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 직후 서울 5개 법원의 하루 입찰 건수가 평소 대비 절반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정치 리스크로 얼어붙은 투자·소비 심리가 짧게나마 경매법정에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관측이다.
27일 본지가 마이옥션에 의뢰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계엄 직후인 지난 4일과 5일 이틀간 서울중앙·동부·서부·남부·북부 등 5개 법원에서 하루 평균 3.34명의 응찰자가 나왔다. 계엄이 있기 전인 지난 11월에는 평균 6.61명의 응찰자가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3.27명이 감소해 50% 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서울 외 다른 지역에서도 눈에 띄는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 의정부 3개 법원의 11월 응찰자는 하루 평균 7.12명을 기록했지만 지난 4~5일은 4.5명으로 2.62명 줄었다. 수원 6개 법원의 경우 11월 8.66명으로 다소 높았지만 지난 4~5일 6.04명으로 2.62명 감소했다.
당시 밤새 부동산 커뮤니티를 들락날락하며 당장 내일과 모레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다수가 입찰에 뛰어들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4일이나 5일 입찰 계획이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계엄 이슈에 경매법정으로 향하는 발을 돌린 수요자들도 상당했다는 것이 업계의 후문이다.
이재성 마이옥션 이사는 "하루 평균 2~3명이 감소한 것은 경매 시장 체감상 상당히 큰 하락으로 읽힌다"며 "시장이 불안하다는 점이 즉시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실거주 목적이든 투자 목적이든 본격적인 탄핵 정국이 오면 부동산 시장이 폭락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지갑을 쉽게 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이사는 통상 응찰자가 적은 금요일(6일)을 제외했을 때, 주말 후 경매법원이 문을 연 지난 9일부터는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6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되는 등 신속한 일상 복귀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단기간의 변화로 향후 부동산 시장 전체를 전망할 수는 없지만, 심리적 영향이 경매시장에도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