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대구 달서구 두류동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25일 거푸집 설치 작업을 하던 중 5m 난간 아래로 추락해 숨진 노동자 A씨(60대)의 유가족은 "이날이 아버지 생신이었다. 원통하고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26일 전국건설노동조합 대구경북건설지부 안전시설물을 미설치한 원청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현장에 참석한 A씨의 막내 딸 B씨(35)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 아버지 생신이었다"면서 "아버지는 출근하기 전 어머니에게 '갔다올게'라는 말을 하고 집을 나섰다"면서 "아버지가 퇴근하면 가족끼리 모여서 케이크와 함께 저녁밥을 먹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시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병원으로 갔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는 평소 술을 마시지도 담배를 피시지도 않는 가장으로서 열심히 일만 하셨던 분"이라면서 "지난주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매우 건강하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현장에 설치된 CCTV 화면이 정확하지 않아 사고의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아버지에 대해 부검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우리 가족은 아버지 부검을 반대하고 있다"면서 "억울하게 돌아가신 것도 원통한데 부검까지 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덧붙였다.
전국건설노동조합 대구경북건설지부는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단체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9개월이 지났지만 노동자가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법이 규정한 안전발판과 추락방호망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면서 "그동안 원청사에 안전미조치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를 했지만 '단가가 맞지 않다' 등의 이유로 설치를 해주지 않았고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월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막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수직재·수평재·가새재를 견고하게 연결하는 구조가 되도록 설치해야 한다. 또 추락방호망도 작업면으로부터 가까운 지점에 설치해야 한다.
건설현장 관계자는 "원청사들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건설현장에 안전발판 설치 의무를 잘 지키지 않는다"면서 "노동자들은 안전발판 없이 지지대를 밟고 작업을 하기 때문에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가 아래로 떨어져도 추락 방지를 위한 추락방호망이 설치되어 있으면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는 추락방호망도 설치되어 있지 않아 노동자가 숨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이 부검을 반대하고 있지만 수사상 필요하다고 판단해 부검을 결정하게 됐다"면서 "현재 검찰 측에 부검을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 확인 결과 추락방지시설이 미흡했다고 판단,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