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 세척하고 충분히 말리지 않으면..." 전문가 경고

입력 2025.03.19 03:01수정 2025.03.19 14:11
일주일에 여러 번 세척해야…냄새 나기 시작하면 버릴 때 온 것
"텀블러 세척하고 충분히 말리지 않으면..." 전문가 경고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10도 아래로 내려간 20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이 텀블러를 들고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2023.10.20.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홍주석 인턴 기자 =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줄이려는 방법으로 텀블러(다회용 물병)를 사용하는 것이 주목받는 가운데 물병을 상온에 오래 보관하거나 세척하고 충분히 말리지 않은 상태로 다시 사용할 때 박테리아가 빠른 속도로 증식하는 것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전문가 경고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각) 식품 안전 분야 전문가인 미국 퍼듀 대학 보건인문과학대학 칼 벤케 부교수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물병 안에 흰 휴지를 넣고 문질렀을 때 병 내부에서 느껴지는 미끄러운 느낌은 소재 때문이 아니라 박테리아가 쌓인 탓"이라며 "이후 연구를 통해 물병들이 박테리아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임상 미생물학 전문가인 영국 레스터 대학 프림로즈 프리스톤 교수에 따르면 인간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박테리아는 섭씨 약 37도에서 번성하지만, 약 20도의 실내 온도에서도 증식할 수 있다. 그는 "병에 담긴 물을 실온에 오래 보관할수록 박테리아가 더 많이 자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과는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아침에 끓인 물을 물병에 담아 하루 종일 사용하면서 박테리아의 증식 속도를 살펴봤다. 그 결과 오전에는 ㎖당 약 7만 5000개였던 박테리아는 24시간 동안 ㎖당 100~200만개로 최대 약 2500%까지 늘어났다.

프리스톤 교수는 "물을 마실 때마다 냉장고에 보관하면 박테리아 증식을 늦출 수 있다"면서도 "그렇게 해도 박테리아 증식을 완전히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프리스톤 교수는 물을 마실 때마다 손, 입 등에 묻은 미생물이 물병 안으로 들어가 박테리아의 증식 활동을 돕는다고 했다.

"텀블러 세척하고 충분히 말리지 않으면..." 전문가 경고
【CDC·AP/뉴시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공개한 항생제 내성 장내 박테리아의 현미경 사진. 21일(현지시간) 열린 유엔총회의 건강 특위에서 세계 정상들은 앞으로 '느린 쓰나미'로 불릴 정도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갈 내성균을 막기 위해 항생제 사용자제와 국가적 대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2016.09.22

그는 "물병의 박테리아 활동 중 일부는 물 자체에서 나오지만, 대부분의 오염은 실제로 마시는 사람에 의해 유입된다"라며 "직장, 헬스장, 심지어 집에 둘 때에도 모두 병 외부에 미생물이 있다. 그리고 이런 미생물은 수시로 물을 마실 때마다 입에서 나온 박테리아와 함께 물병 속 내용물로 쉽게 옮겨진다"고 설명했다.

물이 아닌 다른 음료를 넣는 것도 박테리아 증식을 촉진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프리스톤 교수는 "물 이외의 것들은 박테리와 균류의 천국이다"라며 "특히 단백질 셰이크가 그렇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기적으로 그리고 적절한 방법으로 물병을 세척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벤케 부교수는 "솔과 같은 도구로 물병 안쪽을 자주 씻거나 식기 세척기를 이용한 사람들이 병 내부의 박테리아가 적은 경향이 있었다"고 했다.

프리스톤 교수는 "매일 병을 세척하지는 못하더라도 일주일에 여러 번 병을 세척해야 한다. 60도 이상으로 세척하고 완전히 건조해야 한다"며 "병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면 병을 버려야 할 시점이 온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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