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며 사직서를 제출한 직원에게 휴식을 지시해놓고 돌연 사직 처리했을 경우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 호소한 직원, 사직서 촬영해 대표에 전송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김준영 부장판사)는 최근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사 소속 상품기획자(MD)로 일하던 B씨는 지난 2023년 3월13일 A사 대표 C씨에게 "팀장과 대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이에 C씨는 '빠른 시일 내 조치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다음 날 B씨는 서명하지 않은 사직서를 대표인 C씨에게 보내며 "참아보려 했지만 더 이상 사무실에 남아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인수인계 파일 남긴 뒤 사무실을 나가겠다"고 전했다. C씨가 회사에 상주해있지 않아 엑셀파일을 캡처해 해당 내용을 카카오톡으로 전달했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같은 날 오후 C씨는 B씨와 통화를 하며 "MD 개편을 할 참"이라며 "차근차근 풀어나갈 테니 조금 휴식을 취해라. 부장을 통해 연락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B씨는 15~16일에도 부장을 포함한 다른 직원과 업무와 관련한 연락을 주고받았으나 17일 돌연 부장으로부터 "근로가 어렵게 됐다"며 해고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B씨는 부당 해고를 당했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구제를 신청했다.
'부당해고' 재판까지 갔지만..."해고는 위법" 판결
A사 대표는 "사직서를 제출받아 수리한 것"이라며 합의에 따라 근로계약이 종료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지노위와 중앙노동위는 모두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A사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의 사표 제출은) 확정적 의사표시가 아니라 자신이 겪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사직을 하겠다는 의사표시"라며 "그 후 B씨는 대표이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해고 통보 과정에서 A사가 B씨에게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 A사는 항소하지 않았으며, 해당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