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아버지와 언니의 희생을 딛고 연세대 의대에 합격한 가난한 학생의 글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0일 연세대학교 페이스북 커뮤니티인 '연세대 대나무숲'에 연세대 의대 새내기가 쓴 글이 "감동 그 자체다", "너무 울었다"는 등의 댓글이 13일 오전 9시30분 현재 1만1000개나 달렸다. 공유도 4200횟수를 넘겼다.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노래'의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수필가 김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속 "황후의 밥, 걸의의 찬~"이라는 글처럼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 5살 때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가 노동일로 두 딸을…초등학교 때 '가난' 실감
2020학년도 연세대 의대 정시에 합격, 의대생이 됐다는 학생 A씨은 "오늘 태어나서 처음 아웃백(스테이크 하우스)에 갔다"며 자신이 걸어온 길을 담담히 적어 나갔다.
A씨는 "내가 5살, 언니가 8살 되던 해, 엄마가 죽었다"며 "일용직 노동자, 소위 노가다꾼인 아빠는 딸 둘을 혼자 키우기 위해 피눈물을 흘렀지만 대가는 크지 않고 그냥 세 식구가 죽지 않고 살 정도였다"고 했다.
A씨는 "초등학교 짝의 집에 놀러 갔을 때 '집 벽에 곰팡이가 피지 않을 수 있단 것을', '신선한 과일이 준비되어 있을 수 있단 것을', '집에 미끄럼틀을 놓을 수 있단 것을', 내가 가난하다는 것을(알게 됐다)"고 어린 마음에 받았던 충격을 전했다.
◇ 전교1등, 아버지 다친 뒤 공부 포기…"어떻게든 공부시키겠다"는 언니 말에
A씨는 "언니는 집이 가난했기에 대학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집안을 위해) 상고를 갔다"며 자신을 위해 언니가 희생한 사실을 알렸다.
A씨는 "전교1등 등 중학교 시절을 ‘공부 잘 하는 아이’로 보낸 나는 지역에서 공부 잘 하기로 소문난 고등학교에 진학, 첫 시험에서 전교 2등을 했다"며 "학원 하나 안 다니고, 나라에서 주는 돈으로 문제집 야금야금 사서 전교 2등을 했다는 자부심이 컸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아빠가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나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됐고 난 더 이상 공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 엄청 울었다"고 힘든 고비가 왔다고 했다.
그 때 "언니가 안아주면서 ' 어떻게든 언니가 돈 벌어올 테니, 너는 공부 해서 개천에서 용 한번 제대로 나 보라'고(했다)"며 "언니가 너무 고마웠고 너무 미안해서 죽을 지경으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 아빠가 만든 김치볶음밥 들고 수능장, 단 2문제 틀려…아빠가 "못난 애비 밑에서 잘 커줘서 너무 미안하다고 엉엉 울어"
"죽어라 공부만 했다"는 A씨는 "아빠가 싸준 기름범벅 김치볶음밥을 싸들고 수능장으로 갔고 집에 돌아가 가채점을 한 결과, 국어 2점짜리, 지구과학 2점짜리에 X표가 쳐져있는 가채점표를 붙들고 온 가족이 목놓아 울었다"고 했다.
A씨는 "아빠가 언니와 나에게 '그렇게 가자고 조르던 아웃백 한 번 못 데려다 준 못난 아비 밑에서 잘 커줘서 너무 미안하다고 엉엉 울었다"고 했다.
◇ 연대 의대 합격뒤 과외로 번 돈 아빠와 언니에게…온 가족이 처음 아웃백에 가 울면서 다 먹었다
정시로 연세 의대에 합격한 A씨는 "현역 정시 연의라는 여섯 글자가 참 대단했다"며 "근 세달 열심히 과외해서 밀린 월세 300만원을 갚고도 400만원이 남아 나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친 언니와 아빠에게 반반 나눠 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오늘, 아빠가 아웃백을, 그것도 4인 랍스터 세트로 사주셨다"며 "언니와 내가 스파게티와 스테이크와 랍스터까지 먹는 모습을 본 아빠가 울었고 (그 모습에) 나랑 언니도 또 울었다"고 했다.
"울면서 4인 세트의 모든 음식을 다 먹었고 배가 찢어지게 부를 때까지 음식을 먹어 본 것은 처음이다"고 한 A씨는 "아빠와 언니에게 아웃백에 가서 4인 랍스터 세트를 시켜 먹을 수 있는 인생을 선물해 주기로(결심했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