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협상대표에 김명길 거론..美 바짝 긴장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19.07.04 16:57수정 2019.07.04 17:21
그의 풍부한 대미 협상 경험 살펴본 결과..
北협상대표에 김명길 거론..美 바짝 긴장해야 하는 이유
김명길 전 주베트남 북한 대사. 2019.2.20/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의 새 비핵화 실무협상 대표로 언급되는 김명길 전 베트남 주재 대사는 과거 북미, 북핵 문제 관련 실무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대미 외교관으로 볼 수 있다.

1959년 자강도에서 태어난 김 전 대사는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1982년 외무성에 입부했다.

대미 관련 업무에 종사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께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김 전 대사는 외무성의 미주국에 근무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실질적인 북미 '물밑' 채널인 주유엔 북한대표부 참사관, 외무성 미주국 연구원, 미주국 부국장, 주유엔 북한대표부 공사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00년 10월에는 '북미 코뮈니케'로 불리며 북미 간 첫 '평화적 논의'의 결과물이었던 조명록 당시 군 총정치국장 겸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만남에도 실무진으로 관여한 바 있다. 조명록 제1부위원장은 '적대 관계 청산'의 의향이 담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를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바 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7월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5차 북미 미사일 회담에도 참여한 이력이 있다. 다소 비약일 수도 있으나 북미 간 평화 논의와 군축 논의에 모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경력을 바탕으로 2000년대 중반에는 북핵 6자회담에 기여하기도 했다. 2006년에는 12월에 베이징에서 열린 제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 참석했고 이듬해 3월에는 북핵 6자회담의 경제 및 에너지 실무그룹 회의에 참석했다.

당시 그는 북미 핵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 자금 2500만 달러 송금 문제와 관련한 협상에 참여하기도 했다.

정부는 김 전 대사가 지난 2008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뒤 열린 북미 회동에도 참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시 북한 외무성의 리근 전 미국국장 등 북핵 문제를 다루는 외무성 당국자들은 북한의 정부대표단 자격으로 뉴욕을 찾은 바 있다.

그가 주베트남 대사로 재직하던 지난 2월에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협상 자체는 아니더라도 실무적인 부분에 있어 그의 기여가 컸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이력은 지난 2월 당시 북한 국무위원회의 대미특별대표로 참여한 김혁철과는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김혁철 전 특별대표는 대미 협상에 있어 낯선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외무성 내의 대미 전략가였다는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의 증언도 있었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력이나 협상 스타일에 대한 파악이 어려웠던 인사로 분류됐다.

그러나 김명길 전 대사는 대미 협상의 실무 경력이 뚜렷한 전형적인 '미국통'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낯익은 인사임을 물론 '북핵 협상'에서의 상호 간 '말이 통하는' 상대방인 셈이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지난해 협상 과정에서 협상 대표였던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윈회 부위원장에 대해 '말이 통하지 않는다'라며 불만을 제기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향후 협상 기류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김명길 전 대사의 풍부한 대미 협상 경험은 미국에 있어서는 다른 차원의 숙제를 안게 되는 셈이기도 하다. 미국의 협상 전략과 외교적 수사를 파악하는데 능한 그가 테이블에 앉는 만큼 미국 측에서는 좀 더 다각화되고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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