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뉴스1) 박영래 기자 = "집이 물에 잠긴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눅눅해. 하루종일 보일러를 켜놓고서 방을 말리고 있지만 예전 같지가 않아."
8일 오전 찾은 전남 나주시 다시면 가흥리. 이곳은 지난 8월 7∼8일 내린 집중호우로 영산강의 지류인 문평천 제방이 무너지면서 농경지를 포함해 마을 전체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최대 5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자 영산강으로 흘러나가야 할 문평천의 물이 역류하면서 버티지 못한 제방이 붕괴돼 인근은 온통 물바다가 됐다.
침수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마을 곳곳에서는 여전히 당시 피해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대피소 생활 한 달 만인 지난 6일 오후에야 자신의 집에 돌아온 이도례 할머니(83)는 "광주 사는 아들이 서둘러 도배를 새로 하고 장판을 깔았지만 집안은 축축하다"면서 "목재 기둥 같은 경우는 계속 썩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 할머니는 "정부와 봉사단체의 지원 등으로 텔레비전과 냉장고가 새것으로 왔지만 수십년 동안 내가 사용했던 가재도구는 제대로 남아 있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가흥리를 비롯해 인근 마을 주민 13명이 인근 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한 달 째 생활하다 지난 6일 귀가했지만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해 보였다.
마을 곳곳에서는 현재 집수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벽지와 장판을 들어내고 마르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3주 연속 들이닥친 태풍의 영향 때문에 공사는 하염없이 길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공사업체 관계자는 "두세집을 한꺼번에 공사하고 있지만 계속 내린 비 때문에 좀체 마르지를 않는다"며 "공사도 하염없이 길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마을의 가장 저지대에 자리하고 있어 가장 심각한 침수피해를 입은 가흥리 신흥마을 경로당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내부 집기는 모두 버렸고, 쓸만한 그릇 등은 바로 옆 정자에 한 달 째 쌓아놓은 상황이다.
연일 기름보일러를 가동해 경로당 내부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지만 벽지와 장판을 새로하기에는 여전히 상당한 시일이 필요해 보였다.
마을 앞 도로변에는 침수 때 콘크리트 기초까지 뽑혀 넘어진 교통표지판이 그대로 나뒹굴고 있다.
무너졌던 문평천 제방 200m의 복구작업이 마무리되고 마을 앞 침수 농경지도 일부는 복구됐지만 올해 수확은 절반에나 그칠 것으로 농민들은 전망했다.
경로당 정자에서 만난 가흥리 주민 조향순씨(86·여)는 "30마지기 농사를 짓는데 다 못먹게 됐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노상수 나주시 사회재난팀장은 "80%가량 침수피해가 복구된 것 같은데 주민들이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