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 '폭싹'으로 다시 봤다"…설레고 눈물나는 순애보

입력 2025.03.16 07:01수정 2025.03.16 07:01
"박보검, '폭싹'으로 다시 봤다"…설레고 눈물나는 순애보 [N초점]
넷플릭스


"박보검, '폭싹'으로 다시 봤다"…설레고 눈물나는 순애보 [N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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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검, '폭싹'으로 다시 봤다"…설레고 눈물나는 순애보 [N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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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도끼 은도끼 다 준대도 쇠도끼가 내 거야."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폭싹 속았수다'의 양관식(박보검 분)은 금도끼도 은도끼도 아닌 쇠도끼 같은 남자다. 부산에서의 첫날 밤, 오애순(아이유 분)은 관식에게 "왜 내가 제주 바닥에서 제일 멋대가리 없는 양관식이한테 시집가는 줄 아냐"며 "배는 곯아도 마음은 안 곯겠다 싶어서"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부모가 없어 반겨줄 아랫목 하나 없는 자신이 유일하게 마음 둘 수 있는 관식을 쇠도끼에 비유한다. 그런 애순에게 관식은 "쇠도끼가 알짜야, 금도끼 은도끼는 누가 주지도 않아"라고 답한다.

관식은 금도끼 은도끼처럼 화려하거나 멋스럽지도 않지만, 애순조차 자신을 향한 관식의 단단하고 변함없을 마음을 자신 있게 말할 만큼 순애보적인 캐릭터다. 애순의 쇠도끼였던 관식은 일평생을 애순과 딸을 위해 기꺼이 몸 바쳐 헌신한다. 중년의 애순(문소리 분)이 함께 늙어버린 남편 관식(박해준 분)에게 "무쇠도 닳는다"며 굽어지지 않는 손가락과 절뚝거리는 다리를 안타까워하는 장면은 젊은 시절부터 관식의 삶이 녹록지 않았음을 짐작게 한다.

지난 7일부터 매주 4회씩 공개 중인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극본 임상춘/연출 김원석)는 관식을 연기한 박보검의 진가를 또 한 번 재발견하게 한 작품으로 호평받고 있다. 박보검은 극 중 어린 시절부터 애순을 한결같이 사랑하는 우직한 관식 그 자체로 캐릭터를 빛냈다. 시청자들은 "박보검을 다시 봤다" "연기를 이렇게 잘하는 줄 몰랐다" "박보검의 인생작" "기대 이상의 연기"라는 등 반응을 남겼다.

아이유와 2화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박보검은 애순을 향한 오랜 사랑을 간직해온 관식의 모습으로 극에 단숨에 스며든다. 독서에 집중한 애순 곁에서 수년간 "양배추 드려요?"라고 물으며 장사를 대신해 온 관식의 묵묵한 모습을 시작으로 드라마틱한 서사를 함께 끌어간다. 서투른 유채밭 고백부터 부산으로의 야반도주, 애순과의 결혼까지 매 장면 마다 설렘과 눈물을 유발하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어딘가 어수룩하고 애정 표현도 썩 로맨틱하지 않지만 풋풋하고 순수한 사랑만큼은 진심이 전해진다.

박보검의 연기는 대사가 없는 순간에 더 돋보인다. 눈빛과 미세한 표정 변화로 순애보의 깊이를 보여주고, 얼마나 바보스러울 만큼 순정을 다 바쳐 사랑하는지 울림까지 전한다. 애순을 두고 제주를 떠나려다 망설임 없이 바다로 몸을 던져 헤엄쳐 재회한 후 울며 포옹하는 장면 또한 절절한 감정을 실체적으로 전달하는 배우의 힘을 보여준다. 특히 결혼 후 모친의 따가운 눈초리에도 밥상에서 차별받는 아내, 딸과 함께 꿋꿋이 밥을 먹거나, 선장 부상길(최대훈 분)에게 얻어맞고도 내색 않는 안쓰러운 가장의 모습 그 자체로 몰입도를 높인다.

박보검이 연기한 관식은 시청자 또한 보는 것만으로도 한 여성에 대한 충만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1994년을 살아가는 중년의 애순은 딸 금명(아이유 분)이 부잣집에 시집 가지 그랬냐고 하자 자신의 인생도 나름 쨍쨍했다고, 그 시절로 돌아가도 관식과 결혼할 것이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애순이 남편의 넘치는 사랑으로 마음만은 곯지 않고 살아왔음을 알 수 있는 장면이지만, 금명은 그런 엄마를 보며 알 수 없는 미소로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학업에 대한 열망이 컸던 애순의 문제집만큼은 잊지 않고 사 오는, 백바퀴를 뛰는 것조차 "애순이 아니면 안 했다"는 관식의 순애보는 애순의 고달픈 삶도 잊게 할 만큼 큰 힘이 됐음을 느끼게 한다.


박보검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을 기점으로 '구르미 그린 달빛'(2016)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선보인 '남자친구'(2018)와 '청춘기록'(2020)은 전작의 인기를 뛰어넘진 못했다. 영화 '서복'(2021)과 '원더랜드'(2024) 또한 큰 흥행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나, '폭싹 속았수다'가 인기를 끌면서 연기력도 더욱 주목받게 됐다. 올해 JTBC 새 드라마 '굿보이'와 지난 14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KBS 2TV '더 시즌즈-박보검의 칸타빌레'까지 바쁜 행보를 이어가는 만큼, '폭싹 속았수다'로 시작된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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