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법무장관을 지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인사검증 권한을 법무부에 준 것은 법치주의 위반이 분명하다"며 "아무런 근거 조항이 없다. 이거 법무부에서 다루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검증과 사찰은 종이 한 장 차이인데, 커다란 혼란이 날까 걱정된다"며 "혹시 민정수석실을 없애고 한 장관에게 헌법적 근거를 벗어나 인사검증 권한을 준 것은 대통령의 책임에 방패막이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승원 의원도 "아무리 봐도 원래 행안부 장관, 인사혁신처, 대통령비서실 권한에 속한 인사검증 업무가 갑자기 법무부 장관에게 위탁될 만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한 장관은 "법무부는 법적 해석에 있어서 큰 국가적 자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사검증 업무를) 감당할 만한 근거가 있다고 보고, 헌법과 법률에 위임받은 시행령에 의해 법적 근거를 충분히 마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어공(정무직 공무원)들을 비하하는 게 아니라, 아무래도 직업 공무원보다는 인사검증에 나온 자료 등에 대해 보안 의식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이렇게 해놓으면 나중에라도 누설 등에 대해 감찰 등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점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한 장관과 야당 의원들의 신경전도 이어졌다. 한 장관이 인사정보관리단의 업무 과정에 대해 "그동안 해온 관례가 있다. (임명권자로부터) 의뢰받은 것을 한다"고 하자 김남국 의원은 "아이고 어떻게 관례로 인사검증을 합니까. 의뢰받는 걸 한다는 게 어디있습니까. 여기가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라고 했다. 이에 한 장관은 "지난 5년간 구멍가게처럼 해왔다는 말씀이시냐"고 맞받았다. 김 의원은 한 장관의 말을 끊으며 질의를 이어갔다. 이에 한 장관은 "호통을 치실 거라면 제가 듣겠는데요. 답을 들으실 것이라면 저한테 질문에 답할 기회를 주셔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장관은 인사정보관리단의 업무에 대해서도 "짐과 책무에 가깝지, 어떤 면에서 권한이나 권력이 된다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그는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유출되면 제가 책임질 것이고, 인사검증을 제대로 해서 올렸지만 인사권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도 제가 비난받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공직자니까 임무가 부여되고, 합리적인 임무라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며 "더 나아가 개인적으로나 법무부 면에서 크게 이것이 영광스럽거나 큰 힘이 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