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과학적이지 않지만 소변 줄기를 자존심으로 생각하는 남성들이 많다. 시원하게 소변을 보고 나면 자신감이 쑥쑥 올라온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예전 같지 않은 소변 습관에 풀이 죽기 일쑤다. 회사 일에 치이고 아이들 학비에 허리가 휘는데, 소변 줄기마저 내 마음 같지가 않다.
병원에서 전립선비대증을 진단받은 남성들은 "나도 이제 늙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호소한다. 전립선비대증은 요도(소변이 지나가는 몸속 관)를 둘러싸고 있는 전립선이 안쪽으로 커지면서 발생한다. 요도가 막히다 보니 제때 소변을 보기 어렵다.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고 찔끔 나오기도 한다.
이때 억지로 소변을 보기 위해 방광에 힘을 주면 자주 화장실에 가야 하는 빈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전립선이 크다고 무조건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소변을 볼 때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사람 몸속 세포는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면서 균형을 맞춘다. 죽는 것보다 만들어지는 세포가 많으면 전립선이 더 커진다. 남성 호르몬의 영향이다. 간혹 20~30대 젊은 남성들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데, 검사 결과에서 다른 질환이 원인으로 밝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소변을 보는 시간과 양을 꼼꼼히 적는 배뇨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병원에서는 소변 줄기와 양을 확인하는 요속검사를 받게 된다. 이 검사에서 방광에 가해지는 압력이 큰데 반해 소변 줄기가 약하면 요도가 닫히는 폐색 증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검사법 중 직장수지 검사는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전립선 크기와 딱딱한 정도를 직접 확인하는 방식이다. 전립선암과 전립선염을 진단할 때도 사용하는 검사법이다.
초음파는 전립선 크기와 모양을 정확히 파악할 때 선택한다. 전립선이 커져 있거나 암과 염증이 의심될 때는 PSA(전립선특이항원) 수치를 확인한다. 환자 증상에 따라 2~3개 검사를 함께 진행한다. 의학기술 발달로 치료 방식도 수술 대신 약물치료가 많아졌다. 알파차단제나 남성호르몬억제제 등을 복용하면 전립선 크기가 줄어들고 소변을 보기 편해진다.
약물치료 후에도 잔뇨 또는 재발성 혈뇨(피가 섞인 소변), 재발성 요로감염, 방광결석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수술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수술법은 전립선을 긁어내는 경요도적 전립선절제술(TURP)이 흔했지만, 최근에는 레이저를 이용하는 방식이 많아지는 추세다.
일부 남성들 사이에서는 치료 후 성기능이 떨어진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있다. 의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다. 김장환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수술 후 역행성 사정이 이뤄져 정액이 몸 밖으로 나오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주치의와 충분히 상담하면 후유증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립선비대증은 암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다. 다만 소변을 제때 배출하지 않으면 몸속에서 썩어 전립선염이 생길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술과 담배를 끊고 섬유소가 많은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면 건강해진다. 다만 이 질환을 완전히 예방하는 건 어렵다.
김장환 교수는 "소변이 남은 것 같은 잔뇨감이나 참기 힘든 절박뇨 증상이 자주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치료가 빠를수록 예후가 좋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