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지금이 랠리를 위한 기회일까요, 아니면 2018년 1월의 재시작일까요."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1개월 새 약 40% 폭락했다. 지난 4월 14일 6만4414달러(약 7140만원, 코인마켓캡 기준)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1일 오전 8시45분 3만7430달러(약 4149만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날 소폭 상승했지만 일주일 넘게 4000만원선을 횡보하고 있다.
비트코인 상승장과 맞물려 적게는 몇 배, 많게는 수백 배까지 뛰어올랐던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도 덩달아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장에 조성된 공포 분위기에 투자자들이 패닉셀링(panic selling, 공황매도)을 이어가면서다.
소위 '멘붕'에 빠진 암호화폐 투자자 사이에선 암호화폐 시세가 회복하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비트코인 랠리가 '가즈아' 광풍이 불었던 지난 2017년 말~2018년 초와 유사한 모습을 띤다고 우려한다. 반대로 상승의 여지가 남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하락장은 추가 랠리를 위한 다지기일까, 역대급 하락장의 재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까.
◇비트코인 등락 반복한다지만…'역대급 규모' 단기 하락장에 투자자 '멘붕'
비트코인은 역사적으로 등락을 반복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증시와 비교해 그 규모가 작고 상한선이 없어 규제, 업무협약 등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일부 암호화폐 시세가 하루 새 수십퍼센트(%)~수천%까지 오르내리는 배경이다.
비트코인 투자 광풍이 불었던 지난 2017년 이전에도 수십%의 하락장은 존재했다. 일례로 2013년 4월10일~12일 총 3일간 비트코인은 83% 하락했다. 폭락장이 나타나기 전 비트코인은 2주간 급등했는데 가격이 오르자 이익실현을 하려는 투자자가 증가하며 가격 역시 주저앉았다.
이번 하락장은 지난 2013년 만큼의 급락장은 아니지만, 단시간 이뤄진 역대급 규모로 꼽힌다.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4월14일부터 5월17일 사이 6만4706달러에서 3만1663달러까지 60.8% 하락했다. 이번 하락장은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전기차 결제수단에 비트코인을 추가한 것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것이 주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석가탄신일이었던 지난 5월19일 암호화폐 시장은 최악의 단기급락과 반등을 보였다. 당시 비트코인 국내 거래가는 5000만원선이 붕괴되면서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글로벌 암호화폐 매체 디크립트(Decrypt)는 19일 비트코인 하락장의 원인에 대해 Δ로이터가 중국의 암호화폐 금지를 사실보다 자극적으로 보도한 점 Δ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비트코인 매도 암시 Δ레버리지 포지션 청산 Δ테더 준비 자산 부실에 대한 불안감 Δ대다수 미국인이 세금을 보고하는 마지막 날이 5월17일이기 때문이라는 5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천당'에서 한순간에 '지옥'을 맞이한 투자자들은 암호화폐 시세 전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그래프가 지난 2017년 말~2018년 말과 비슷하다고 주장하며, 또다시 긴 겨울을 보내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표현하고 있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은 여전히 단기적으로 약세"라며 "고래들의 덤핑(매도) 지표는 지난해 3월 대폭락 이후 1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고, 고래들은 거래소에 비트코인을 계속해서 거래소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비트코인을 개인지갑에서 거래소로 옮기는 것은 이를 매도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다시 한번 비트코인 가격이 추락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이번 폭락장 가즈아 열풍 때와 달라…반등 여지 남아있어"
다만 이번 하락장은 지난 2018년 폭락장 때와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는 조재우 한성대학교 산업협력단 교수와 현재 암호화폐 시장 상황을 분석한 '온체인 시장 분석 보고서-우리는 어디에 서있는가'를 통해 향후 비트코인 시세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측은 암호화폐 시장 전망을 차트, 개인적 경험 등이 아닌 온체인 지표(비트코인 블록체인 상의 존재하고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표화한 것)를 기반으로 분석했다.
고팍스와 조재우 교수는 크게 ΔSOPR(Spent Output Profit Ratio) ΔNUPL(Net Unrealized Profit/Loss) ΔMVRV(Market Value to Realized Value) Δ채굴자의 포지션 변화 등을 통해 온체인 지표 상 '비트코인이 상승장을 이어나갈 여력이 남아있다'고 결론 내렸다.
SOPR이란 암호화폐가 전송되었을 때 그 암호화폐가 바로 직전에 전송된 시점의 가격과 전송이 이루어졌을 때의 가격의 비율을 뜻한다. SOPR이 1보다 클 때 비트코인 보유자는 '수익'을 내고 있음을, 1일 때는 '본전'을 나타내고 있음을, 1보다 낮을 때 '손해'를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 SOPR을 살펴보면 상승장에서는 SOPR은 1보다 높은 상태를 유지했고, 상승장이 하락장으로 바뀌면 1아래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7년 말~2018년 초에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는데 당시 SOPR은 상승과 조정을 반복하며 진폭이 커지다 12월 그 버블이 터졌다.
고팍스와 조재우 교수는 이번 SOPR의 패턴은 그때와 사뭇 다르다고 평가한다. 고팍스는 "진폭을 키우던 SOPR이 2021년 1월 최고점을 찍고 그 이후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났다"며 "지난 1월 상승이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급격했고 현재 과열된 시장을 식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6월~7월쯤 강세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밝혔다.
고팍스와 조재우 교수는 MVRV도 주목했다. MVRV는 암호화폐가 블록체인에서 이동한 시점에서 목격된 '가격의 평균'과 '현재 시가총액'의 비율이다. MVRV가 높다는 것은 비트코인의 현재 거래가격이 투자자들에게 체감되는 가격보다 높다는 뜻으로, 고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MVRV를 단기투자자에 초점을 맞춰 보면 과거 고점에서는 모두 2.0 이상을 기록했다. MVRV는 암호화폐가 상승장에서 조정 국면을 맞을 때마다 1.0 이하로 내려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팍스와 조재우 교수는 "2020년 9월 이후 처음으로 단기투자자 MVRV가 1.0 이하로 내려왔으나 그 최대수치는 올해 1월의 1.77로 2.0까지 도달하지 못했다"며 "(이는 암호화폐 투자시장에) 과열은 있었으나 버블이 터질 정도는 아니었고 앞으로 상승장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비트코인이 아닌 알트코인을 투자하고 있고 커뮤니티 여론의 상당 부분을 단기투자자들이 주도한다는 점 때문에 (비트코인이 상승장을 이어나갈 것이란 연구결과와 달리) 국내 시장과 암호화폐 커뮤니티에는 비관론이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상황은 단기투자자들은 평균적으로 손실을 보고 있으나 장기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으며 아직 시장에 추가적으로 유동성이 들어올 여지도 많이 남아 있다"며 "과거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상승장의 버블이 터지기 위한 가장 중요한 트리거(도화선)는 단기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높은 이익을 얻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측은 "올해 초 이 조건(단기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높은 이익을 얻는 것)을 만족할 뻔한 위기가 잠깐 있었지만 시장은 이를 무사히 넘겼고 시장이 충분히 식은 지금 우리는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서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채굴자들이 수력발전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여름은 전통적으로 암호화폐의 성수기이다. 현재 중국 채굴자들은 내몽골, 신장 등지에서 사천성으로 이주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일시적으로 채굴해시가 하락했다"며 "그러나 6월 초 이주가 거의 완료되고 6월 중순 비트코인의 업그레이드인 탭루트(Taproot)가 결정되면 비트코인은 새로운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