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한 용인시 처인구 지역 온라인 카페에는 '아침에 에버랜드 가겠다고 하남에서부터 걸어왔다는 중학생 2명'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우리 집 쪽은 버스도 2시간에 한 번 다니는 외진 곳에 있는 단독 주택인데, 엄마가 아침부터 나와 보라고 해서 나왔는데 마당에 웬 중학생 남자아이 두 명이 있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남학생들은 A씨 어머니가 준 고구마를 먹고 있었고, 어머니는 A씨에게 "얘네들 에버랜드 데려다주고 와"라고 부탁했다. 사정을 들어보니, 이날은 남학생들이 다니던 학교에서 현장 체험학습으로 에버랜드에 가는 날이었는데 중간에 길에 길을 잃은 것이었다.
A씨가 "학교에서 단체로 (현장 체험학습) 가던데 왜 여기 있느냐"고 묻자, 남학생들은 "하남에 있는 ○○중학교 다니는데, 현장 체험학습 장소가 에버랜드라서 반 애들끼리 하남에서 에버랜드까지 걸어오면 7만원 내기했다"고 밝혔다.
네이버 지도에 따르면 경기도 하남시에서 에버랜드까지는 큰길로 12시간 22분이 소요된다. 총 45㎞이며, 횡단보도는 무려 83개를 건너야 한다.
이 두 학생은 밤새 고속도로와 터널을 지나 걸어왔다가 에버랜드에 다다를 때쯤 길을 잃었고, A씨의 어머니는 헤매고 있던 학생들을 발견해 집으로 데려왔다.
이에 A씨가 학생들에게 차로 데려다준다고 하자, 학생들은 "친구들과 약속했으니 걸어가겠다. 근데 길을 모르겠다"라고 거절했다. 결국 A씨는 산책 겸 학생들을 걸어서 데려다주고 왔다.
A씨는 "오랜만에 이렇게 순수하고 이 나이 또래에서만 생각할 수 있는 행동이어서 귀엽고 걱정됐다. 아침에 드라마 한 편 찍은 느낌이었다"라며 "에버랜드까지 11시간 밤새 걸어왔다더라. 위험하게 고속도로로. 심지어 아이들 둘 다 검은 옷이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가면서 선생님과 부모님께 전화드렸고, 저도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말라고 잔소리했다"며 "가는 길에 음식 먹어서 힘이 났는지 '아줌마 여기 동네도 괴담 같은 거 있어요?'라고 묻는데 귀여운데 참 복잡한 심경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쯤 에버랜드 안에 있을 텐데 졸려서 잘 놀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너무 위험하니까 다음에는 이런 일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