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현대중공업, 변호사 채용하고 해고했다가 날벼락

열받은 변호사 법으로 해결

2021.03.09 13:19  
대법원 전경.© 뉴스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회사가 근로자에게 해고를 통보하면서 통지서에 해고 사유를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면,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므로 위법한 해고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씨가 현대중공업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해고 대상자가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고 그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해고를 서면으로 통지하면서 해고사유를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면 이는 근로기준법 제27조에 위반한 해고통지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회사로부터 받은 해고통지서에는 해고사유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그런데도 원심은 A씨가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통지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잘못"이라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미국 변호사 자격이 있는 A씨는 2009년 11월 30일 현대중공업과 1년을 기간으로 정한 고용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2011년 3월8일 회사와 고용계약을 새로 체결하면서 근로계약의 종기를 따로 정하지 않았다.

이후 A씨가 매년 근무평가에서 계속 근로계약 연장기준 점수보다 낮은 점수를 받자, 현대중공업은 2015년 1월 19일 A씨에게 계약종료통지서를 교부했다.

이 통지서에는 '2011년 3월 8일 상호 체결한 고용계약 제2항의 규정에 의거 당사는 귀하와의 고용계약을 2015년 1월 23일부터 종료함을 통지합니다'라는 내용만 기재돼 있을뿐 계약종료의 사유나 별도 근거규정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통지서에 적힌 고용계약 제2항은 '근로계약 기간은 정함이 없고 회사가 A씨를 해고하려면 2개월전에 통보하거나 2개월분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해고가 위법하다며 위자료 3000만원 및 복직 시까지 매월 730만원의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회사가 실질적인 면담을 통해 A씨에게 해고사유를 알려주는 절차를 거쳤으므로 형식적으로 계약종료 통지서에 해고사유의 기재가 없다는 것만으로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2심도 "A씨는 자신의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해고가 위법하지 않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