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수주째 100명대 확진자가 잇따르고 있는 부산에서 해안 방파제 술자리가 신규 집단감염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방파제의 경우 해수욕장과 달리 현행법상 출입을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어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18일 사하구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이후에도 다대동 두송방파제 일대에 많은 야영객이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사하구는 지난 7월 21일부터 평일, 금요일, 주말 각 시간대를 나눠 매일 현장 방역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취재진이 현장을 살펴본 결과 (뉴스1 8월1일 보도), 곳곳마다 바비큐 파티를 즐기거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음주행위를 하는 5인 이상 단체 방문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두송방파제에는 금요일과 주말에 주로 야영객들이 찾아온다. 하지만 관리·감독이 오후 11시까지만 실시되는 탓에 새벽까지 이어지는 단체 음주행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현행법상 음주·취사를 금지할 수 없어 현장 점검이 거리두기 준수 안내 또는 계도 조치에만 머물러 실질적인 방역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음주 행위를 막거나 집합금지 등 강력한 방역 조치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행정명령이 필요하다.
야영객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방파제 일대에 각종 쓰레기까지 쌓이자 주민들 사이에는 한숨이 새어 나오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구청에 '5명 이상의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쓰레기가 너무 많다'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대동 주민 A씨는 "아침마다 밤새 술 마시고 버린 쓰레기들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주민들이 직접 청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낫개방파제에서도 거리두기 4단계가 무색하게도 많은 인파가 붐비고 있지만 폐쇄나 음주·취사를 금지할 수 없어 관할 담당청도 고민에 휩싸였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의 CCTV 조사 결과 확진자 증가세가 뚜렷한 이달 들어서도 4인 이상의 단체 야영객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거리두기 4단계의 경우 오후 6시 이후 사적모임은 2명까지만 허가된다.
현장에는 관리·감독 요원이 없어 방역수칙 계도 활동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산청 관계자는 "방파제가 다중이용시설이 아닌 만큼 현실적으로 행정 조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방파제 일대에 차선규제봉 200여개를 설치해 야간 단체 야영객들의 음주·취사 행위를 줄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구·군에서는 사람이 몰리는 해안가를 대상으로 선제 방역조치에 나선 바 있다. 강서구는 지난 2일부터 가덕도 내 어항 10곳과 해안가에 '음주 및 취사행위 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부산 북구는 관내 대표 피서지인 대천천 계곡을 지난 14일부터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는 22일까지 임시 폐쇄하기로 했다. 해운대해수욕장 등 부산의 주요 해수욕장도 지난 10일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이후 폐장됐다.
안일규 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은 "피서객들이 몰리고 있는 방파제가 집단감염에 취약한 공간이 될 위험이 큰데도 행정명령을 내리지 않는 등 안일한 행정을 보이고 있다"며 "지역 사회 안전을 위해 책임 행정을 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사하구 관계자는 "두송방파제를 대상으로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발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장 점검반의 방역 활동을 강화하는 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부산에서는 지난 11~17일 일주일간 일일 평균 130.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는 지난 4~10일 발생한 123.7명보다 소폭 오른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