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며 보수진영의 '배신자 프레임'이 한동훈 대표에게 덧씌워지는 모양새다. 한 대표 측은 상식에 맞지 않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대표는 당대표 취임 후 5개월간 김건희 여사 문제 등으로 당정갈등이 끊이지 않았고,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국면은 당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와 정치적 결별의 결정적 트리거가 됐다. 탄핵 부결 당론과 달리 공개적으로 찬성 의견을 내면서 여당 내 이탈표를 추동했다면서 당내에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 당과 파열음을 내며 '배신자 프레임'에 갇혔던 유승민 전 의원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14일) 본회의 직후 이어진 국민의힘 긴급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책임을 두고 고성이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다수의 의원들은 한 대표가 탄핵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의 비상대책위원장·당대표 체제에서는 당정 불협화음이 잇따랐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 사과 요구(1월) △이종섭·황상무 인사조치 요구(3월) △김 여사 문자 읽씹 논란(7월)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한동훈 공격사주 논란 및 2026년 의대 정원 논란(10월) 등이다.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당론과 엇박자를 낸 것은 당정 갈등에 피로감을 느껴온 당내 주류로부터 한 대표가 당내 민심을 잃게 된 결정적 사유로 꼽힌다.
한 대표는 지난 12일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 직전 윤 대통령의 탄핵과 탈당·제명을 요구했다. '친윤'(친윤석열)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을 막기 위해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여론이 최악으로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간 원칙으로 제시해 온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한 대표는 권 원내대표의 당선부터 14일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표결되는 순간까지 '탄핵 찬성' 주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한 대표의 주장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당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여권 내 배신자 프레임은 한 대표에게 쏠리고 있다.
물론 한 대표 측은 황당해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탄핵 정국이 촉발됐고 이 과정에서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윤 대통령이 거부하면서 불거졌다는 것이다. 또한 윤 대통령조차 하야보다는 탄핵을 선택한 상황인데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이 문제가 되느냐는 반응이다.
하지만 한 대표가 처한 현재 상황은 지난 2017년 유승민 전 의원의 배신자 프레임과 판박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유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정책메시지 총괄단장을 맡는 등 박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친박 핵심들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탈박'(脫朴), '짤박'(짤린 친박)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회에서 정부 시행령을 가능하도록 한 일명, 국회법 개정 파동에 휘말린 유 의원을 '배신의 정치'로 규정했고 친박계는 유 의원의 사퇴를 압박했다. 이에 유 의원은 취임 다섯 달 만에 중도 하차했다.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비롯된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 유 의원은 김무성 고문과 함께 탈당을 주도하기도 했다.
당시 탈당파들은 유승민 비대위원장 체제를 요구했지만 친박계의 반발에 막혀 성사되지 못했다. 유 의원은 끝까지 새누리당에 남아 개혁을 하려했지만 결국 탈당을 선택했다. 이후 유 의원은 배신자 프레임을 넘지 못하고 2021년 대권주자 경선, 2022년 지방선거에서 낙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