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깨문’은 No, ‘닭근혜’·‘쥐박이’·‘굥’은 Yes... 뉴스 댓글 논란

입력 2023.10.10 09:22수정 2023.10.10 16:30
‘대깨문’은 No, ‘닭근혜’·‘쥐박이’·‘굥’은 Yes... 뉴스 댓글 논란
포털 사이트 '다음'(Daum) 로고 [카카오 제공]
[파이낸셜뉴스]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 다음(DAUM)이 기사 댓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을 비판하는 표현인 ‘대깨문’을 인공지능(AI) 기반의 댓글 필터링 기능(세이프봇)을 통해 가려온 반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각각 비하하는 표현인 ‘쥐박이’, ‘닭근혜’와 윤석열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인 ‘굥’은 필터링 없이 그대로 공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깨문' 비속어로 가림처리한 다음.. 네이버는 "정치적 표현" 삭제 안해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에 따르면 현재 다음의 기사 댓글(타임톡)에 ‘대깨’, ‘대깨문’이 포함된 표현을 쓰면 세이프봇에 의해 자동으로 가림 처리된다.

세이프봇은 2020년 12월 다음의 댓글에 처음 적용된 기능으로, 욕설과 비속어를 포함하거나 게시물 운영 정책을 위반한 댓글을 AI 기술로 분석해 자동으로 필터링해낸다.

세이프봇은 욕설·비속어가 포함된 댓글 전체를 삭제해 음표 치환하거나 가림 처리하고 있다. 음표 치환된 내용은 삭제돼 확인할 수 없지만, 가림 처리는 클릭하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점이 다르다.

대깨문은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의 준말로, 문 전 대통령 강성 지지 세력을 비하하는 표현이지만 문재인 정권에 대한 극단적 지지를 비판하는 정치적 표현에 가깝다.

네이버의 경우에는 대깨문을 정치적 표현으로 간주해 관련 표현이 들어간 댓글을 자동 삭제·가림 처리하지 않는다.

다음, '쥐박이·닭근혜'는 가림처리 안해.. 정치적 논란 예상

반면 카카오가 동물로 사람을 비하한 ‘쥐박이’, ‘닭근혜’ 등의 표현은 비속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이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하·비판하는 표현으로 쓰이는 ‘굥’도 삭제·가림 처리되지 않는다. ‘굥’은 윤 대통령의 성인 '윤'을 뒤집은 것이다.

카카오는 정치 관련 댓글을 규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박 의원실은 카카오가 세이프봇에 적용할 증오 표현을 임의로 선정해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대깨문’을 포함한 정치적 표현을 상당수 규제 단어로 선정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내부 직원과 일부 전문가가 댓글을 규제하는 데이터 라벨링 과정을 거친 셈”이라며 “카카오의 댓글 규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전 검열 수준으로, 여론을 조작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그간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은 댓글 어뷰징(의도적 조작 행위)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기사 댓글에 어떤 단어를 삭제·가림 처리하는지 외부에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포털이 대깨문과 같은 정치적 표현을 AI 필터링 기능으로 조처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 "닭근혜, 쥐박이는 중립적 표현의 결합...반면 대가리는 비속한 표현"

이러한 논란에 관해 카카오 측은 “대가리는 동물의 머리를 의미하는 동시에 사람에 대한 비속어로 사용된다”며 “대가리가 포함된 ‘대깨’는 비속어로 판단해 해당 어휘가 포함된 경우 가리기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대가리’라는 표현 자체가 문제가 된 것”이라며 “사람에게 ‘대가리’, ‘아가리’, ‘주둥이’ 이런 표현은 비속한 표현이 되기 때문에 세이프봇이 자동으로 가림 처리를 하는 것이다.
‘대깨윤(대가리가 깨져도 윤석열)’이라는 표현도 가림 처리가 된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관계자는 “‘닭근혜’, ‘쥐박이’ 같은 표현 같은 경우에는 ‘닭’과 ‘근혜’, ‘쥐’와 ‘박이’ 등 중립적인 표현들이 결합된 표현이기 때문에 필터링이 되지 않는다”며 “이런 표현들을 가린다면 그게 정말 정치적인 게 될 것 같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카카오 측은 “정치적 해석과는 무관하다”라며 “‘문죄인’, ‘문재앙’, ‘개딸’, ‘이죄명’ 등의 단어는 가려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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