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 "현장은 '계급장' 떼고 솔직하게…재수없을 수도"①

입력 2025.01.23 14:33수정 2025.01.23 14:33
주지훈 "현장은 '계급장' 떼고 솔직하게…재수없을 수도"[N인터뷰]①
배우 주지훈 /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제공


주지훈 "현장은 '계급장' 떼고 솔직하게…재수없을 수도"[N인터뷰]①
배우 주지훈 /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제공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중증외상센터' 배우 주지훈이 '재수 없는' 주인공 백강혁과의 싱크로율에 대해 설명하면서"배우로서 무례하지 않고 솔직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극본 최태강/연출 이도윤) 주인공 백강혁 역할을 맡은 주지훈은 23일 오후1시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뉴스1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웹툰 원작의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는 전장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이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다. 주지훈은 극 중 백강혁 역을 맡아 불의에 맞서 활약하며 극의 '사이다'를 책임진다. 거친 비주류의 삶을 선택해 걸어온 천재 의사의 '쾌속 질주'로 역동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 '좋은 친구들'에서 만난 이도윤 감독에게 직접 '중증외상센터' 연출을 제안했다고. 연기만이 아니라 작품을 위해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인가.

▶이도윤 감독과는 10년의 세월 동안 '밥 친구' 느낌보다 감독과 배우로서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시간이 있었다. '좋은 친구들' 때 영혼이 통하는 느낌이었다. 캐스팅이 원래 동시에 진행되는 게 아니지 않나. 요즘은 감독님들이 상의를 많이 하시는 편인 것 같다. 배우의 시선이 궁금하신 것 같다. 이번 작품은 어쨌든 감독님이 들어오셨고 둘이 작품 외적으로도 대화를 많이 했던 터라, 매일 통화하면서 결국에는 작품 얘기를 많이 나눴다. 그리고 제가 만화 원작 작품을 정말 많이 했는데 이런 작품이 힘들다. 현장을 뛰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괴리가 크다. 기술적으로 보자면, 만화는 그림과 글만으로 설명한다. 그런데 영상매체는 다르다. 영상화할 때 조율하는 게 너무 힘들다. 정답은 없는데 틀린 건 있다. 그 작업이 너무 힘들어서 죽을 뻔했다. 제작비라도 받았으면 이렇게 말하지도 않았다. (웃음)

-만화 원작 작품에 유독 캐스팅이 많이 되는 이유는.

▶이미지라는 게, 기자님들도 기사에 '연기파'라고 쓰면 (그 배우는) 연기파 이미지가 된다. 시선이 그렇게 된다. 나는 데뷔가 '궁'이었고 아무래도 판타지물에서의 이미지가 많이 이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의학드라마인데 유쾌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나도 한국 의료계 현실은 잘 모른다. 왜 이 작품이 유쾌하다고 생각하냐면, 일단 기획 단계에서 가볍게 생각한 건 아니다. 저희 작품이 메디컬 드라마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의료계만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부조리, 예를 들면 소방관 혹은 경찰관 등 모든 직업군에서 부조리가 있지 않나. 제가 뉴스를 보면서도 개선됐으면 좋겠다 하는 정도의 바람을, 우리 팀이 속 시원하게 속을 긁어주고 해결해 나가는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12년 전 '메디컬탑팀' 의학드라마 경험이 있는데 흥행에서는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어떤 영향이 있었나. 더 큰 각오가 있었나.

▶유니콘 같은 작품이다. 본 사람은 없는.. (웃음) 가운이 많이 작아졌더라. 그때보다 10kg 늘었다. (각오는) 없는 사람이다. 저는 극 I(내향형)다. 제가 이렇게 떠드는 건 30년 가까운 시간 활동한 사회성을 발휘한 거다. (극 중) 수술하는 장면이 많다 보니까 그걸 가볍게 다가갈 수는 없는 거다. '중증외상센터'를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엄청나게 고생해서 능력치는 올라간 것 같다. 헬기에서 (환자) 머리에 구멍을 뚫는다? 그게 실제로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굉장히 마이크로 한(섬세한) 기술과 스피드(속도)가 중요한 거다. 극적인 스펙타클을 넣을 수 있겠나, 굉장히 섬세한 거다. 극적 쾌감을 주기 어려운 신이다. 그걸 '메디컬 탑팀' 때 느꼈다. 당시에는 프리 프로덕션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는데 이번에는 준비하고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의 편집 방향에 전반적인 연출에 영향이 많이 있던 것 같다. (수술 신에서) 출혈이 그 정도면 사실 '킹덤'(좀비물)으로 넘어가야 하는 건데, '우리는 드라마니까 상관없어'하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현장에 항상 의사분이 있으셨고 매일 회의를 했다. 그런 걸 하나하나 고민해서 만들었다. 지금에야 말할 수 있는데 정말 질렸다. 20년 일하면서 제일 진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다. 경쾌한 작품인데 이렇게 힘들다니 신기했다.

-이국종 교수를 연상하게 한다는 반응에 대해서는.

▶참고할 수는 없다. 다큐멘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판타지성이 짙은 활극이다. (의사가) 레펠에서 사람을 안고 뛰어내릴 수는 없는 것이 아니냐. 관객들이 '그걸 말이 돼?'라고 생각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 연출로 '진짜' 여부보다 빠져들어 보시게끔 하려고 했다. 이국종 교수님 다큐멘터리는 봤다. 의사의 헌신적인 마음을 캐릭터성에 도움이 되고 몰입할 수 있었다.

-이도윤 감독이 '잘 생기고 키 크고 재수 없는 점'이 백강혁과 닮았다고 했는데.

▶무례한 것과 솔직한 것은 다르다. 나는 무례하지는 않다. (웃음) 그런데 우리가 워낙 돌려 말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나도 예쁘게 말하려고 굉장히 노력한다. 좋아하는 사람들 만나서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름답게 표현하려고 한다. 다만 일을 할 때는 무례하지 않게 다이렉트로 말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기분 나빠하는 경우도 있고 재수 없다고 하기도 한다. (웃음) 그런데 5분이면 끝날 얘기를 1시간 넘게 하고 있는 거다. 수직적인 구조 영향도 있지만, 나는 '혹시 누군가 기분 상할까 봐' 그러는 건 이해가 안 된다. 연출부 회의는 조감독, 막내 다 계급장 떼고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게 계급장이 있는 분들이 보면 재수 없을 수도 있다.
(웃음) 이도윤 감독님은 워낙 친해서 그렇게 말한 것 같다. (백강혁과는) 솔직한 건 비슷한 것 같다. (백강혁의) 재수 없는 모습이 관객분들이 응원하는 모습이 됐으면 좋겠다.

<【N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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