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밥상' 최대 화두는? 윤석열·이재명도 아닌...

입력 2023.01.25 06:08수정 2023.01.25 10:50
'설 밥상' 최대 화두는? 윤석열·이재명도 아닌...
도심 주택가에 부착된 가스계량기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오른다 오른다 하길래 (보일러)1도 올리기도 조심했는데 (이렇게)현실이 될 줄이야… 아파트 26평에 사용량은 똑같은데, 지난달과 비교했을 때 도시가스 요금이 무려 9배나 올랐어요."

박민지씨(34·여·인천 A구 거주)는 올 설명절 연휴기간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지난 18일자로 받아든 1월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에 놀랐던 심경을 터놓았다.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한푼 두푼 모은 돈에 대출까지 모으고 모아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서 지난해 어렵사리 26평 아파트로 생애 첫 보금자리를 마련한 터였다.

그러나 입주 후 집 값은 떨어지고 연일 치솟는 금리에 한숨 짓던 박씨. 세금까지 폭탄을 맞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최대한 절약 생활을 이어갔다. 추워지는 날씨에도 도시가스 요금 폭탄이 두려워 집 안에서 두꺼운 수면잠옷과 양말을 껴 입은 채 최대한 보일러 사용을 줄이려 했다.

추위가 본격적으로 찾아온 12월과 1월에도 사용량은 큰 차이 없이 유지해왔다. 12월 납부비는 4700원. 이후 1월에 받아든 고지서에는 무려 9배 오른 3만8860원이었다.

박씨는 "집에 놀러왔던 친구가 (보일러 온도가 낮아)집에서 입김이 나온다며 우스개 소리를 해도 꿋꿋히 절약생활을 유지해오며 버텼는데, 고지서를 받아들고 눈을 의심했다"며 "올라도 정말 너무 올라 가족들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하다 울화통이 터져 하마터면 밥상을 엎을 뻔했다"며 하소연했다.

인천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주부들의 올 설 명절 최대 화두는 도시가스요금이었다. 주부 A씨는 게시글에 "지난달 15만원 나왔는데, 이달에 27만원 나왔다"며 "평생 외출로 돌려놓고 살아야 하나"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주부 B씨는 "20평도 안 되는데, 평균 9만~15만원 나오는데 이번달에 28만원 넘게 나왔다"며 "춥다고 난방 펑펑 트는 것도 아닌데, 이제 어떻게 보일러 사용해야 하나"고 했다.

가스요금은 올 1분기는 동결됐으나, 지난해 4차례에 걸쳐 주택 및 산업용 기준으로 메가줄(MJ가스사용 열량 단위)당 5.47원을 올리면서 도시가스와 열요금이 각각 38.4%, 37.8% 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앞서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 3분기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가 22조원에 달하고 가스공사의 연간 미수금도 8조8000억원으로 예상됨에 따라 양 기관의 적자가 2026년까지 해소되도록 요금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2분기 가스요금은 인상 대기 중에 있고, 인상액은 지난해보다 최소 1.5배에서 1.9배가량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서울 구로구을) 의원도 24일 페이스북에 "설 연휴 친지와의 대화에서 압도적 관심 주제는 단연 도시가스요금"이라며 "가스비 절감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대출 이자로 자연스럽게 옮겨갔고, 대출 원금을 갚아도 이자는 늘기만 한다는 하소연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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