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수술 받은 17세男, 갑자기 모국어 잊고 영어만 술술... 놀라운 실화

입력 2025.03.25 05:50수정 2025.03.25 10:21
무릎 수술 받은 17세男, 갑자기 모국어 잊고 영어만 술술... 놀라운 실화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한 소년이 무릎 수술을 받고 깨어난 후 모국어인 네덜란드어로 말하지 못하고, 영어로만 이야기하기 시작한 사례가 전해졌다.

24일 의학전문 매체 코메디닷컴에 따르면 최근 네덜란드의 17세 소년이 축구하다 부상을 입어 무릎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나 이 소년은 마취에서 깨어난 후 영어로만 이야기하면서 부모조차 알아보지 못했다. 소년은 학교에서 영어 수업 시간에만 영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의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소년은 정신 질환 증상이 전혀 없었고 가족력도 없었다.

환자가 영어로 말하는 걸 들은 간호사는 마취에서 회복하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혼란 상태인 응급 섬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난 후에도 소년이 네덜란드어를 하지 못하자 정신과 상담을 요청했다.

이 소년은 외국어 증후군(FLS) 진단을 받았다. 일정 기간 동안 모국어 대신 제2외국어를 갑자기 비자발적으로 사용하는 증상이다.

이 소년은 수술 후 18시간이 지나서 네덜란드어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말은 할 수 없었다. 수술 다음 날이 되서야 갑자기 네덜란드어를 이해하고 말할 수 있게 됐다.

모국어를 잊고 제2외국어만 말할 수 있는 '외국어 증후군(FLS) '


매체에 따르면 FLS는 의학 문헌에 9건의 사례만 설명돼 있다. 대부분 환자는 백인 남성이었는데, 이들은 수술 후 모국어를 하지 못하고 나중에 배운 제2외국어만 말할 수 있었다.

FLS의 발생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마취제가 인지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중추 신경계에서 마취제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발현 섬망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사례는 '의학 사례 보고 저널(Journal of Medical Case Reports)"에 'Lost in another language: a case report'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수술 후 갑자기 말투가 외국어처럼 변하는 ‘외국어 말투 증후군'


한편, 하루아침에 말투가 외국어처럼 변하는 ‘외국어 말투 증후군’(foreign accent syndrome)도 있다.

외국어로 말하는 것처럼 말투가 부자연스러워지는 희귀 언어 장애다. 외국어 말투 증후군이 나타나면 주변 사람들에게는 마치 외국어로 말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이 질환은 단순히 외국어로 말한다기보다는 발음 과정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외국어 말투 증후군은 뇌의 전두엽(기억력과 사고력을 담당하는 부위)에 손상이 생겼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전두엽이 원인일 경우 환자들은 단어의 원래 발음을 기억해서 소리 내지 못한다. 그리고 근육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져 의도와 달리 틀린 발음을 보일 때도 있다. 이외에도 극심한 편두통 등에 의해 뇌 활동이 안정적이지 않으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외국어 말투 증후군은 1907년 프랑스 신경학자 피에르 마리 처음 보고하면서 알려졌다. 이 질환은 매우 희귀해서 첫 보고 이후 현재까지 100건 정도만 보고됐다.

최근에는 2024년 런던에 사는 알시아 브라이든(58)이 뇌졸중을 겪은 후 이탈리아 억양을 하기 시작했다. 2023년 영국에서 사는 30대 여성 조이 콜스도 하루아침에 웨일스 억양을 구사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외국어 말투 증후군을 치료하려면 원인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뇌에 이상이 있다면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고, 손상이 없다면 언어 치료 등을 받는다. 언어 치료는 환자의 발음 과정을 파악해 고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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