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외면당한 '백설공주'…강박적 PC의 예견된 흥행 참패

입력 2025.03.27 17:10수정 2025.03.27 17:10
[기자의 눈] 끝내 외면당한 '백설공주'…강박적 PC의 예견된 흥행 참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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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디즈니 실사 영화 '백설공주'가 박스오피스 차트 아웃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19일 국내 개봉 일주일만이다. 지난 26일까지 누적 관객 약 14만 명으로, 투입된 대규모 제작비 2억 7000만 달러(약 3920억 원)가 무색할 정도다.

'백설공주'(감독 마크 웹)는 '백설공주'(레이첼 지글러 분)가 악한 '여왕'(갤 가돗 분)에게 빼앗긴 왕국을 되찾기 위해 선한 마음과 용기로 맞서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뮤지컬 영화다. 1937년 나온 디즈니 첫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세계 최초의 풀 컬러 극장용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원작이다.

기대가 클 법도 했지만, 개봉 전부터 반발이 거셌다. 이번 작품도 디즈니의 강박적 PC주의(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옳바름·이하 PC)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흥행 실패를 어느 정도 예견했던 배경이다.

원작 주인공은 독일 출신이지만, 라틴계 배우인 레이첼 지글러를 발탁했다. 이는 캐릭터의 고유의 미적 특성과 원작 등장인물의 전통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특히 원작의 '백설'이란 의미가 상징하는 바도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영문 제목은 '흰 눈'을 뜻하는 '스노 화이트'(Snow White)로, 국내에서 불리는 '백설'이라는 이름은 단순히 피부 색깔을 의미하지 하지 않는다. 악한 여왕과 대비되는 순수하고 무결한 존재로도 해석되는 만큼, 선과 악의 대립을 두드러지게 하는 상징이기도 했다.

영화는 주인공의 이름과 제목인 '백설공주'의 뜻을 '거친 눈보라를 뚫고 태어난 아이'라고 바꿨다. 외모의 아름다움 대신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왕자를 기다리는 대신 남성 캐릭터를 조력자로 두고 직접 왕비와 대립하는 능동적인 변화도 시도하긴 했다. 하지만 북미에서도 지난 21일 개봉 뒤 25일까지 4872만 2185달러(약 713억 원), 북미 이외 국가에서 4390만 7066달러(약 643억 원), 전 세계 9262만 9251달러(약 1357억 원)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흥행 실패 이유로는 디즈니가 PC를 다루는 방식이 가장 문제로 꼽히고 있다. 앞서 디즈니는 과도한 PC를 시도한 '인어공주'로 이미 큰 실패를 맛봤다. 붉은색 머리를 가진 에리얼을 흑인 배우인 핼리 베일리를 발탁했고, 캐스팅 논란을 상쇄할 만한 연기력과 작품성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강박적이고 기계적인 PC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이번 역시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는 과정에서 PC가 작품에 꼭 필요한 변화인지 고려하지 않았다.

인종을 바꾸고 여성을 주체적이고 강한 존재로 묘사하는 단순 구색 맞추기 식의 변화가 대중의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오판은 여론의 불필요한 소모전만 불러온다. 포용성을 추구한다면, 최근 관객들이 디즈니 콘텐츠를 논쟁적으로 소비하게 된 양상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디즈니 CEO 밥 아이거는 지난 2023년 11월 뉴욕타임스가 주최한 포럼에서 "제작자들은 가장 중요한 목표가 무엇인지 잊었다"며 "우린 먼저 대중을 즐겁게 해야 한다,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라고 말했다.

적절한 PC 실행 방식과 시장에 대응하는 성공적인 전략은 멀리 있지 않다.
밥 아이거가 성공의 예로 든 '블랙펜서'부터 흥행에 성공한 '알라딘' '미녀와 야수' 등 작품에 답이 있다.

영화의 본질은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는 데 있다. 메시지 주입에 급급해 정작 중요한 본질을 간과했던 패착이 향후 디즈니 영화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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