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박종홍 기자,정지형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서울의 주요 도심상권에도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명동은 물론 젊은이들로 늘 활기가 넘쳐나는 홍대 주변도 적막감만 텅 빈 도로를 채우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5766명까지 증가한 5일 오전, 서울 홍대 앞 거리를 찾았다. 평소 같으면 학교로 향하는 대학생들과 시민, 그리고 관광객들로 붐볐을 거리지만, 이날은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가게 직원들 외에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옷가게와 음식점이 밀집해 있는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는 오전에 문을 연 곳이 10곳도 되지 않았다. 그나마 매장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매일같이 버스킹이 열리던 공터에는 '모든 버스킹 공연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이날 만난 홍대 상인들은 입을 모아 매출이 평소에 비해 90% 이상 줄었다고 한탄했다.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기수씨(45)는 "퍼센트로 따지면 평소의 10% 수준"이라며 "주말에는 10%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원래 버스킹이라도 하면 사람들이 많이 북적거리는데 버스킹도 금지되면서 사람 자체가 없다"며 "그나마 초저녁에 사람들 몇명이 보이는 정도고 새벽까지 술 마시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인근에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허모씨(64·여)도 "이전에 100을 팔았다고 하면 지금은 10밖에 못팔고 있다"며 "임대료와 인건비 다 합치면 마이너스다. 주말이나 평일이나 똑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명동 다음으로 외국인이 많은 곳이 홍대인데 이젠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다"며 "그렇다고 해서 문을 닫을 수도 없다. 환절기라 겨울제품부터 봄제품까지 다 쌓여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휴대폰케이스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29)는 매출이 얼마나 타격이 있냐는 질문에 "전체 자릿수에서 0이 하나 빠졌다"며 허탈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서울 명동도 타격이 심했다. 특히 숙박업계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2월 중순부터 급격히 기울어졌다.
이날 돌아본 명동 인근의 호스텔과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업소 대부분은 객실 이용률이 10%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명동 인근에서 호스텔을 운영하고 있는 김해진씨(60)는 "작년 3월은 (이용률이) 78% 정도 됐다"며 "지금은 전체 20개실 중에 3개실만 이용 중이다. 3월이 이대로 간다면 15%에도 못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전에도 다른 지역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했다는 김씨는 사스와 메르스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월 20일부터 2월29일 사이에 투숙하고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도망치듯 나갔다"며 "신천지 확진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부터 가버렸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높은 임대료다. 김씨가 한 달에 내야 하는 임대료는 550만원이지만 현재 하루 매출은 6만원에 불과하다. 임대료를 제외하고도 드는 경비만 해도 300만원 수준이다. 지난달에도 임대료를 못 낸 김씨는 청소담당 직원을 지난 1일 내보내야 했다.
김씨는 "다른 나라에서 오는 하늘길도 막히고 있는데, 하늘길이 막혀버리면 명동에서 영업하는 사람들은 타격이 정말 크다"며 "정부에서 최대한 빨리 조치를 해서 이달 내로 코로나사태를 마무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인근에 30객실 정도로 운영되는 다른 호스텔을 찾았다. 관리자 오연수씨(30)는 "작년이랑 비교하면 현재 10분의 1 수준"이라며 "평소 95%이상 객실이 차 있지만, 지금은 10%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오씨는 숙박을 취소한 투숙객과 관련해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다. 꽉 차 있던 객실이 그냥 다 나갔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5월까지도 취소 요청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상황과 관련해 "근본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연에 방역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염병이 들어올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다. 숙박업계에서 정부를 고소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