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위메프에 이어 티몬도 셀러 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터지면서 큐텐그룹 계열사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티몬, 위메프 모두 자본잠식 상태인 탓에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업계는 큐텐그룹발 정산 지연사태가 이커머스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롯데쇼핑→신세계, 셀러들 잇단 '손절'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셀러 대금 정산 지연으로 위메프, 티몬에선 다수 셀러가 이탈하고 있다. 롯데쇼핑과 현대홈쇼핑, GS리테일, 신세계, CJ ENM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위메프, 티몬에서 판매를 철수했다.
큐텐이 운영하는 AK몰을 제외한 대부분 업체가 티몬,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가 확산한 19일을 전후해 판매를 중단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e커머스는 셀러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상품 대금 지급 돌려막기에도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며 "결국 현금 흐름이 악화되며 자금이 경색되는 악순환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큐익스프레스 상장에 '올인'하더니…'몸집 불리기' 독됐나
큐텐은 G마켓 창업자 구영배와 eBay가 공동 벤처 형식으로 세운 회사로, 구 대표는 2010년 싱가포르에 설립한 지오시스 유한회사를 2012년 오픈마켓 큐텐으로 바꿨다. 이후 구 대표는 2022년 9월 티몬을 인수한 뒤 2023년 3월 인터파크쇼핑, 4월 위메프, 올해 2월 위시, 3월 AK몰을 사들였다. 티몬과 인터파크쇼핑, 위메프 인수에만 6000억원가량을 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위시 인수에는 2300억원을, AK몰에는 5억원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가 잇달아 인수를 결정하자 업계에서는 큐텐의 쇼핑몰 상품 배송을 위한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을 위한 '몸집 불리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문제는 인수한 업체들의 재무 상태와 수익성이 모두 좋지 않다는 점이다.
티몬은 이미 2017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있다. 2022년 재무제표 기준 유동자산은 1309억6000여만원인데, 유동부채가 7193억3000여만원에 이른다.
위메프의 작년 말 기준 유동부채는 3098억원으로 유동자산(617억원)의 5배에 이른다.
"이러다 부도나는 거 아냐?"…구영배 대표 귀국 '돌파구' 마련할까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까지 큐텐그룹 계열사의 파트너사는 6만 개에 달한다. 3개사 연간 거래액은 2022년 기준 6조9000억 원으로 7조원에 가깝다. 자금경색으로 대금 지급이 전면 중단될 경우 파장이 적잖아 금융권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부도 우려마저 제기된다.
만약 큐텐그룹 e커머스 계열사가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하면 법원에서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남은 자산 등을 조사한 뒤 이를 처분해 채권자, 즉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셀러 등에게 배분하는 과정을 밟게 될 전망이다.
한편 구 대표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귀국해 해결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 심각성이 커지면서 구 대표가 '중대 결단'을 내리지 않겠냐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그룹 계열사 내 합병을 통한 사업구조 효율화, 고강도 구조조정 등이 방안으로 거론된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