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취업 시장에서 국내 '1등 직장'인 삼성전자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연봉이나 근무 여건이 경쟁사에 미치지 못해 젊은 직원들의 이탈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연봉을 높이고 복지 지출도 늘리고 있지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중시하는 젊은 직원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신입사원 채용과 젊은 직원 이탈 방지와 관련한 고민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에는 DS(반도체) 부문 대졸 신입사원 연봉을 5150만원에서 5300만원으로 인상하기도 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지난 7월 신입 초봉을 5300만원으로 인상해 역전되자 인재를 놓치지 않도록 맞춘 것이다.
복지 카드도 꺼내들고 있다. 생활가전사업부는 한달에 한번 오후 5시 이전에 퇴근하는 '기프트 데이(GIFT Day)'를 도입했다. 개인시간을 더 가지라는 취지다. 임직원 대상으로 영어·중국어 등 어학 교육 지원도 늘렸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1~9월 삼성전자의 복리후생비는 전년 동기 대비 23% 늘었다.
과거에는 삼성전자가 취업 시장에서 최고 직장으로 인식됐지만, 이젠 더이상 1등이 아니라는 점에 대한 고민이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인식과 경쟁기업의 높아진 연봉 수준으로 인한 위상 변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 3월 SK하이닉스가 암(ARM)의 인수를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오히려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서 이를 응원하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며 "그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은 해외에 나가는 것 말고는 이직 대안이 없었는데, SK하이닉스가 잘된다면 국내에 훌륭한 이직처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근무 형태 개선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여러 직군 직원들의 근무 형태 조정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라인에서 교대·주말 근무를 꺼리는 저연차 직원의 이탈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이다.
불만이 있으면 숨기지 않고 직접 이야기하는 시대적 트렌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전자의 한 직원이 연봉 산정 방식 오류를 지적하는 글을 사내게시판에 올리자 한종희 부회장이 직접 댓글을 달아 진화에 나선 일도 있었다.
이는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6월 '사람인'이 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신규 입사 직원 중 1년 이내 조기 퇴사를 하는 비율은 평균 28%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은 1년을 못 버티고 나가는 셈이다.
결국 기업이 능력 있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선 모든 면을 개선해 욕구를 충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봉만 많이 주면 됐지만 최근 젊은 세대들은 연봉, 근무여건, 기업문화 등 가장 큰 가치를 두는 점이 다르고 모든 점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어떤 시스템이 지속가능한지 고민을 다양하게 해야 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