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63%는 술이..." 통계로 나타난 사실들

입력 2024.01.15 10:50수정 2024.01.15 10:58
법의학자가 분석한 '대한민국 고독사'
고독사 시신 평균 26.6일 만에 발견
가족이 발견할 경우는 17.6일 걸려
"고독사 63%는 술이..." 통계로 나타난 사실들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고독사' 문제가 대표적 사회 문제로 자리 잡은 가운데, 50대 남성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학계에 따르면 나주영 부산대학교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실린 '법의부검 자료를 통한 대한민국 고독사에 관한 고찰' 논문에서 법의부검 자료로 분석한 고독사의 특징을 이같이 설명했다.

남성 고독사가 '여성의 5배'

고독사는 가족·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상태로 생활하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시신이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이번 연구는 법의병리학자인 나 교수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시행한 664건의 법의부검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법의부검 자료는 경찰의 수사 자료 및 부검 결과가 포함된 자료로서 죽음을 설명해 주는 가장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에 따르면 사망 후 3일 이상 지난 뒤 발견된 고독사 사례는 128건(19.3%)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108명으로 여성(20명)보다 5배 이상 많았다. 나이별로는 50대가 51명(39.8%)으로 가장 많았고 60대와 40대가 각각 30명(23.4%), 28명(21.9%)으로 뒤를 이었다. 20∼30대가 고독사한 경우도 8건(6.3%) 있었다.

이혼이나 별거 상태였던 사례가 약 절반을 차지하는 등 전통적인 가족 구조가 파괴된 경우 고독사가 주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독사 신고자는 이웃·건물관리인·임대인이 최다

사망 후 고독사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평균 기간은 26.6일이었고 숨진 뒤 1주일 이상의 기간이 지난 뒤 발견된 사례만 보면 80건(62.5%)으로 평균 기간은 39.9일이었다. 변색과 팽창되는 부패 단계에서 시신이 주로 발견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독사를 가장 많이 발견하고 신고하는 건 이웃 또는 건물관리인, 임대인 등이었다. 65명이 평균 29.7일 만에 이들에 의해 발견됐다. 가족이 시신을 발견하기까지는 평균 17.6일이 걸렸다. 복지 공무원에 의해서는 평균 12.3일 만에 발견됐고, 수도·전기·가스 검침 등 일상 공무 수행 중 발견한 경우를 포함하면 평균 67.8일이 걸렸다.

고독사의 경우 63%에서 0.03% 이상의 혈중알코올농도가 확인됐다. 0.03%는 현행법상 음주운전 단속 기준으로 자제력 상실, 판단력 감소 등으로 인해 술에 취한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다.

고독사 사망자들에게서 검출된 평균 알코올농도는 0.074%였다.

생전 사회적 고립 이유가 알코올 관련 문제로 파악된 사례도 43명에 달했다. 이 중 10명은 부검에서 사인이 파악됐는데 간경변증, 급성알코올중독, 만성알코올중독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 교수는 이와 관련해 "고독사와 알코올 장애에 대한 상호 유기적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라며 "10건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고독사 중 5명은 약물 중독으로 사망으로 약물 처방의 통합적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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