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태현 구진욱 기자 = 한국계 미국인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이 사증(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13일 서울고법 행정9-3부(부장판사 조찬영 김무신 김승주)는 유승준이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낸 여권·사증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병역을 기피한 재외국민동포의 포괄적 체류를 반대하는 사회 목소리가 지금까지도 나오고 있다"면서도 "법정연령인 만 38세를 넘었다면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체류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유승준은 1990년대 중후반 국내에서 가수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중, 지난 2002년 1월 돌연 미국으로 출국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이 면제됐다. 이러한 유승준의 행동은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논란이 일었고, 정부는 그해 2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그의 입국금지를 결정했다. 이후 2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당시의 입국금지는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유승준은 지난 2015년 9월 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비자(F-4)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그는 같은해 10월 이러한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 모두 LA총영사관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무부장관의 입국금지 결정에 구속된다는 이유로 LA총영사의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원심을 꺠고 사건을 원고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그 뒤 2019년 11월 다시 열림 2심에서 재판부는 "LA총영사관은 13년7개월 전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했다"며 "관계 법령상 부여된 재량권을 적법하게 행사했어야 하는데도 이를 전혀 행사하지 않았다"라고 유승준의 손을 들어줬다. LA총영사관은 대법원에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3월 파기환송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다만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비자발급 거부시 절차를 위반했다는 것으로 비자를 발급하라는 내용은 아니었다. 영사관은 정당한 절차를 거친다면 비자발급을 거부할 수 있었다.
이에 LA 총영사관은 지난 2020년 7월 재외동포법을 근거로 유승준에 대한 비자발급을 재차 거부했다. 이후 유승준 측은 같은해 10월 "정부의 비자발급 거부는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 과도한 처벌이라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반한다"며 서울행정법원에 비자발급 거부 취소소송을 다시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이후 유승준은 항소를 제기했고 해당 항소심에서 승소를 거두면서 과연 그가 다시 한국 땅을 밟을 수 있게 될지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편 유승준은 지난 3월 항소심의 변론이 진행되던 때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는 21년간 정부가 내린 결정이 그리고 내가 내린 선택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도 따져보지 않은 채 언론에서 인민재판하듯이 죄인 누명이 씌이고 있다"라며 "21년이 넘게 입국을 금지하고 내 이름을 짓밟고 나와 내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를 이간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승준은 "도대체 언제까지 이 힘빠지는 싸움을 계속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언젠가는 밝혀질 거다, 행여 밝혀지지 않는다 해도 진실이 진실이 아닌 건 아니니까 끝까지는 가보겠다"라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