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극본 김선희/ 연출 김정현)가 지난 9일 8회 전편 공개를 마쳤다. '하이퍼나이프'는 과거 촉망받는 천재 의사였던 세옥(박은빈 분)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설경구 분)와 재회하며 펼치는 치열한 대립을 그린 메디컬 스릴러다.
설경구는 극 중 연신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 최덕희 역을 연기했다. 겉으로는 존경받는 세계적 명의이지만, 내면에는 잔인한 살인자의 본능을 가진 인물이다. 자신처럼 수술에는 뛰어난 재능이 있지만 살인자의 본능을 자제하지 못하는 세옥을 거칠게 몰아세우며 제자로 키우려 하는 이중적인 성격의 캐릭터이기도 하다.
설경구는 악역과 선역의 경계를 철저히 무너뜨리는 덕희 역을 자신만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탄탄하게 그려내면서 많은 시청자들이 '하이퍼나이프'에 빠져들게 했다. 특히 악성종양이 생겨 나날이 병세가 심해지는 인물을 그리기 위해 10㎏ 이상의 몸무게를 감량하며 열정을 불태웠다.
이런 가운데, 설경구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을 만나 '하이퍼나이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다시 한번 '미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설경구가 풀어내는 '하이퍼나이프'의 뒷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봤다.
<【N인터뷰】 ②에 이어>
-그간 사제 관계를 다룬 드라마 적었는데 가장 새로웠던 부분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외형적으로는 둘 다 비정상적인 캐릭터여서 그게 제목의 '하이퍼'와도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인물들이 아닌 캐릭터들의 충돌이 신선했다. 공격적인 아이가 선생을 물리적으로 공격한다. 그걸 받아들이는 선생 또한 분노하지 않는다. 저도 맞으면서 후련하더라. 계속 두들겨 맞는데 뭔가 저도 후련함이 있었다. 맞으면서 저도 '편하게 때리라'고 했다. 대한민국에서는 유교 관념이 남아있어서 말도 안 되는 일인데, 그런 선을 넘는 사제관계였다. 제 어렸을 적 학창 시절의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만 뭔가 후련함이 있었다.(웃음)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박은빈과는 어떤 대화를 나눴나.
▶많은 작품을 하면서 '이렇게 상대배우와 많은 대화를 한 적이 있을까' 할 정도로 대화를 많이 했다. 작품에 대한 대화도 있겠지만 사소한 것도 다 얘기했다. 박은빈 씨 덕분이었다. 저는 제가 먼저 전화하는 성격이 아니라 그러지 못하는데 박은빈 씨가 되게 고맙게 먼저 와서 사소한 얘기부터 작품 얘기를 엄청 많이 했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좋은 시간이었다. 뭔가 궁금한 게 많은 후배 같다고 생각했다. 또 작품이 가는 방향을 같이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칫 이게 다른 쪽으로 흘러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는데 같이 생각을 공유하면서 잘 촬영하며 끌어갔던 것 같다.
-어떤 다른 쪽으로 흘러가는 걸 걱정했던 건가.
▶덕희와 세옥이 빌런들이다. 그들을 잡으러 오는 양 경감도 있고, 그래서 자칫 수사극이 되면 안 된다는 염려가 있었다. 그런 생각을 같이 공유했었다. 사제 관계에 대한 작품으로 마무리됐으면 좋겠는데 자칫 수사극처럼 되면 작품의 결이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었다. 그걸 서로 공유했던 것 같다.
-덕희가 시종일관 세옥을 위하는데 어떤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한 거라고 생각하나.
▶데칼코마니 같은 끌림이지 않았을까 싶다. 또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아니었나 싶다. 세옥은 덕희가 유일하게 곁에 둔 제자다. 그리고 얘의 실력에 대한 건 속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았나 싶다. 또 한편으로는 나를 보는 느낌도 있었을 것 같다.
-설경구 박은빈의 연기 파티라는 평가도 있었는데, 박은빈의 연기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나.
▶저는 '하이퍼나이프'를 하게 된 계기가 요즘 영화나 OTT 대본들이 다 귀해서 대본이 오니 반가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박은빈 씨가 확정은 아니었지만 대본을 봤다고 했을 때 되게 궁금했다. '저런 배우라면 가능하겠다'가 아니라 '박은빈 씨가 이걸?'이라고 상상해 보니 재밌겠더라. 의외인 지점도 있어서 재밌겠다 깊었다. 본인도 선한 역만 하다가 악역에 대한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 준비도 많이 해와서 재밌게 찍었다. 리허설을 많이 안 하고 슛 가면서 맞춰 갔던 것 같은데, 케미스트리가 잘 맞았던 것 같다. 서로 약속한 게 거의 없고 슛 가면서 맞춰 갔다. 되게 고맙고 감사하게 잘 맞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