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봉투에 현금 1억원이... 감리업체들이 한 짓

입력 2024.07.30 14:22수정 2024.07.30 17:38
쓰레기봉투에 현금 1억원이... 감리업체들이 한 짓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감리업체 선정 비리' 사건과 관련해 심사위원 사무실과 주거지에서 발견된 현금 뭉치(서울중앙지검 제공).


쓰레기봉투에 현금 1억원이... 감리업체들이 한 짓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감리업체 선정 비리' 사건과 관련해 심사위원 사무실과 주거지에서 발견된 현금 뭉치(서울중앙지검 제공).


쓰레기봉투에 현금 1억원이... 감리업체들이 한 짓
감리업체 사무실 금고에서 발견된 각종 상품권(서울중앙지검 제공)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와 병원, 경찰서 등 공공건물의 감리 입찰에서 담합하고 낙찰 예정 업체가 용역을 수주받을 수 있도록 심사위원들에게 거액 금품을 제공한 일당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심사 과정에서 청탁 업체에 최고점을 주면 3000만 원, 경쟁 업체에 최하점을 주면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교수연구실 쓰레기봉투에 현금 1억4000만원을 넣어두거나 화장품 상자에 1억원을 넣어 집에 보관한 심사위원도 있었다.

2022년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와 지난해 4월 인천 검단 자이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모두 수사 대상 감리 업체들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LH 감리 입찰 담합 36명, 금품수수 38명 재판 넘겨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김용식)는 30일 LH 아파트 감리 담합 비리 사건과 관련해 총 68명을 기소하고 뇌물액 6억 5000만 원 상당을 추징 보전 조치했다고 밝혔다.

법인 17개 사, 개인 19명이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심사위원 18명과 감리업체 대표 등 20명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입찰 담합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낙찰자를 미리 정해두고 들러리를 서주는 방식으로 계약 금액 약 6000억 원 상당의 LH와 조달청 용역을 부당 입찰한 혐의를 받는다. LH가 발주한 용역만 총 79건, 계약 금액만 약 5000억 원에 달한다. 조달청 발주 용역은 15건, 계약 금액은 740억 원이다.

LH 감리업체 선정에서 좋은 점수를 주는 대가로 8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대학교수 김 모 씨를 비롯해 공사 직원과 시청공무원 등 6명도 구속 기소됐다. 심사위원 12명은 조달청과 LH 감리업체 선정 과정에서 300만~5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감리업체 대표 김 모 씨를 포함해 법인 대표와 영업총괄 등 20명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됐다.

◇평소에도 밀착 영업…심사위원 선정일엔 전국에 영업사원 배치

검찰에 따르면 감리업체들은 평소에도 심사위원들의 지연과 학연, 근무 인연 등을 고려해 밀착 영업에 나섰다. 경조사를 챙기는 것은 물론 상품권을 제공하고 술·골프 접대 등도 했다고 한다.

특정 용역을 청탁한 뒤엔 심사위원이 블라인드 평가에서 제안서를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식을 남겼다. '상상e상', '드림' 등 특정 문구가 감리업체를 상징하는 문구였다.

심사위원 선정 당일에는 전국에 영업사원을 배치했다. 심사위원이 선정되면 텔레그램과 공중전화로 연락해 청탁하는 즉시 금품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를 '선베팅'이라고 불렀다.

심사위원이 청탁업체에 1등을 주면 3000만 원, 경쟁업체에 최하위 점수 이른바 '폭탄'을 주면 2000만 원으로 합계 5000만 원이 청탁 '시세'였다고 한다.

청탁에 들어간 비용은 컨소시엄 업체의 지분 비율에 따라 현금으로 정산했다. 정산표 등 범행과 관련된 문건은 즉시 폐기했다.

금품은 무조건 심사위원에게 직접 현금으로만 제공했다. 심사위원의 교수연구실 쓰레기봉투나, 자택 화장품 상자 안에서 현금 1억여 원이 발견되기도 했다.

일부 심사위원들은 감리업체끼리 청탁 경쟁을 붙여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게 하는 이른바 '레이스'를 시키기도 했다. 여러 업체에서 동시에 돈을 받는 '양손잡이'도 있었다. 경쟁 업체에 꼴찌 점수를 주면 웃돈을 받기도 했다.

◇"상품권도 받고 돈도 주고"…'군사작전' 하듯 청탁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심사위원 A 씨가 아내에게 "이제 일해서 돈 버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앞으로 (정년까지) 9년 8개월 남았는데 죽어라고 심사하고 돈 벌어야죠"라고 보낸 메시지도 공개했다. A 씨는 "상품권도 받고 주유권도 받고 돈도 주고 어찌 됐든 다 좋다"는 메시지도 보냈다.


심사 당일 업체 영업담당자에게 심사 장소까지 태워주고 심사가 끝나면 다시 집까지 태워달라고 요구한 심사위원도 있었다.

검찰은 "감리업체들은 LH 전관들을 채용해 LH 전관들로 이뤄진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군사작전을 하듯 일사불란하게 심사위원들에게 고액의 현금을 '인사비' 명목으로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리업체들이 고액의 뇌물 비자금을 조성하는 만큼 감리 현장에는 충분한 자금을 투입할 수 없게 된다"며 "결국 전반적인 현장 감리 부실과 안전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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