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제사에 이혼한 사람 오면.." 대법원 반전 판결

입력 2022.05.30 06:15수정 2022.05.30 09:47
"마을 제사에 이혼한 사람 오면.." 대법원 반전 판결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이혼 사실을 밝히며 '마을 제사에 오면 부정 탄다'고 발언했더라도 명예훼손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지역 공무원이었던 A씨는 2019년 1월 공공장소에서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면서 "이혼한 사람이 당산제 행사에 참여해 안 좋게 평가하는 말이 많았다"고 말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당산제는 호남·영남 지역에서 마을의 수호신인 당산신에게 마을의 풍요와 평안등을 기원하는 마을제사로 A씨는 "이혼한 사람 등이 행사에 참여하면 부정 탄다는 소문이 있다"는 말과 함께 이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다음날 저녁 같은 마을 주민 7~8명과의 저녁 자리에서도 "이혼했다는 사람이 왜 당산제에 왔는지 모르겠다"며 재차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1심은 "이혼 자체 만을 전달하는 것은 이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이 사라진 요즘 사회적 분위기를 볼 때 명예훼손이라 볼 수 없지만, A씨 발언은 이혼에 대한 부정적 표현 또는 비난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명예훼손에 충분히 해당된다"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역시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 발언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하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 단지 마을 제사 참여에 관한 의사표현에 지나지 않는다"고 봤다.

마을의 전통 행사인 당산제에 '이혼한 사람이 오면 부정 탄다'는 인식이 있음을 전제로 이 사건 발언을 한 것은 피해자의 이혼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 당산제 참석과 관련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언급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또 혼인 제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한 상황에서 A씨가 이혼 사실 자체 만을 언급한 것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떨어뜨린다고도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원심은 이 사건 발언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봤는데, 이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라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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