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백신, 코로나19 때처럼 '부익부 빈익빈'.. 알고보니

입력 2022.07.31 06:27수정 2022.07.31 06:30
[파이낸셜뉴스]
원숭이두창 백신, 코로나19 때처럼 '부익부 빈익빈'.. 알고보니
원숭이두창 백신 확보경쟁으로 정작 백신이 가장 절실한 아프리카 지역이 소외되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치노의 원숭이두창 백신 접종소 앞에 7월 28일(현지시간) 백신을 맞으려는 이들이 대기하고 있다. AP연합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해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면서 가난한 나라들이 소외됐던 것처럼 원숭이두창 백신도 백신이 절실한 가난한 아프리카 나라들이 확보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7월 23일(이하 현지시간) 원숭이두창 감염 확산세를 세계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선포하면서 원숭이두창 확산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반면 백신 생산업체는 덴마크의 소규모 업체 단 한 곳이어서 공급이 수요에 턱없이 모자란다.

이런 가운데 돈 많은 선진국들이 만약을 대비해 백신확보 경쟁에 뛰어들면서 정작 백신이 지금 당장 필요한 서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은 백신 확보에서 뒤처지고 있다.

백신, 부익부 빈익빈
AP는 30일 부자 나라들이 원숭이두창 백신 확보 경쟁에 뛰어들면서 가난한 아프리카 나라들에 배정되는 백신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백신 확보 경쟁 당시처럼 부자 나라들이 백신을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고, 가난한 나라들은 유엔 등을 통해 일부 백신을 받았던 것과 같은 상황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원숭이두창이 가장 심각한 아프리카 지역이 정작 백신확보에서 뒤처지는 아이러니가 재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에머리대 의과대 조교수인 보구마 카비센 티탄지 박사는 "코로나19 당시 저질렀던 실수들이 벌써 반복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원숭이두창이 가장 치명적인 곳은 서아프리카 지역이지만 지금까지 백신 수백만회 분을 주문한 부자 나라들 가운데 그 어떤 곳도 백신을 아프리카 나라들과 공유하겠다고 밝힌 바 없다.

티탄지 교수는 "수십년 동안 이 질병으로 고통받아 온 아프리카 국가들은 원숭이두창 확산에 따른 국제적인 대응에 관한 논의에서 이제 (본문 밑의) 각주로 처리되는 신세가 됐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의 경우 코로나19와 달리 대규모 백신 접종이 불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신 여러 방역조처들과 함께 특정군을 대상으로 활용 가능한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는 이 정도만으로도 감염이 종식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세계 유일 백신 생산업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 있는 소규모 제약업체 바바리안노르딕이 현재 원숭이두창 백신을 공급하는 유일한 업체다.

바바리안은 약 20년에 걸쳐 백신을 개발했지만 지금까지 백신을 매입한 나라는 단 6개국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가운데서도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하면 의미 있는 수준의 재고를 확보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는 것이 바바리안의 설명이다.

WHO에 따르면 올들어 주로 유럽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풍토병이던 원숭이두창이 확산되기 시작해 전세계 80여개국에서 원숭이두창이 퍼지고 있다. 전세계 감염자 수는 2만2000명을 넘어섰다.

바바리안은 각국이 뒤늦게 백신 확보에 나서면서 밀려드는 주문으로 하루 24시간, 주 7일을 풀가동해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최근 수주일 동안에만 10여개국에서 백신을 주문했고, 지금의 생산속도로는 수요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바리안은 원숭이두창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백신 생산계획은 연기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

백신 부족으로 인해 일부 보건당국은 2회를 접종해야 하는 백신을 1회 접종으로 끝내기도 한다.

주가 3배 폭등
전세계의 유일한 원숭이두창 백신 제조업체인 바바리안은 최근 특수를 맞아 실적전망을 크게 높였다.

올 전체 순익 전망은 6배 상향 조정했고, 매출 전망치는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2배 높은 27억~29억덴마크크로네로 높여 잡았다.

또 당초 11억~13억덴마크크로네 손실을 예상했던 바바리안은 올해 손익분기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덕분에 주가는 원숭이두창이 유럽에서 확인된 5월 중순 이후 3배 가까이 폭등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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