종인 명예교수(원광대 제공)2021.6.9/뉴스1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우리나라에서 100세 넘게 장수하고 있는 노인은 지난해 8월 말 기준 1만935명(남성 2230명, 여성 8705명)이다. 국내 초고령화 추세와 시대 흐름을 보면, 이제 100세 넘는 장수도 더 이상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로 흘려들어서는 안될 수준이다.

국내 '백세인' 연구에 앞장서 온 김종인 원광대 명예교수는 21일 뉴스1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5년 가까이 '백세인(100~108세)' 130명을 만난 경험과 그동안의 연구논문을 바탕으로 기대수명(82~83세) 이상 100세 넘게 생존하는 데 필요한 사회지표를 제시해줬다.

첫 번째로 평생에 걸친 '개인 위생관리'를 강조했다. 백세인들은 100세가 넘어 거동이 불편해진 뒤에도 요양보호사에게 전신 목욕 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이는 백세인이 되기 전부터 몸에 밴 청결 습관이 이어져, 장수에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김 교수는 "연구를 위해 만난 107세 노인은 평생 씻기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즐겨 입던 한복도 1주일에 2번 이상 갈아입었다. 100세 장수에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청결"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안전한 식수, 즉 먹을 만한 '물'이 필수 요소였다. 백세인 대다수는 수돗물이나 음료를 마시지 않고, 주로 생수를 마셨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노년기 이후에는 좋은 물을 마셔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세 번째로는 젊었을 때 남녀 차별을 경험하지 않고, 삶에서 성차별을 극복한 경험도 백세인의 공통점이었다. 김 교수는 백세인들이 가부장적인 분위기에서도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집안일을 분담하면서 살아온 특징을 확인했다.

특히 김 교수는 가족과 함께 인터넷을 활용해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습득하려는 노력이 백세인을 만드는 네 번째 요인이라면서, 노년기에도 인터넷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섯 번째는 백세인들이 80세 이후에도 수술치료를 받는 등 질환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점이 꼽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출생한 국내 남녀 신생아들의 기대수명은 83.5세다. 김 교수는 "백세인들을 만나보니 비슷한 또래 가운데 금전적인 문제로 수술을 포기한 노인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다만 치료를 받는 데는 경제력의 뒷받침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백세인들의 장수에는 Δ보건 의료비 비중 Δ휴대폰 가입 Δ노동의 부가가치 Δ도시화 Δ국민소득 Δ학력 Δ국가 신용도 등이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됐을 것으로, 김 교수는 진단했다.

김 교수는 "자녀들을 서울로 보내고 요양보호사 도움으로 생활하던 분이 계셨는데 그렇게 화투를 잘 치셨다. 그 때문에 암산력도 빠르고 동네 사람들에게 베풀기 좋아하셨다. 미뤄봤을 때 타인에게 베풀고, 본인 건강관리를 잘 한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요인이 종합적으로 발휘돼야 장수할 확률이 가장 높다. 특히 휴대폰 가입과 인터넷 사용 등 정보 활용 능력을 갖는 것, 거주지에서 의료기관이 얼마나 가까운지, 소득 중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 등이 결합된 게 주효해 보인다"고 부연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론 인간의 수명이 자연과학, 생리 과학적인 접근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100세를 넘어 생존하는데 필요할 사회생태학적 지표를 개발해 많은 이들의 활용을 유도할 수도 있다.
국가적 전략, 정책적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조언했다.

한편 김 교수는 2017년 한국연구재단 우수학자 지원 사업을 통해 100세가 될 생존확률, 기대수명, 건강기대수명, 잔여 건강기대수명, 불평등기대수명에 미치는 요인들을 전 세계 170여 국가 자료를 분석해 사회생태학적 요인 14개를 개발했다.

이 지표를 분석·확인하기 위해 한국의 백세인 중 의사소통이 가능한 130여명을 만났고, 이를 통해 발견한 것을 근거로 최근 영문서 '장수사회학: 생존확률의 사회생태학적 요인(The Sociology of Longevity: Socioecological Factors of Survival Probability)'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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