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기 "'상하이 조'로 성적인 합성, 기분 안좋아…지양해줬으면" ③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극본 이정우/연출 전우성, 김한솔, 서용수) 속 고려는 거란이라는 막강한 적에 대항해 싸우고 있다. 거란의 황제 아율융서(김혁 분)가 끊임없이 고려를 점령하겠다는 야망을 불태우고 있는 상황 속, 고려 내부에서도 분열이 존재했다. 그리고 극 중반부까지 이 분열의 중심에는 동북면 도순검사 탁사정(조상기 분)이 위치하고 있었다.

탁사정은 극 중 거란의 2차 침공 당시 서경성 전투에서 전세가 불리하게 흘러가자 함께 성을 지키던 대도수(이재구 분)에게 야율융서를 양동으로 치자고 제안하고는 자신의 살 길을 위해 도망치는 인물이다. 덕분에 대도수는 거란군에 잡혀 목숨을 잃게 됐다. 이런 가운데, 현종(김동준 분)이 거란의 2차 침공을 막아내고 나서 전란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용서하자 탁사정의 얄미운 행동이 부각됐다. 바로 반성은 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자기의 자리를 더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 현종을 끊임없이 압박한 것. 그렇게 탁사정은 유배를 가면서 20회부터 극에서 하차했다.

탁사정을 그려낸 배우 조상기는 인물의 얄미움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연기로 많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여왔던 공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뉴스1은 최근 '고려거란전쟁'의 출연을 마친 조상기를 직접 만나 탁사정과 '고려거란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탁사정을 통해 또다시 인생 캐릭터를 만나게 된 조상기가 풀어놓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들어봤다.

<【N인터뷰】②에 이어>

-여전히 과거 '야인시대' 밈들이 유행을 하면서 상하이 조라는 캐릭터로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조금은 그 밈이 너무 강해지다 보니 좀 끊어내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 않나.

▶상하이 조라는 역할을 할 때는 인터넷이라는 게 크게 뭐 파급력이 없었던 시기였다. 근데 이게 종영 후에 10년이 지나서 갑자기 '고자라니' 밈이 떠오른 거다. 제가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도 얘기했었는데 정말 어떻게 보면 어디다 고소해버려서 다 내려버리고 싶었다. 근데 너무 많더라. 이게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게 웃음 코드로 간 것도 있지만 정치적 의도로 만들거나 성적인 걸로 비하해버리는 것도 많다. 정말 저급한 것들도 너무 많다. 이런 영상을 내 아들이 커서 나중에 보게 되면, 저도 기분이 안 좋은데 자식된 입장에서는 얼마나 기분이 안 좋겠나. 진짜 성적인 걸로 합성을 해서 만들면 기분이 나쁘다. 지금에서라도 그런 성적인 부분들은 다소 지양해주시거나 삭제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근데 이번 작품에서 확실히 상하이 조라는 이름보다는 탁사정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리게 됐는데.

▶정말이다. 제가 '고려거란전쟁'에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상하이 조 빤스런' '상하이 조 도망' '트롤짓하는 상하이 조'라고 댓글이 달렸는데 어느 순간부터 상하이 조라고 하기 보다는 탁사정이라는 배역 이름으로 불러주시는 댓글들이 많더라.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상하이 조 같은 역할이 들어오더라도, 또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만한 욕받이 역할이 오더라도 배우이기 때문에 감사히 할 겁니다'라고 했는데 어떻게 보면 그런 역할이 지금 저한테 이렇게 찾아와준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운명적으로 만난 캐릭터가 탁사정이지 않나.

▶작년에 '고려거란전쟁' 첫 리딩 때부터 어머니가 갑자기 위급해지셨다. 그후에 얼마 안 가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1년 반 정도 편찮으셨다가 돌아가셨는데 어머니가 이제 드라마 마음 편히 찍으라고 그렇게 가셨나 싶기도 하고, 얼마 전에 가족들이 모여서 어머니께 제사도 올리고 하는데 가족들이 "상기야 너 이번 역할 참 좋았던 것 같아"라고 해주기도 하더라. 가족들도 다 좋게 얘기해 주니깐 되게 기분이 좋더라. 정말 이걸 필두로 또 다른 작품 준비해서 좋은 모습으로 이렇게 또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는 정말 배우에게는 이만큼 더 좋은 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상하이 조를 연상시키는 대사들이 등장해서 그걸 또 엮는 누리꾼들도 많았는데.

▶저도 참 신기한 게 '야인시대'에서 '뭘 그렇게 보시오? 나 상하이요'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이정우 작가님이 그걸 의식한 건지, 탁사정 대사 중에 "뭘 그렇게 쳐다보시오"라고 하는 게 있었다. 이게 너무 현대적인 느낌이더라. 리허설 때도 그 대사를 하니깐 다들 빵 터지더라. 이상하게 근데 또 그게 예전 대사가 겹쳐지니깐 작가님이 염두에 두고 글을 쓰신 건가 싶기도 했다. 그러니깐 '자꾸 누군가가 겹쳐보이는 탁사정'이라는 영상도 있더라.(웃음) 근데 저도 몰랐는데 술 마시는 장면에서 '야인시대' 속 술잔을 잡은 손모양과 탁사정이 술잔을 잡는 게 똑같더라. 근데 또 저말고 '야율 벡터'라고 해서 만든 것도 있더라. (야율융서 역할의) 김혁형이 과거에 '벡터맨' 했던 걸 합성해서 만드시는 분들도 있었다.(웃음) 그것도 엄청난 재능이다.

-그렇다면 배우 조상기를 시청자들이 어떻게 봐줬으면 하나.

▶'고려거란전쟁'을 통해서 조상기라는 배우가 아직도 건재하고 이렇게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배우라는 걸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게 빌런이어서 손가락질을 받건 간에, 좋은 역할로 시청자분들 입에 오르내릴 수 있는 배역이든, 저는 연기를 하는 게 직업인 배우다. 앞으로도 저는 열심히 준비해서 지금과 똑같이 열심히 연기를 해나갈 거다. 그러니깐 앞으로 좋은 작품을 만나서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또 즐겁게 지켜봐 주셨으면 감사하겠다.(웃음)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