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에게 가래침을..." D.P 출신 이야기 들어보니

입력 2021.09.11 08:13수정 2021.09.11 13:35
드라마 DP의 화제성
"후임에게 가래침을..." D.P 출신 이야기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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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정혜민 기자 = 군대 내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이하 디피)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군무이탈체포조'(DP) 등 군사경찰(옛 헌병) 출신들도 디피를 보고 다양한 평가를 했다.

디피는 2015년 발표된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로, 작중 배경인 2014년 다양한 이유로 탈영한 군인들을 그린다. DP로 복무한 작가의 경험과 실제 수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란 점에서 '사실적'이란 평가가 주를 이룬다.

작품의 축을 이루는 보직인 DP는 헌병 중에서 탈영병을 잡는 임무를 담당한다. 육군부대 내에서 100여명의 병사가 복무 중이며, 머리를 기르거나 사복을 입고 군대 밖을 돌아다닐 수 있고 2인 1조로 운영된다.

병사가 누릴 수 없는 환경이 제공되기 때문에 일반 헌병 출신들은 DP가 선호되는 보직 중 하나였다고 말한다. 2000년대 후반 군 복무한 김진호씨(가명·34)는 "머리 기르고 민간인처럼 밖에 나가서 돌아다닐 수 있으니까 선호된 것 같다"고 말했다.

2010년대 초반 군 복무한 배성훈씨(가명·32)는 "일반 병사가 누리지 못하는 특권, 예를 들면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거나 사복을 입고, 머리를 기를 수 있는 점 때문에 하고 싶어 하는 사병들이 꽤 있었다"고 들려주었다.

2000년대 초반 군 복무한 DP 출신 진호인씨(가명·30대)도 "부대마다 다르겠지만, 사복 입고, 휴대전화 쓰고, 훈련도 안 받고, 낮에는 밖에서 놀면서 '꿀 빠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기억했다.

누가 DP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 배씨는 "우리 부대는 주로 주요인사 경호임무를 맡는 특임대에서 뽑았다"라며 "유단자들인데, 신체 능력이 남들보다 좋으니 탈영병을 제압하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씨는 "DP가 된 맞후임에게 들었는데, 활동비가 따로 나오긴 하지만 활동 중 돈 쓸 일이 많아서 공부 좀 하거나 돈 좀 있는 애들이 뽑히거나, 헌병 수사관 마음에 드는 애들이 뽑힌다더라"라고 말했다.

디피에서는 군대에서 발생한 수많은 부조리가 묘사된다. 군인들은 병사 업무와 관계없는 기수표 암기를 강요하거나 폭력을 동원한다. 코 고는 후임병에게 방독면 씌운 뒤 물 고문을 하거나, 가래침을 먹이고, 속옷을 벗겨 체모를 태우거나 자위행위까지 강요한다.

다만 실제 탈영병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를 잡은 사례도 많다고는 할 수 없다고 했다. 배씨는 "탈영병이 많지는 않고, 대부분 휴가 미복귀인 경우가 많다"라며 "그건 형사처분이 아니라 징계대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DP들은 탈영병을 잡기도 하지만 장기 군탈자라고 해서 수십 년 간 안 잡힌 사람들을 추적하러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그래도 탈영병을 잡았을 때가 있었는데, 부대가 축제 분위기였고 DP도 포상휴가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실제 군무이탈 사례는 줄어드는 추세다.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통계연보에 따르면 육·해·공군과 해병대(장교, 준·부사관, 병 전체)의 군무이탈 입건은 2014년 472건에서 2019년 115건으로 계속 감소해왔다.

DP 등 헌병 출신들은 군대 내 가혹행위 등 부조리 발생이 부대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 부대는 그 정도로 가혹행위가 심하진 않았다"면서 "부대마다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DP 출신인 김 작가와 개그맨 윤형빈은 작품의 사실성을 강조했다. 헌병으로 복무하면서 탈영병 52명을 검거한 윤형빈은 고증이 잘 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원작과 드라마의 작가인 김보통 작가는 "군생활 내내 극단적인 가혹행위를 당해 도망친 사람들을 쫓거나, 가혹행위를 해 영창에 온 사람들을 지켜보거나, 수사과에서 매일 올라오는 극단적 사고사례를 보며 지냈다"라며 "누군가는 그런 극단적 상황이 일상이었고 그 상황이 더이상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극단적 사례를 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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