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여친에 매일 전화·문자, 법원 판결이... 반전

입력 2022.11.07 07:55수정 2022.11.07 17:12
헤어진 여친에 매일 전화·문자, 법원 판결이... 반전
ⓒ News1 DB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헤어진 연인에게 하루에 4시간, 10여차례 전화를 한 50대 남성이 스토킹 범죄 처벌을 면했다. 법원은 "집요하게 전화를 했더라도 상대방이 받지 않았다면 스토킹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9단독 정희영 판사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54·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3월 26일부터 6월 3일까지 전 연인 B씨에게 반복해서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 스토킹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주로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가 상대방에게 노출되지 않는 '발신 표시 제한' 기능을 이용해 전화를 걸었고 영상 통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하루에 4시간 동안 10차례 연속으로 전화를 건 적도 있었지만 B씨는 아예 받지 않았고 법원에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 4월 B씨 집에서 100m 이내에는 접근하지 말고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음향이나 부호 등 송신 행위'를 하지 말라는 잠정조치 결정을 A씨에게 내렸다.

하지만 이후에도 A씨는 커피 사진과 함께 '사랑차 끓이는 법'이라는 문구나 자신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B씨에게 보냈고 그의 직장 주차장에 찾아갔다가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전화를 계속 걸었는데도 상대방이 받지 않아 벨 소리만 울렸고 '부재중 전화'가 표시됐다면 스토킹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 판사는 "A씨가 전화를 걸었지만, B씨가 통화를 하지 않았다"며 "상대방 전화기에 울리는 벨 소리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송신된 음향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가 표시됐더라도 이는 휴대전화 자체 기능에서 나오는 표시에 불과하다"며 "A씨가 B씨에게 도달하게 한 부호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A씨가 B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직장에 찾아가 스토킹을 한 혐의와 과거에 B씨를 폭행한 혐의에 대해서도 기소 후 B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공소 기각 판단을 했다.

현재 스토킹 범죄는 폭행과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법무부와 정치권은 지난 9월 '서울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 스토킹법의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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