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제사상에도 오른 한국의 '이것'

입력 2019.11.03 07:30수정 2019.11.03 11:22
골목 파고든 K푸드
베트남 제사상에도 오른 한국의 '이것'
베트남 호찌민 한 마트 냉장고의 붕어싸만코© 뉴스1


베트남 제사상에도 오른 한국의 '이것'
호찌민 대형마트의 초코파이 진열대© 뉴스1


베트남 제사상에도 오른 한국의 '이것'
호찌민 대형마트에선 불닭볶음면 전용 매대가 마련돼 있다.© 뉴스1

(호찌민=뉴스1) 김종윤 기자 = # 지난달 29일 베트남 호찌민 1군의 허름한 골목에 자리 잡은 가게에 들어서자 오리온 초코파이가 계산대 바로 앞에 놓여 있었다. 냉장고엔 빙그레의 붕어싸만코가 현지 제품과 같이 진열돼 있었다. 자녀와 함께 가게를 찾은 30대 여성은 초코파이 12개짜리 한 박스를 샀다. 계산을 마치고 초코파이 한 개를 받아든 아들은 순식간에 포장지를 뜯기 시작했다. 한입 베어 문 초코파이 속 마시멜로를 보면서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 국민간식 떠오른 '초코파이'…제사상에도 오른다

K-푸드가 현지 제품에선 경험하지 못하는 새로운 '맛'을 경쟁력으로 베트남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미 현지 대형마트에선 국내 제품을 쉽게 살 수 있다. 전용 매대가 별도로 있을 정도로 한국 제품은 인기다. 제품도 과자·주류·제과·소스·라면·냉동식품 등 다양했다.

주목할 점은 골목 상권까지 K-푸드가 진입했다는 것이다. 점포 규모가 작아 구매율이 높은 제품만 있어야 하는 시장까지 안착하는 분위기다. 특히 오리온은 현지에서 국민 간식으로 불리며 제사상에도 오를 정도다.

오리온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초코파이 매출은 전년보다 15% 증가한 920억원으로 집계됐다. 초코파이가 1995년 베트남에 첫 등장 후 24년 만에 한국 매출을 넘어섰다. 진한 초콜릿 맛을 선호하는 식문화를 반영한 것이 인기 비결로 풀이된다. 오리온은 초코파이를 베트남 법인 최초 연 매출 1000억원 이상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초코파이 특유의 마시멜로에 현지인이 열광하고 있다"며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해 냉동식품보다 유통이 수월해 판매망이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1천원 넘어도 인기…붕어싸만코·불닭볶음면 매출 '쑥'

빙과류 빙그레의 붕어싸만코 인기도 인상적이었다. 국내에서 전량 생산해 수출하는 특성상 베트남 골목까지 진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와 유통과정이 복잡한 냉동 제품이라는 장벽도 문제 될 것이 없는 분위기였다. 인기가 없다면 가격(1500원)이 비싼 제품을 판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현지인에게 붕어싸만코 구매 이유를 묻자 "쿠키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며 "그동안 베트남에선 없었던 제품"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붕어싸만코 베트남 매출은 25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현지인은 '붕어' 모양 제품에 호기심이 가득하다는 게 현지인 설명이다. 이후 우수한 맛과 품질로 재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다. 더운 날씨 특성상 과자가 아이스크림을 감싸고 있어 일반적인 바 제품과 비교해 먹기 편하다는 장점이 한몫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빙그레 관계자는 "현지인은 붕어 모양 제품에 흥미를 느낀다"며 "올해 매출은 이미 전년 수준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현지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선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약 1400원) 위상이 대단했다. 호찌민 시내 한 주상복합 1층 편의점 GS25에선 20대 현지인 남녀는 다양한 불닭볶음면 시리즈를 살펴봤다. 이후 까르보 불닭볶음면을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그는 "베트남에선 불닭볶음면으로 매운맛 먹는 게임이 열리기도 한다"며 "페이스북에서 인증하는 문화도 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약 60억원 수출을 달성했다. 이중 불닭볶음면이 전체 75%를 차지한다. 현재 2030 세대 특성을 반영해 온라인 마케팅에 집중하며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베트남 역시 스마트폰 보급률이 90% 이상이다. SNS 이용이 활발해 '인증샷'을 찍은 문화도 국내와 비슷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베트남은 1억명에 육박하는 인구로 내수 시장 잠재력과 시장 성장률이 높다"며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단순히 하나의 제품일 뿐만 아니라 '한국식 매운맛'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 높은 가격은 부담…대중화는 숙제


업계 안팎에선 현지 물가 대비 국내 제품 가격이 높다는 것을 한계로 꼽았다.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 제품은 1000원 이상이다.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다.

이 때문에 한국 제품이 일부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호찌민 시내버스 요금은 약 300원으로 국내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2000원이면 식사 한 끼를 해결할 수도 있다.
아직 한국 제품이 가격대가 높아 대중성을 확보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현지인에게 이들 제품 가격에 관해 묻자 "Too expensive."(비싸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현지 유통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이 빠른 경제 성장으로 국민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현지 공장 설립 등으로 가격을 낮추면 판매량이 더욱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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