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리얼돌, 어디까지가 불법인가요?"

명확한 리얼돌 규제 규정 없어.. 새로 국회 상정된 법안 기준도 모호

2019.11.14 12:57  
[파이낸셜뉴스] ※ 편집자주= “다들 하는 일이잖아요” “법이 현실과 맞지 않아요”…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살아가며 불법을 마주합니다. 악법도 법일까요? ‘무법자들’은 우리 사회의 공공연한 불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지난 6월 27일 대법원은 성인용 전신인형(리얼돌)의 국내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성인용품업체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성기구의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달라”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게시됐다. 해당 청원은 20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이들은 인간의 존엄성 훼손, 여성의 성적대상화 등을 근거로 들며 리얼돌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찬반 논란이 거세졌지만 국내 법체계에는 여전히 리얼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대법원 판결 4개월이 지난 지금도 리얼돌 불법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 명확한 규제 조항 부재.. "재판 절차 통해 사법적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수입 신고된 리얼돌은 총 267건이다. 하지만 관세청은 위의 한 건을 제외한 266개 제품들의 통관을 모두 불허했다.

대법원 판결에도 통관 불허가 이어지는 이유는 규제 조항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명확한 조항이 없는 가운데 국민 여론을 거스르며 통관을 허용하는 것은 관세청 입장에서 큰 부담일 수 있다.

김영문 관세청장은 11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판결이 났으면 그와 유사한 사건들은 통관 허용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국민 정서가 많이 바뀌었기에 현재로서는 통관 금지를 유지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전윤정 입법조사관은 "국내 법규에서 성인용 전신인형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이를 제제하기 위해서는 재판절차를 통해 사법적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리얼돌 통관소송에서 승소한 수입 업체인 부르르닷컴의 이상진 대표는 "현재 판매중인 다른 인형들도 재판에서 이긴 모델과 재질, 외형, 묘사 부분에서 거의 유사한 제품들이기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시간이 좀 걸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원칙대로 통관 절차가 진행 중이다"라고 전했다.

■ 국회 '아동 리얼돌 규제 법안' 상정됐지만 논란 소지 여전


한편 국회에서는 아동 형상의 리얼돌을 규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지난 6일 여가위에서 상정됐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불거졌다.

정인화 의원이 지난 8월 대표 발의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아동신체형상기구를 '성적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아동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장난감∙인형 등의 물품'(동법 제2조 제5호의2 신설)으로 규정했다. 만일 아동 리얼돌을 제작∙수입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영리를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 등(동법 제11조의 2 신설)의 내용도 신설될 예정이다.

다만 개정안에서 제시한 ‘명백한 아동’의 기준을 규정하는 것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인화 의원실은 “아동으로 명백하게 인식한다는 조항이란 앞선 판례를 상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4년 “외모나 신체발육 상태, 영상물의 출처나 제작 경위 등에 대해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외관상 의심의 여지없이 명백하게 아동ㆍ청소년으로 인식되는 경우여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다만 이상진 대표는 "캐나다, 노르웨이, 미국 일부 주 등에서 제재 규정을 두고 있다. 보통 120~125cm의 명확한 아이 모습을 한 인형"이라며 "이번 입법에 있어서도 기준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에서 입법처의 진중한 고민이나 토의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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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xin@fnnews.com 정호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