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일 '아파트'는 외력보다 내력이 세다

입력 2025.03.25 05:41수정 2025.03.25 05:41
정규 25집 '2025 우리들의 이야기' 발매 11년 만의 정규음반
윤수일 '아파트'는 외력보다 내력이 세다
[서울=뉴시스] 윤수일. 2022.10.03. (사진= 피스트레인 사무국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 거야."

올해 데뷔 48주년을 맞이한 싱어송라이터 윤수일이 11년 만에 내놓은 정규 음반 '2025 우리들의 이야기'를 천천히 들으면서 드라마 '나의 아저씨' 속 구조기술사 '박동훈'의 명대사가 생각났다.

윤수일의 대표곡 '아파트'는 K팝 간판 걸그룹 '블랙핑크' 로제의 동명이곡 '아파트'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으면서, 다시 역주행하는 신드롬을 일으켰다.

두 곡은 완전히 다른 노래지만, 시대의 분위기를 잘 읽은 대중가요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윤수일 '아파트'는 국내에서 아파트 소재의 노래 중 유일한 대명사였다. 그런데 로제의 '아파트'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윤수일의 '아파트'를 재건축했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고, 윤수일은 자연스럽게 이 재건축의 조합장이 됐다.

하지만 로제 '아파트'라는 외력보다 윤수일 '아파트'라는 내력이 더 세다. 윤수일의 정규 25집인 '2025 우리들의 이야기'에 실린 타이틀곡 '꿈인지 생신지'를 비롯 '사랑의 세레나데', '살아있다는 것으로', '널 그리며' 등 그가 작사·작곡한 열 곡을 듣다보면, 왜 그가 변화가 심한 대중음악계에서 50년을 버텼는지를 알 수 있다.

윤수일은 1977년 데뷔 후 아날로그, 디지털의 음악적 변혁기를 겪으면서 밴드 음악을 바탕으로 정진해 왔다.

윤수일은 특히 자신의 밴드를 이끈 1980년대 당시 신시사이저 활용 등 상당히 앞서가는 음악을 했다. '아름다워'와 '아파트'를 비롯 자신이 부른 곡을 직접 작사·작곡한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싱까지 도맡았다.

1982년 발표한 정규 2집 타이틀곡 '아파트'는 국민 응원가로 통하고, 1984년 발표한 3집 타이틀곡인 '아름다워'는 MZ세대에서 '한국 시티팝 원조'로 통하며 디깅(digging)돼 재조명됐다. 한국적인 음악을 하되 기존 가요 역사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지향점이 그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본인의 시그니처인 록 트로트 장르에 클래식을 접목해 고급스러움을 더하는 등 전통과 변주의 이중주인 이번 음반 역시 마찬가지다. 다음은 윤수일과 전화로 나눈 일문일답.

윤수일 '아파트'는 외력보다 내력이 세다
[서울=뉴시스] 윤수일. 2022.10.03. (사진= 피스트레인 사무국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11년 만에 정규 앨범을 내셨습니다. 소회가 남다르실 거 같아요.

"음악 시장이라는 건,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죠. 그럼에도 새로운 음반을 낼 때는 설레죠. 제가 걸어온 발자취를 삶에 대한 이야기,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발표할 수 있다는 게 기쁩니다. 로제 양 덕분에, 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상황이라 감사하죠."

-목소리엔 여유와 관조가 느껴지는데, 음색 자체는 여전히 젊습니다.

"곡마다 저의 방식으로 어떻게 표현을 할까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공통적으로 이왕이면 건강한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어서 평소보다 타이트하게 운동을 했습니다."

-사운드도 너무 좋은데요,

"예전에 음악 만들 때는 외국 유명한 그룹을 모토로 삼아서 음악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사운드를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해외 사운드를 의식하면서 만들지 않았습니다. 우리 밴드 리더와 함께 나름의 '우리 소리'를 찾으려고 했어요. 이질감 없이 따뜻하고 우리 것에 가까운 포맷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서울 나그네'는 선생님의 목소리로 스케치하는 서울의 풍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파트'를 잇는 도시 연작 같은 느낌도 들어요.

"서울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해외로 나는 경우가 많아졌잖아요. 저도 그런 중에 한 사람이죠. 부산 해운대에 정착한지 10여년이 됐으니까요. 개인적으로 바다를 좋아해 부산에서 살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가요계에 바로 뛰어들었으니 제 청춘을 서울 여의도에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렇게 서울을 떠난 많은 사람들에 착안해서 만든 곡이에요. 뉴욕에 살면서 서울을 그리워하는 분들을 이해 못 했는데, 제가 해운대에 살다보니 한강과 남산이 그립더라고요. 앞서 발표한 '제2의 고향'도 서울을 표현한 곡이었어요. 오래 공연 활동을 하다 보면, 집에 못 가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이번 '서울 나그네'는 서울에 대해 발동한 동경심을 담은 곡입니다."
윤수일 '아파트'는 외력보다 내력이 세다
[서울=뉴시스] 윤수일. (사진 = 누리마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3.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싱어송라이터로서 면모를 다시 뽐내셨고, '라이프(Life)'(인생) '때때로'에선 여전한 기타 실력을 증명하셨습니다. 이런 점들은 선생님을 현재진행형의 뮤지션으로 만드는 거 같습니다. '아파트'의 재조명과 별개로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조명될 만하다는 거죠.

"로제 양 덕분에 조명 받을 때 음반 작업의 90%는 이미 끝냈고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작년 말에 음반을 올해 초에 낸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죠."

-"젊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 / 젊음은 돈으로도 살 수가 없네 / 한 순간이야 흘러가는 내 청춘"이라고 노래하시는 '살아 있다는 것으로'는 '청춘 송가'가 아닌 '청춘 찬가'로 들렸습니다.


"자기가 속한 분야, 조직, 직업에서 살아 있다고 느끼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뒤처지지 않고, 깨어 있는 것이 살아 있다는 거죠. 이 곡의 가사엔 '젊음의 소중함' '사랑에 대한 소중함'을 담았다고 할까요.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빨리 지나가는 게 청춘이죠."

-'더 나은 내일을 위해'는 이 시대의 또 다른 '응원가' 혹은 '희망가' 같아요.

"현재 고난 속에서 힘들어하는 분들도 많고 저 역시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만 앞으로 창대한 비전을 갖고 사는 게 인생이잖아요. 거기에 착안을 해서 만들었습니다. 후렴에 반복되는 부분은 공연장에서 함께 하는 불러도 나쁘지 않고, 라이브에서 많은 관객들과 소통 가능한 곡이죠."

-이번 앨범 활동 계획은요. 데뷔 50주년도 앞두셨는데요.

"5월부터 투어를 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앨범을 통해서 음악 팬들과 교류하는 소통의 문을 열어야죠. 무엇보다 보람을 남기는 활동을 하고 싶어요. 50주년은 물론 기념할 만한 중요한 일이지만, 미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당장 직면한 일들에 집중을 하고 싶어요. 그러면, 해온 일들이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여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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