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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김혜자 잇는 국민엄마? 아유, 난 그냥 우리딸 엄마" ①

2024.02.11 07:30  
배우 김미경 / 씨엘엔컴퍼니 제공


배우 김미경 / 씨엘엔컴퍼니 제공


배우 김미경 / 씨엘엔컴퍼니 제공


웰컴투 삼달리 스틸컷 / SLL 제공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국민엄마? 내가 무슨, 난 그냥 우리 딸의 엄마예요."

배우 김미경이 활짝 웃었다.

1985년 연극 '한씨연대기'를 시작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김미경, 그는 요즘 다수의 작품에서 인자하고 따뜻한 어머니 역할을 도맡으며 김혜자의 뒤를 잇는 '국민엄마'로 불리고 있다.

지난달 종영한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서는 사고뭉치 세 딸을 키우면서 제주 바다를 주름잡는 해녀 엄마로, '이재 곧 죽습니다'에서는 아들을 앞세워 보낸 엄마의 슬픔을 그리며 시청자들의 '눈물버튼'이 되었다. 삼달이, 이재 및 '사랑한다고 말해줘'의 모은이의 어머니이자 시청자들에게도 '엄마'로 불리고 있는 김미경.

그는 엄마가 아닌 역할이면 다 좋다고 웃으면서도, 어느덧 자신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엄마' 배역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연기를 전하고 싶다고도 했다.

김미경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품이 쏟아지는 시기다. '웰컴투 삼달리'를 마쳤는데.

▶일이 없으면 몇개월 동안 없다가 한 번에 몰린다. 그게 그렇게 되더라. 나는 제주도를 너무 좋아한다. 제주도 올로케 드라마라고 해서 무조건 한다고 했다. 드라마 내용도 따뜻하고 내가 맡은 인물도 너무 좋더라. 딸들은 진상이지만, 너무 좋아한다.(웃음) 제주도에 너무 오래 있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우리 해녀들이 있는 곳, 우리집이 있던 곳이 너무 그리워서 한 번 더 가보려고 한다.

-주인공의 엄마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미자로서의 이야기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부미자가 이런 이유로 죽었구나' 알게 되는데 그 장면은 다시 봐도 마음이 아프다. 보통 엄마는 엄마로서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삼달리'는 분명한 내 이야기가 있어서 재미있었다. 조금 더 많이 생각하고 몰입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한국 대표 엄마로 꼽힌다.

▶민망해죽겠다.(웃음) 작품마다 많은 엄마가 나오지만 환경도 다르지만 캐릭터도 다르고 그러지 않나. 애는 쓰는데 기본적으로 엄마만 두고 봤을 때는 우리의 엄마, 오롯이 자식을 생각하는 우리의 엄마를 기본으로 가지고 생각을 한다. 내가 내 자식을 바라보는 엄마로서의 나를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

-국민엄마라는 타이틀 때문에 더 조심스러워진 것이 있나. 김혜자 배우를 잇는다는 평가도 있다.

▶나는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런 건 없다. 국민엄마는 너무 쑥스럽다. 나는 그냥 내 딸의 엄마인데.(웃음)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건 너무 감사한 것이지 않나. 아직 그런 내공, 그런 호칭을 들을만큼의 경지는 아닌 것 같다. 김혜자 선생님을 보면 감히 뭐.(웃음)

-실제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한데 어떤 엄마인가. 엄마의 연기에 대한 딸의 반응도 궁금하다.

▶나는 친구 같은 엄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의 모은이 엄마가 굉장히 아이를 존중해주는데 나도 그러고 싶다. (실제 딸은) '삼달리'에서 오열한 것, '이재' 영안실 신을 밥 먹으면서 보다가 하도 꺽꺽 울어서 체했다고 하더라. (웃음) 우리 집에 (배우) 친구들이 많이 놀러 오니까 딸에게는 졸지에 수많은 예쁜 '언니'들이 생긴 거다. 어느 날은 '내 엄마야!' 하더라.(웃음) '맞아 난 네 엄마야' 라고 했다. (배우들이) 내가 없이도 집에 와서 놀고 가기도 한다.

-엄마 연기는 어떻게 시작했나. 최근 '닥터 차정숙'처럼 동생 나이의 딸이 생기기도 하는데.

▶엄정화씨는 나랑 여섯살 차이 난다. 분장하고 그러면 된다고 하더라. 내가 마흔 초반에 류승범씨 엄마 역할을 했을 때 '내가 벌써 엄마를?' 하면서 고민은 했다. 하지만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깊이 고민하지는 않았다. 스물여덟살 즈음에 팔십노인도 연기했는 걸. 연기자인데 굳이 선을 긋나 싶더라. 그런데 오히려 주변에서는 '억울하지 않냐'고도 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난 연기자인데. '내가 엄마를 한다고?' 보다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싶었다.

-엄마 역할 말고 해보고 싶은 역할은.

▶엄마 역할 빼고 다. (웃음) 연기자인데 뭐, 그 어떤 역할이든 다 해보고 싶다. 극단적인 것도 해보고 싶다.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귀신이어도 상관 없다.(웃음)

-어떤 역할이든 좋다고 했는데 그래도 망설이게 되는 역할은 무엇인가.

▶내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인물, 대체 어떤 인물인지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람, 또는 있는 듯 없는 듯 왜 있는지 모르겠는 인물은 안 하려고 한다. 그런 건 '제가 몰라서 못하겠다'고 하는 경우다.

-주인공, 비중이 큰 배역에 대한 욕심도 있었나.

▶역할을 가리지 않고 하다 보니 작은 역할도 하고 큰 역할도 하고 특별출연도 할 수 있다. 배역에 욕심을 냈다면 더 따졌겠지. 하지만 나는 그런 마음이 애초부터 없었던 것 같다.

-이른 나이에 엄마역할을 맡았을 때도 있었지만 나이와 배역이 맞아 떨어지며 배역과 함께 나이를 먹는다는 느낌도 있을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살아온 인생이 그만큼 있을테니 폭이 더 커지지 않았을까. 내가 배역의 나이이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이제 할머니 역할도 하게 되겠지. 이번에 ('삼달리'에서) 하율이를 만났는데 처음에 '할머니'라고 해서 '언니'라고 하라고 했다.(웃음) 하율이가 언니라고 부른다. 그 전에도 할머니 역할도 많이 했고 싫지도 않고 경계도 안 한다.

-'김미경 배우만 나오면 눈물버튼'이라는 시청자 반응이 많다.

▶'내 진심이 닿았구나, 다행이다' 그런 마음이다. 모든 엄마의 마음은 똑같고 불변이라고 생각한다. 눈이 감정을 다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마음을 먹으면 그 마음이 고스란히 나온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엄마가 떠오른 순간도 있나. 어떤 딸이었나.

▶나의 엄마도 떠오른다. 어릴 때 나는 장난이 심하고 위험한 짓을 많이 해서 맞기도 했다. (웃음) 나는 내 딸에게는 거짓말, 도둑질 빼고 다하라고 했다. 못한게 많아서 엄마에게 나중에 따졌다.

-배우가 된 것에 대한 어머니의 반응은.

▶극단에 들어가서 포스터를 붙이고 다니는데 우리 엄마가 그걸 보고 한숨을 쉬었다. 반대는 안 하셨다. 내가 반대한다고 안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무대에 오르는 날 엄마를 초대했다.
처음에 보시더니 '얘 병정놀이하는 것 같다'며 웃으시더라. 그 후로는 공연이 끝날 때마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주신다. 예전에는 내가 엄청 마른 편이었는데, 마른 애가 무대에서 구르는 걸 보면 잘 먹여야겠다고 싶었다고 하시더라. 지금 내가 영화나 방송 나오는 걸 보시면 너무 좋아하신다.

-딸이 '국민엄마'가 된 것에 대한 어머니의 반응은.

▶우리 엄마는 너무 좋아하시지, 어떻게 우리 집안에 너같은 아이가 있니 하면서 좋아하신다.(웃음)

<【N인터뷰】②에 계속>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