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문재인 정부의 '친(親) 페미니스트' 정책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 후보 측은 '2030 남성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라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해당 게시글에는 "여성을 버리고 가겠다는 선포"라는 등 비판 댓글과 옹호하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SNS에 "한번 함께 읽어 보시지요"라며 '홍카단이 이재명 후보님께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공유했다. 이 글은 전날(9일) 디씨인사이드 '이재명 갤러리'에 게시됐으며, '홍카단'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홍준표 의원 지지자를 일컫는 말이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선거대책위원회 참석자들에게 '딴지일보'에 게시된 '2030 남자들이 펨코에 모여서 홍을 지지한 이유'라는 글을 공유한 데 이어 공개적으로 같은 취지의 글을 공유했는데 사실상 당 차원의 인식 전환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글의 작성자는 "민주당을 보면 골룸이 떠오른다"며 "절대반지를 운 좋게 한번 손에 쥐었는데 알고보니 운영할 능력도, 의지도, 노력도 없고 선언적 구호와 말은 넘쳐나는데 뭐하나 제대로 해내는 게 안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승리하려면 지금 뭐가 필요할까. 당신들의 문제를 똑바로 봐야 할 시간이 한 번 필요하지 않겠나"라며 "핵심은 페미니즘과 부동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을 '페미니즘과 부동산은 볼드모트가 돼 감히 입 밖에도 꺼내지 못하는 겁쟁이들과 그 겁쟁이들을 만들어낸 볼드모트들만 그득그득한 정당', 페미니즘은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젊은세대 2030을 보수정당의 화신으로 만들어준 주인공'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정부여당에 포진된 여성운동가 출신의 정치인들, 여성 커뮤니티의 일상적인 남성 비하, 군인 비하, 셀 수도 없이 쏟아지는 온갖 혐오적인 발언, 여기에 염증을 느껴 특히나 1020에서 민주당 혐오자가 속출하는 것을 솔직히 받아들여야 할 때도 되지 않았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을 향해 우리의 문제를 왜 해결하지 못하냐고 같이 분노해야 할 하나의 집단이 둘로 갈려 서로 싸우고, 그렇게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대통령은 방관, 그러는 사이 청년들은 죽어나가고. 이게 문재인식 청년문제 해법 아니었나"라고 꼬집었다.
작성자는 "페미니즘을 멈춰달라는 상식적인 목소리가 극단적인 목소리로 치부돼선 안 된다"며 "(이 후보가)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주셔야 한다"라고 했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가) 그동안 기성 정치권에서 2030을, 남성의 목소리를 어떻게 대했느냐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이들을 기성세대가 알려주거나 견인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자는 취지로 선대위 회의에서도 말했고, 이 글도 그런 차원에서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 페미니즘' 주장에 대해 "동의한다는 취지는 아니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논란의 여지는 있을 만한 내용이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회피해서는 안 된다. 정치는 주권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그들의 불만이 있는 게 현실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며 " 논란을 외면하거나 우회하지 않고, 필요한 일이라면 논의를 활발하게 해 숙의 과정을 거쳐서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후보의 SNS에 글이 게시된지 50여분 만에 26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 이용자는 "결국 여성을 버리고 가겠다는 선포"라며 "민주당에서 주 지지세력이던 여성 표가 점점 낮아지는 상황속에서 버려도 된다는 그 생각으로 뭘 어떻게 이룰지 모르지만 힘내길 빈다"고 했다.
다른 이용자는 "이번 대선은 지금 스탠스로는 필패"라며 "포스팅 내려라. 부끄럽다"고 했다.
반면 응원글도 적지 않았다.
또 다른 이용자는 "공감이 된다. 특히 민주당이 절대반지를 얻은 골룸 같다는 말"이라며 "요즘 이재명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된 이후 민주당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격려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