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임지연 "더글로리, 애써 지우지 않았죠"](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1/27/202501270701559551_l.jpg)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임지연(34)은 JTBC 주말극 '옥씨부인전'으로 사극 트라우마를 이겨냈다. 영화 '간신'(2015)과 드라마 '대박'(2016)으로 사극의 맛을 봤지만, 왠지 모르게 자신이 없었다. '더 글로리'(2022)에서 학폭 가해자 '박연진'으로 주목 받고, 옥씨부인전 제안이 왔을 때 '왜 하필 사극일까?'라는 생각이 컸다. 내가 잘하고 잘 될 것 같은 작품을 하고 싶었지만, 극본을 보고 아차 싶었다. "지레 겁을 먹은 게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더 글로리 속 악역 이미지를 지우기 보다, "나도 사극에 잘 어울린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더 글로리로 사랑 받고 처음 선택한 작품이지만, 연관 짓지 않으려고 했다. 오랜만의 사극이고, 인물 자체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다채로웠다. 노비, 마님, 아씨, 멜로와 여성으로서 활약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선택했다. (악역 이미지를) 막 애써 지우려고 노력하진 않았다. 아직도 연진이로 불린다. 댓글에 '구덕이' 아니면 연진이다. 임지연이 별로 없다(웃음). 배우가 역할로 불리는 건 정말 좋다. 더 글로리로 많은 사랑을 받아서 옥씨부인전도 할 수 있었지만, 아직 인생작은 나오지 않은 것 같다. 더 글로리가 아직까진 1등이다. 잊지 못할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이름·신분·남편 모두 가짜인 외지부 '옥태영'(임지연)과 그녀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건 예인 '천승휘'(추영우)의 생존기다. 1회 시청률 4.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16회 13.6%로 막을 내렸다. 인기 비결로 빠른 전개를 꼽았다. "사건을 해결하며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줬다. 태영을 응원하는 마음, 애절한 멜로 라인 덕분에 사랑 받지 않았나 싶다"고 짚었다. "아빠한테 처음으로 칭찬을 받았다"며 "원래 아빠가 칭찬을 잘 안 하는데, 처음으로 '내가 본 최고의 사극이다. 지연이 연기 제일 잘한다'며 장문의 카톡을 보냈더라"면서 좋아라했다.
데뷔 14년 만의 첫 타이틀 롤이지만, 티 내고 싶지 않았다. 첫 극본 리딩에서 "반드시 잘 해내겠다. 나 한번만 믿어달라"고 할 정도로 의지가 타올랐다. "사극에 좀 자신이 없었고, 한복이 안 어울릴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극본을 배제했다"며 "용기 내서 도전해 애정이 컸고,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다. 2024년은 옥씨부인전을 위해서만 보냈고, 촬영·방영할 때도 떨렸다. 의미있는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기존 사극과 달라서 '신선함을 가지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컸다. 걱정은 됐지만, 시청자들에게 분명히 응원 받는 캐릭터가 될 거라고 확신했다"고 돌아봤다.
![[인터뷰]임지연 "더글로리, 애써 지우지 않았죠"](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1/27/202501270701564775_l.jpg)
노비와 양반 두 모습을 연기하느라 고생했다.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다룬 작품이 많았으나, "이 정도로 다사다난한 인물은 없었다. 고군분투해서 더 매력적이었다"며 웃었다. 태영을 연기하면서도 구덕이를 놓지 않으려고 했다. "시간의 흐름이 많아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고민했는데 결국 구덕이고 같은 인물"이라며 "태영은 만나는 인물마다 관계가 뚜렷했으면 했다. 악역을 마주쳤을 때 모습 등이 달랐으면 했다. 옷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변해 신기했다"고 설명했다.
"언제 내가 노비 옷을 입고 꽁꽁 언 강가를 건너고, 논밭을 뛰어다니고 멍석말이를 당할까 싶다. CG가 아니라 진짜 논밭이었고, 눈보라가 휘몰아칠 때 촬영했다. 힘들었지만 재미있었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정말 처절했으면 해 최대한 노비스럽게 분장하고 살도 많이 뺐다. 얼굴이 야위었으면 했는데, 추워서 내복을 많이 입다보니 몸은 이만하게 나왔다. 지금에 비하면 4~5㎏ 정도 뺐다. 애써 다이어트 하지 않아도 현장에 가면 몸을 많이 써서 살이 빠지더라. 마님이 됐을 때는 단아하고 기품있는 모습이 필요, 살이 좀 올라와야 했다."
임지연은 "아무리 두껍게 감아도 있는 힘껏 때려서 안 아플 수 없다. 온몸을 다 바쳐 체중을 실어서 때리더라"면서 "추운 날 눈 내리는데, 누워서 맞는 게 쉽지 않았다. 등이 많이 뻐근했다"면서도 "그 시절 노비가 받은 핍박, 학대가 시청자들에게 오로지 느껴졌으면 했다. 아버지가 나를 위해 몸을 바쳐서 대신 맞으니 오열하게 되더라. 극본에는 그 정도로 써 있진 않았는데, 그 신은 현장에서 찾은 게 더 많았다"고 회상했다.
9세 연하 추영우(25)와 로맨스도 자연스러웠다. "나이 차가 안 느껴졌다. 진짜 아홉 살이나 어린 게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다"면서 "부끄럽지만 초야신은 많이 의지했다. 콘티를 많이 파고 왔나 싶었다. 어떻게 찍을지 다 알더라. '영우야 잘 해봐. 난 끌려갈게'라는 느낌이었다"며 웃었다. 남자친구인 배우 이도현(29)의 반응을 묻자, "잘 챙겨 보더라. 얼마나 노력했고,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서 응원과 칭찬을 많이 해줬다"며 고마워했다.
추영우 역시 '송서인'과 '천승휘' 1인 2역을 맡았는데, 함께 호흡할 때 몰입하기 어렵지는 않았을까. "전혀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워낙 색깔이 달라서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난 1인2역을 해본 적 없지만, '진짜 잘하면 매력적이고 못하면 망할 것'이라고 장난 삼아 얘기했다. '잘해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는데, 정말 잘해줘서 고맙다"며 기뻐했다. "영우는 진짜 능구렁이다. 굉장히 능청스럽게 잘하고, 나중에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자기화시킬 것"이라며 극찬했다.
![[인터뷰]임지연 "더글로리, 애써 지우지 않았죠"](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1/27/202501270701574276_l.jpg)
더 글로리에서 함께 한 송혜교(43)와 차주영(34)도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혜교 언니는 옥씨부인전 팬"이라며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하더라. 칭찬도 많이 해주고, 시청자 입장에서 빠져드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고맙다. 모든 작품 모니터를 해줬다. 선배님으로 만났지만, 이젠 수장이자 친언니 느낌"이라고 귀띔했다.
공교롭게 차주영도 tvN '원경'으로 첫 사극에 도전, 의지한 지점이 많다. "사극 장르를 고민하는 시기가 비슷했다. 같이 고민하고 선택했다. 옥씨부인전은 방영 전 1회를 봐서 원경 첫방이 더 떨렸다"며 "멋있게 해내서 '역시는 역시구나' 싶었다. 솔직히 친구니까 그 정도로 예쁜 지는 몰랐다. '미안하다. 과소평가했나 보다. 깜짝 놀랐다'고 했다. 주영이가 만날 죽는 소리만 하더니 '잘 어울릴 걸 알고 했구나' 싶었다"고 했다.
임지연은 옥씨부인전은 "내 필모그래피에 한 획을 그었다"고 자평했다. "작품 끝나고 헤어 나오지 못하는 캐릭터는 처음이다. 혼연일체였다"고 할 정도다. "닮고 싶은 느낌이 든 캐릭터도 처음"이라며 "영민·현명함이 타고났다. 미천한 신분에 태어나서 이겨내고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마님이 된 뒤에도 포기하지 않는 강인함을 닮고 싶었다. 결국 내 삶은 내가 만들고 아는 만큼 해낼 수 있다. 나도 특출나거나 재능이 뛰어나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여기까지 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 부분이 닮았다"고 했다.
그간 임팩트 강한 역으로 주목 받았는데, 이제 조금 내려놓고 평범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고 바랐다. tvN 예능 '언니네 산지직송2'와 드라마 '얄미운 사랑'을 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얄미운 사랑에선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 이사인 배우 이정재(52)와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보여 줄 예정이다.
"옥씨부인전까지 무거운 작품을 많이 했다. 항상 임팩트 남길 역을 했고, 강렬하게 사랑 받으려고 했다. 주연으로서 무난하게 흘러가고 조연들이 더 빛나는 작품도 많은데, 왜 항상 뭔가를 해야 한다고 부담감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나로 돌아가서 평범·무난하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