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초등학생들이 자신의 건물을 통학로로 이용한다는 것을 알게된 건물주가 임대 수익을 포기하고 건물을 뚫어 길을 내 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1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주 인후동에 거주하는 박주현(55)씨가 운영하는 상가 건물에는 과일가게와 야채가게 사이에 기다란 통학로가 있다. 이 길은 인근 아파트 초등학생들이 통학로로 이용하기도 하고, 주민들의 지름길로 통하기도 한다.
이 통학로는 2013년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박씨는 주차장이었던 해당 부지에 건물을 짓기 위해 쇠 파이프를 둘러놓았다가, 하루 200~300명의 아이들이 쇠 파이프 밑으로 이동하는 것을 발견했다.
박씨는 "여기를 막아 상가를 세워버리면 아이들은 어떡하나 고민 끝에 상가 내부를 뚫어 통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통로는 약 99㎡로, 평수로 따진다면 약 29평에 달하는 넓은 공간이다. 만약 이곳을 메워 세를 놓았다면 다달이 100만원, 연간 1200만원 가량의 임대 수익이 발생할 수도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박씨와 그의 아내는 고민 끝에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통학로를 만드는 길을 택했다.
이 길 덕분에 동네 아이들은 차가 지나다니는 이면도로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학교로 갈 수 있게 됐다. 통로 앞뒤로 '인후초등학교 가는 길'과 '아파트 가는 길' 푯말도 박씨가 직접 만들어 붙였다.
박주현씨는 "하루에도 수백명의 아이들이 이 통로를 지나가는 걸 볼 때면 마음이 뿌듯하다"며 "어린이보호구역 사고 등 어린이 교통사고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픈데,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날 수 있는 길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