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즈니와 길들여진 사이"…NCT 위시 '팝팝', '어린왕자' Z세대적 주석

입력 2025.04.14 08:01수정 2025.04.14 08:01
오늘 두 번째 미니앨범 발매
"시즈니와 길들여진 사이"…NCT 위시 '팝팝', '어린왕자' Z세대적 주석
[서울=뉴시스] NCT 위시.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4.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관계를 맺는다는 건 서로를 '길들이는 행위'다.

이건 프랑스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쓴 소설 '어린왕자'(1943)의 여우가 한 말이다. 그룹 '엔시티 위시(NCT WISH)'가 14일 오후 6시 발매하는 두 번째 미니앨범 '팝팝(poppop)'을 지배하는 정서이기도 하다.

작사가 이앵두(153/Joombas)가 노랫말을 붙인 여섯 번째 트랙 '만약 네가 4시에 온다면'은 제목부터 명확히 '어린왕자'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고백에 성공해 마침내 사귀기 시작한 두 주인공의 풋풋한 스토리를 담은 일종의 연작인 '팝팝'과 '멜트 인사이드 마이 포켓(Melt Inside My Pocket)'은 '어린왕자'의 Z세대적인 주석이다.

두 곡 모두 작사가 겸 작곡가 켄지가 노랫말을 붙였는데, 첫사랑의 풋풋함은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설렘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이태원에서 만난 NCT 멤버 시온, 유우시, 리쿠, 사쿠야, 료, 재희와 팬덤 '시즈니'의 사이를 은유한다.

재희는 "시즈니와 처음 만났을 때 어색하고 긴장도 많이 했었는데 이제 서로에게 편해졌다"면서 "시즈니 분들한테 저희 모습을 숨기지 않거든요. 저희를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는 측면에서 길들여졌다는 표현을 쓸 수 있지 않나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 투어하면서 함성 소리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그 함성 소리 듣는 게 기분이 진짜 좋거든요. 여기에 길들여져 있는 것 같은데, 나중에 소리 작아지면 아쉬울 거 같아요."(시온)
"시즈니와 길들여진 사이"…NCT 위시 '팝팝', '어린왕자' Z세대적 주석
[서울=뉴시스] NCT 위시.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4.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4~6일 마카오 브로드웨이 시어터에서 연 아시아 투어 '로그 인 마카오(LOG in MACAU)'는 그 함성 소리를 제대로 느낀 순간이다. 시온은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함성 소리가 훨씬 커서 (시즈니의 사랑을) 확 몸으로 느꼈다"고 벅차했다. "노래해줘서 고마워"라는 슬로건이 적힌 플래카드에도 감동을 받았다.

그런 시즈니에게 이번 앨범 수록곡 '1000'에 담긴 마음을 오롯이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종이학 1000마리를 접겠다는 마음을 녹였다. 사실 고백을 위해 종이학 1000마리를 접는 건 요즘 세대에겐 전설처럼 전해오는 얘기이긴 하다. 멤버들 역시 들어만 봤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1000마리의 학을 접고 그걸 소중하게 전해주는 마음이 귀엽고 설레요. 저희도 천 마리의 학을 접는 것 같은 정성으로 시즈니를 대하고 싶다"(재희)고 했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아시아 지역에서 25회 공연하는 NCT 위시는 향후 공연 목표 장소가 도쿄돔이었는데, 이젠 스타디움으로 변경될 정도로 무럭무럭 성장했다.

공식 데뷔 1년을 갓 넘긴 이들은 데뷔 초에 찾지 못하던 카메라 위치도 이제 여유 있게 파악하고 리더 시온이 짚어주는 디테일도 다른 멤버들이 빠르게 간파한다. 한국인 멤버 시온, 재희를 제외한 다른 네 일본인 멤버들의 한국어 실력도 부쩍 늘었다.

"시즈니와 길들여진 사이"…NCT 위시 '팝팝', '어린왕자' Z세대적 주석
[서울=뉴시스] NCT 위시.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4.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NCT 위시는 무엇보다 올해 창사 30주년을 맞은 'K팝 개척사' SM엔터테인먼트의 보이그룹 계보의 새 이정표로 주목 받고 있다. NCT 파생그룹의 마지막 팀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한 페이지를 매듭 짓는 끝이자 또 다른 출발이다.


"퍼포먼스적인 부분에서 NCT 형들은 확실히 멋있어요. 힙합적인 느낌이 많이 살아있죠. 저희도 그런 퍼포먼스적인 측면의 유산은 잘 이어 받고 싶어요. 네오함에 저희의 청량한 느낌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건 저희 몫이죠."(시온)

그럼에도 NCT 위시가 가장 NCT 위시다워지는 건 시즈니를 만날 때다.

연습생 시절의 이들은 여우를 만나기 전 어린 왕자와 같지 않았을까. 지금은 타자와 관계 맺는 법을 배워가며, '팝팝'의 노랫말처럼 사랑에 빠진 순간 세상이 애니메이션처럼 생동감 있게 그려진다는 걸 깨달아나가고 있다. 자신이 어느 별에 있는 꽃을 좋아하게 되면, 밤에 하늘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달콤해진다고 말한 성장한 어린왕자처럼.

"많은 분들이 저희를 이렇게 좋아해주신다는 게 처음엔 안 믿겼어요. 그 마음들이 계속 느껴져서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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