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에 또 튀어오른 맨홀 뚜껑...지자체 "예산 때문에"

입력 2024.07.22 07:00수정 2024.07.22 08:27
집중 호우에 맨홀 뚜껑 잇따라 열려
최근 1년 6개월간 방지 장치 12% 설치
전체 설치 비용은 650억원…예산 문제

장마에 또 튀어오른 맨홀 뚜껑...지자체 "예산 때문에"
임이자 국민의힘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장이 지난달 14일 관악구 도림천 인근 상습침수구역 주택가를 찾아 맨홀 추락방지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국민의힘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회는 이날 이 지역을 찾아 여름철 도시하천 홍수 대비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최근 집중 호우가 지속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맨홀 뚜껑이 열렸다는 신고가 반복되고 있다. 열린 맨홀 뚜껑으로 인해 사망 사고로 일어난 만큼 추락방지시설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지자체를 예산을 근거로 설치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맨홀 추락방지시설 12% 불과
지난 17일 서울 강동구의 중앙 보훈병원 사거리, 경기 고양시, 이천시 등에서 비 역류로 맨홀 뚜껑이 열렸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호우가 내릴 때마다 맨홀 뚜껑이 열리면서 안전 사고가 벌어져 문제가 돼 왔다. 지난 2022년 8월에는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맨홀에 남매가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환경부는 두달 뒤인 2022년 12월 '하수도 설계기준'에 맨홀 내 추락방지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지만 여전히 추락방지시설 설치 상태는 미흡한 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에는 343만여개의 맨홀이 있다. 지난해까지 전국 지자체는 추락방지시설을 18만2000여개 설치했고, 올해 6월말 기준 22만6000개를 설치했다. 지난해부터 전체 맨홀 가운데 12.0%에 추락방지시설이 설치된 셈이다.

지자체별로는 서울이 설치율 8.07%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경기(3.28%)·인천(1.06%)·대구(0.76%) 등은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집중강우 중점관리구역 내 맨홀 추락방지시설 설치율은 이보다 높았으나 여전히 절반 이상 추락방지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 경우 집중강우 중점관리구역 내에 추락방지시설이 45.3% 설치됐다. 한편 인천, 전북은 집중강우 중점관리 구역 내에 각각 맨홀 216개, 1만5344개가 있으나 한 곳도 추락방지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다.

환경부 "상습침수구역 우선 설치"
지자체 관계자와 전문가는 예산 문제로 맨홀 추락방지시설 설치가 늦어진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전체 맨홀은 343만개에 달해 단기간에 전부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지자체와 협력하여 저지대, 상습침수구역 등에 우선적으로 맨홀 안전설비가 설치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추락방지시설은 개당 120만원 정도"라며 "전체 맨홀에 설치하는 데는 650억여원 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급한 곳에는 이미 설치가 거의 완료됐다"면서도 "여건상 다른 시급한 것도 많은데 맨홀 뚜껑에 예산이 배정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예산 편성도 다 끝난 장마철에 설치를 하려면 늦다"며 "미리 다음 예산에 반영하고 부족하면 추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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