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대구에서 서울 광화문집회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가 현실화돼 올해 2~4월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지난 2월 시작된 신천지 대구교회발 코로나19 폭증으로 올해 상반기 지역경제가 사실상 마비된 것을 경험한 대구시민들은 2~4월의 '코로나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차례 코로나 사태를 겪은 탓에 촘촘한 방역 시스템이 구축됐을 법도 한데 현재 상황은 녹록치 않다.
31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와 대구시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기준 8·15 광화문 집회와 관련한 대구지역 확진자는 총 44명에 이른다.
감염 경로는 44명 모두 광화문 집회 이후 대구지역 교회 4곳으로 전파돼 감염된 사례로 추정된다.
지난 29일에만 확진자 29명이 무더기로 쏟아진 대구 사랑의교회의 광화문 집회 관련 누적 확진자는 34명이며, 은혜로비전교회와 아가페교회에서도 각각 6명, 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특히 사랑의교회 경우는 방역수칙만 잘 지켰더라면 집단감염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확인돼 아쉬움이 남는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 교회 확진자들 중 21명은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으나 최초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교회 측과 일부 교인들이 '광화문 집회 참석자는 2주간 예배 참석을 자제해 달라'는 방역당국의 협조 요청을 무시하고 대면 예배를 진행해 그 과정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방역당국과 대구시의 설명을 종합하면, 사랑의교회 집회 참석자 21명의 경우 행정명령 기한 종료일인 지난 26일 이전 실시한 검사를 통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집회에 참석한 대륜중 1학년 학생이 지난 28일 확진되자 교인을 상대로 한 전수 진단검사, 즉 재검사에서 무더기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 23일, 26일 열린 예배에 참석해 당시 검사를 받지 않은 대륜중 학생 등에게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륜중 학생은 지난 26일 검사를 받고 2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23일, 26일 두 차례 대면 예배가 이뤄진 당시는 방역당국이 교회의 대면 예배 자제를 강력히 권고할 때였다.
대구시는 대면 예배를 강행해 집단확진 사태를 불러온 사랑의교회 측에 대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 조치하기로 했다.
재확산이 현실화돼 시민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지만 일부 감염병 전담병원의 일상적 진료체제 복귀와 의료진 부족, 간호인력 피로감 호소, 전공의 파업 사태 등의 악재가 겹친 것은 현재의 위기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1차 유행 당시 대구에서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확진자 진료 최일선에 섰던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최근 전담병원에서 해제돼 일반 외래환자를 받는, 코로나 이전의 상황으로 진료체제를 변경했다.
확진자 병동을 1개동으로 줄이고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을 최소화한 상황에서, 최근 확진자 수용이 갑자기 증가하자 대구동산병원 간호사 등 의료진은 부담감과 피로감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대구동산병원에서 치료 받는 코로나19 확진자는 8명이었지만 29~30일 하루 사이 27명으로 늘었다.
대구동산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의료진, 특히 간호인력들이 고충을 토로하는 상황"이라며 "전국적으로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는 탓에 간호인력 충원도 쉽지 않아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감염병 거점병원인 대구의료원의 상황도 비슷해서 간호인력 충당은 보건당국의 과제로 남았다. 대구의 경우는 수당 지급과 관련해 저하된 의료진 사기 진작책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서 진행되는 전공의 집단 휴진 사태는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대구지역 전공의들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방침에 따라 집단 휴진에 참여하며 대학병원 등에서 일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경북대병원 인근에서 일인시위에 참여한 한 전공의는 일인시위에 나서는 배경과 향후 일정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답변해 줄 수 없다"고만 짧게 말했다.
대구 도심의 풍경도 코로나19가 폭증하던 지난 2~3월쯤으로 돌아간 듯 텅텅 비었다.
대구의 대표적 놀이공원인 이월드와 시민들이 자주 찾는 코오롱야외음악당 등은 휴일인 30일에도 방문객을 손에 꼽을 정도였다.
달구벌대로 등 도심 도로 역시 차량 이동과 오가는 시민이 급격히 줄었다.
시민 김모씨(43)는 "대구가 사실상 멈춘 올해 2~4월쯤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일상적인 의욕마저 꺾인다"며 "방역당국과 시민 모두가 다시 힘을 모아 이 위기가 하루빨리 끝나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