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이승환 기자 = "작년 추석과 비교해 손님이 3분의 1로 줄었어요."
'최장 5일 휴일'이 이어지는 추석 연휴 첫날인 30일 전통시장 상인들은 한숨을 쉬었다. 추석 연휴 첫날은 손님이 시장에 가장 몰리는 날이다. 그러나 손님 자체가 줄어들어 추석 특수가 느껴지지 않았다. "쪽파 한 묶음에 2000원"이라는 상인들의 흥정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 안. 영업 시작한 지 1시간 30분이 지났으나 시장 안은 한산했다. 손님이 전혀 없지는 않았으나 '추석 특수'로 보기 힘들다는 게 상인들의 말이다. 한가위 고객을 겨냥한 현수막도 보이지 않았다.
추석 연휴 첫날 오전 10~11시는 손님이 가장 바글바글하는 시간대다. 예년 같으면 그랬을 것이다.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신모씨(58)는 매장 안 의자에 앉아 바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기자가 다가가자 신씨는 마스크를 매만지더니 하소연을 쏟아냈다.
그는 "33년 장사하면서 이렇게 손님 없는 날은 없었다"며 "지금이 가장 많아야 할 시간대인데"라고 힘없이 말했다.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60대 여성 김모씨는 "작년 추석 때와 비교하면 손님이 3분의 1로 줄어들었"고 호소했다. 그는 "물가 상승으로 손님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며 "오늘 생선 1마리도 팔지 못했다"고 했다.
전통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었다. 가뜩이나 시장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소비' 침제 현상까지 시장통에 덮쳤다. 지난여름 장마에 태풍까지 몰아쳤다. 이 여파로 물가가 상승해 손님들은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시장 안에서 소규모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임모씨(66)도 "손님이 50% 줄어들었다"고 했다. 임씨의 매장 안에선 담배, 라면, 음료수 등이 진열됐으나 손님의 손길이 닿지 않고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했는데도 임씨의 얼굴에선 '침울한 기분'이 느껴졌다. 요즘 시장 상황을 묻는 말에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우리 가게뿐 아니라 여기 시장 사람들도 모두 힘들다고 한다"고 전했다.
정부는 나랏돈을 풀어 마련한 '2차 긴급 재난지원금'의 약 47% 수준인 3조7000억원을 추석 연휴 전인 23일부터 29일까지 지급했다고 밝혔다.
생산가게를 운영하는 김씨는 "재난지원금으로 무엇을 하라는 얘기냐"며 "물건 하나 안 팔리는데 여기 임대료도 내지 못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우리 뒤쪽 가게 월 일대료는 200만~300만원을 넘는다"며 “임대료라도 밀리지 않고 제때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