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쉼표를 지우고 1234일, 약 3년4개월 만에 돌아온 '개그콘서트'가 부활을 알렸다. 신선한 웃음을 예고했던 '개그콘서트'는 다채로운 코너로 웃음을 채웠으나, 일부 식상한 개그를 선보이기도 했다.
12일 오후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3년4개월 여 만에 부활, 힘찬 새출발을 알렸다. 코미디언들은 지난 2020년 프로그램이 종영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그냥 고향이 없어진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가족보다 더 많이 보던 동료들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라고 안타까웠던 심경을 전했다. 제작진은 '하지만 우리가 찍은 건 마침표가 아닌 쉼표'라며 '3년4개월하고도 20일, 오늘 다시 1051회'라고 해 '개콘'의 부활을 알렸다.
이후 '개콘' 제작진과 코미디언은 많은 이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2023 봉숭아학당'을 시작으로 '금쪽유치원', '니퉁의 인간극장', '진상조련사', '숏폼 플레이', '형이야', '대한결혼만세', '볼게요', '데프콘 닮은 여자 어때요?', '우리 둘의 블루스', '팩트라마', '내시 똥군기', '바니바니', '소통왕 말자 할매' 등 다채로운 성격을 띄는 14개의 코너를 선보였다.
그중 '진상조련사'는 최근 문제로 떠오른 진상(뻔뻔하게 굴며 직원에게 막 대하는 손님을 이르는 말)을 소재로 삼아 이를 풍자하며 공감을 사는 동시에 웃음을 선사했다. 만화적 연출을 코너에 녹여낸 '우리 둘의 블루스'는 신선함으로 흥미를 돋웠고, '바니바니'는 출연자인 김혜선 남편 스테판의 예상을 뛰어넘는 예능감으로 '빅 재미'를 줬다. 김영희의 재치가 돋보인 '소통왕 말자 할매'는 '개콘'의 엔딩을 장식할 만큼 농도 짙은 재미를 줬다는데 이견이 없다. 또한 유일하게 사전 녹화분으로 선보인 '내시 똥군기' 역시 풍자적 성격이 짙은 웃음을 줘 눈길을 끌었다.
다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개그콘서트'는 다양한 시도를 했으나 '비하 개그'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숏폼 플레이'에서도 출연자 간 비주얼을 비교하는 장면을 통해 웃음을 주려는 시도가 있었고, '형이야'에서 정태호는 아내와 방청객의 외모를 '디스'하는 발언을 개그로 포장했다. '데프콘 닮은 여자 어때요?'는 아예 외모 비하 개그를 내세워 웃음기를 거뒀다.
그럼에도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떠오르는 건 단단하게 준비하고 돌아온 '개콘'의 제작진과 코미디언들의 여러 노력이 돋보인 덕이다. '개콘'은 웹콘텐츠에서 흥행한 소재와 캐릭터를 프로그램에 끌어들이고, 신인급들을 과감하게 기용했다. 정범균, 김원효, 이광섭, 송병철 등 중견 코미디언들은 이른바 '받치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으며 코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힘을 쏟았다. 제작진과 코미디언들의 '오픈 마인드'가 엿보이기에, 향후 개선점을 보완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또한 '개그콘서트'에는 또 다른 과제가 주어졌다. '공영방송'이라는 틀과 웹예능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을 공략할 자극적 웃음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 해야한다는 것. 특히나 1051회는 그러한 과제가 눈에 보이는 회차였다.
한편 지난 1999년 론칭한 '개그콘서트'는 21년 동안 방송된 국내 최장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었으나,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와 함께 코미디 트렌드 변화로 인해 종영을 맞았다. 이후 3년 만에 부활, 매주 일요일 오후 10시40분 방송된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