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퇴행성 뇌질환인 치매를 불치병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발병 원인에 따라 치료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 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 질환의 경우 아직 근본적인 치료가 힘들지만 치매 증상을 일으키는 다른 질환 중 치료가 가능한 질병도 있기 때문이다.
이학영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2일 "의학적으로 '치매'라는 말은 뇌에 생길 수 있는 여러 종류의 병으로 인해 느끼고 기억하고 판단하는 등의 뇌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 '상태'를 일컫는 말"이라며 "치매 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는 뇌의 질환은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치료가 가능한 치매의 원인질환에는 수두증이나 뇌출혈, 뇌의 염증과 같이 뇌에 발생하는 병이나 호르몬 이상, 영양소 결핍, 대사 장애 등 뇌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과적인 질환이 있다.
가령 특정 영양소가 결핍된 것이 확인된 경우 이에 대한 치료를 하면 인지기능이 호전될 수 있다. 뇌에 물이 차는 수두증도 제대로 치료를 받으면 인지기능이 개선된다.
이학영 교수는 "치매 상태의 환자를 평가할 때는 치료가 가능한 원인질환이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것이 첫 번째 확인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퇴행성 뇌질환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 중 가장 대표적이고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알츠하이머병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치매 증상 중 깜빡깜빡하는 기억장애를 시작으로 점차 악화되는 증상은 알츠하이머병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의 경우 초기에 기억력 저하 등 인지장애 외에 움직임 등의 다른 증상은 대개 관찰되지 않는다.
따라서 동작이 느려지거나 손과 발이 떨리거나 움찔거리는 등의 운동장애 같은 신경학적 이상이 동반될 경우 알츠하이머병보다는 다른 원인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일상생활 중 손떨림, 동작의 느려짐, 움찍거림 등 나타나면 신경과에서 확인해야
기억력, 지남력, 시공간능력, 언어능력 등 인지기능이 점차 나빠진다면 병원을 찾아 진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동작이 느려지거나 손떨림, 움찔거림 등의 움직임 이상이 있을 때도 신경과의 진료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인 질환의 종류에 따라서는 성격이 변하거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등의 증상이 두드러지거나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우울감 등이 드는 정신증상이 초기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와 같은 없던 증상이 발생하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치매, 약물로 인지기능 호전 가능…초기부터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
치매 판정을 받았다면 환자나 보호자가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직 없다는 것이지 치료가 안되거나 방치해도 좋다는 것이 아니다.
현재 치매의 치료약으로 과학적으로 인정받은 약물을 사용하면 기억력 등 환자의 인지기능이 어느 정도 호전될 수 있다. 비록 약물치료 후 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인지기능이 점차 악화되는 경과를 보이지만 현재 남아있는 뇌 기능을 북돋고 최대한 잘 유지해 독립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돕는다.
이학영 교수는 "이런 점을 환자와 보호자가 잘 이해하고 초기부터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