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신화'의 주역 임오경(49·더불어민주당) 광명갑 국회의원 당선인이 "국가대표 정치인이 되겠다"며 눈물로 다짐했다.
봄 기운이 완연하던 지난 4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임오경 당선인을 만났다. 4·15 총선에서 당선된 이후 오히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임오경 당선인은 피곤한 기색 없이 유려한 언변으로 30분 간 진행된 인터뷰를 막힘없이 소화했다.
임오경 당선인은 영화 '우생순'의 실제 모델로 잘 알려져 있다. 고교 2학년 때 처음 여자 핸드볼 대표팀에 승선했고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의 주역이 됐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수확했다. 아테네 올림픽이 우생순의 배경이다.
일본에서만 14년 간 선수 생활을 했던 해외파 임오경 당선인. 귀국 후에는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학구파이기도 하다. 2008년 새로 창단한 서울시청 여자 핸드볼팀 감독으로 부임한 뒤에는 2016년 여성 지도자로 최초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번에는 정치인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임오경 당선인은 인터뷰 중 공병과 폐지를 모아 생활하는 할머니를 만났던 일, 유세 마지막 날 지지자들의 응원을 떠올리며 눈물을 보였다. 그러면서 "넘어진 동료의 손을 잡아줬던 것처럼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손을 잡겠다"며 "국가대표 정치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임오경 당선인과 일문일답이다.
-당선 축하드린다. 스스로 당선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첫 번째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많았고, 그 다음으로 내 노력이 조금 있었다. 코로나19 국난 극복을 바라는 이유도 있다. 국민들의 아픔을 씻어주고 빨리 위기를 이겨내 경제를 살려달라는 바람에서 당선된 것 같다.
-스포츠인 출신 정치인으로서 앞으로 펼치고 싶은 정치의 모습이 있다면.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 답은 국회가 아니라 현장에 있는 것 같다. 현장을 많이 찾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현장에서 소통하면서 결과적으로 국회에서 답을 만들어내는, 그래서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유세 현장에서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들어보고 싶다.
▶45일간 정치 신인으로서 선거운동을 했다. 남들이 갈 수 없는 곳까지 찾아갔다. 그분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했다. 눈으로 보면서 느낀 점이 많다. 내가 49년간 살아온 인생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상중하로 나뉘는 부분이 많더라. 웃음을 자아내는 분과 눈물을 흘리는 분, 허리를 구부린 분과 허리를 편 분들. 그런 분들을 안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면 좋은 전투를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공병과 박스를 모아서 삶을 영위해 나가는 어른들이 많더라. 할머니 한 분이 리어커를 끌며 횡단보도를 건너시는데 30초 신호 동안 지나가지 못하시더라. 그래서 중간에 할머니를 도와 리어커를 끌고 길을 건넌 뒤 박스를 다시 정리해드렸다. 그분이 "고맙다"고 하시는데 눈물이 왈칵 나더라.
또 한 번은 식당에서 한 아이가 식사를 다 했는데 자리를 떠나지 않더라. 그 아이의 부모님이 나를 잡더니 아이가 나랑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더라. TV에 나오는 것도 봤고, 거리 유세를 보고 알게 됐다면서 사진을 찍자고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운동선수 출신 임오경이 무엇을 할 수 있냐는 말들을 많이 하셨다. 그러던 중 출근길, 퇴근길에 인사를 하는데 그 안에서 엄지척을 해주면서 내 손을 잡아주시는 분들이 있더라. 그 손 한 번, 한 사람의 응원에 두 시간 동안 눈물이 흐르더라.
18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면서 선거 운동이 끝날 무렵 점점 엄지척이 많아지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희로애락을 느꼈다. 마지막 날 유세 현장 아침 출근 인사 때는 한 시간 반 동안 울면서 인사를 했다. 작은 것 하나에 행복을 느낄 수 있구나 싶더라. 그런 부분 때문에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눈물을 보이며) 그 때 생각을 하니까 다시 눈물이 난다.
-핸드볼과 정치에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공통점은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라는 점. 핸드볼이라는 팀 스포츠 안에서는 '작은 정치'를 했던 것 같다. 감독 땐 이 선수를 어떻게 만들어야 우리 팀에 도움이 돼 승리할 수 있을까, 선수 때는 코칭스태프가 나한테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그 때는 '원 팀'이 이루어졌을 때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제는 작은 정치에서 큰 정치를 할 때가 된 것 같다. 큰 것부터 시작하면 내려오게 돼 있는데 작은 정치를 경험한 것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넘어진 동료의 손을 잡아줬던 것처럼 정치에서도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희생하고 앞장서야 한다. 그런 것이 공통점이다.
다른 점은 잘해도 욕 먹고 못해도 욕 먹는 점. (웃음) 핸드볼은 규모가 작지만 정치는 그렇지 않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해도 반대 쪽에서 문제가 또 발생할 수 있다.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하는데, 나 혼자 할 수 없다는 것도 다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우생순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나. 3가지만 꼽아달라.
▶올림픽 금메달 획득했을 때 좋았다. 여성 지도자로서 첫 우승을 하고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았을 때도 정말 행복했다. 또 하나는 정치 신인으로서 이번에 당선이 됐을 때다.
금메달은 (손으로 동그라미를 만들며) 이만한데 국회의원 배지는 작지만 금메달보다 더 커 보이더라. 나 자신이 행복했다기보다, 선거 캠프에서 나를 믿고 도와준 분들과 지지해주신 분들께 보답한 것 같아 행복했다.
하나를 더 꼽으라고 하면, 올림픽 출전 한 번을 포기하면서(2000년 시드니 올림픽) 딸을 낳았는데, 그 딸과 함께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 부분. 그렇게 네 가지를 꼽고 싶다.
-광명갑에서 꼭 이루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광명을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도시가 아니라 찾아오는 도시로 만들고 싶다. 내 장점을 살려 '스포츠·문화·예술 국제화 도시'를 만든다면 많은 분들이 광명시를 찾아주겠구나. 지금은 광명동굴과 이케아 정도인데, 스포츠 문화 인프라를 조성하고 확장해 더 많은 분들이 찾아오는 국제화 도시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요즘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국내 이슈는 무엇인가.
▶가장 큰 것은 역시 코로나19다. 사람들이 외부 활동을 기피하고 무기력해지는 모습을 볼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SNS를 통해 대화하고 소통해야 했고, 자기 감정을 글로 표현하면서 상처받기도 했다. 총선으로 지지자들 간 충돌도 많이 생겼다. 그런 모습에서 빨리 벗어나 마음의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하나. 올해는 올림픽의 해였는데, 스포츠 후배들이 4년 동안 준비했는데도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선배로서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재난이자 세계적인 재난이니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내면을 도모해 1년 동안 더 준비를 잘 해줬으면 좋겠다.
-운동선수 출신이라는 편견을 극복하는 것도 과제일텐데.
▶운동을 하면서 '운동하는 사람은 가난하다, 공부를 못해서 운동하는 거다'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대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대학에 가서는 올림픽 메달을 획득해 외국에 나가서 언어를 배우겠다고 생각했다.
원래는 유럽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일본에서 제안이 워낙 많아 일본을 먼저 갔다. 한 시즌을 치르고 유럽으로 갈 계획이었지만 이듬해 감독이 되면서 딸린 식구들이 많아져 결국 14년 동안 일본에 있었다. (임오경 당선인은 24살 때부터 선수 겸 감독으로 활동했다)
일본에서는 기업 회장들과도 많이 어울렸다. 그 과정에서 사회 생활 등 많은 것을 배웠다. 해설도 일본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런 부분을 모르다보니 귀국한 나에게 '운동 선수가 왜 화장해요, 왜 옷을 잘 입어요, 얼굴이 왜 하얘요'라고 물어봤다.
난 원래 꿈이 디자이너였기 때문에 옷에 관심이 많았다. 핸드볼은 실내 스포츠라 얼굴이 탈 일이 없고 타고나길 하얀 피부다. 모두 운동선수에 대한 편견이었던 것이다.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번 선거에서 스포츠인을 대표해 당선된 것이 하나의 희망 메시지가 됐다고도 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믿음과 신뢰를 드리고 싶은 임오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