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패니즈 브렉퍼스트 式 '마의 산'…"정규 4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등반"

입력 2025.03.19 18:01수정 2025.03.19 18:01
한국계 美 싱송라 겸 작가 미셸 '정미' 자우너 1인 밴드 오는 21일 새 정규 '포 멜랑콜리 브루넷츠 (& 새드 위민)' 발매 신화·그림 등에서 영감 받은 성공 뒤에 숨은 아이러니 노래 4월 美 코첼라·6월 韓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출연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式 '마의 산'…"정규 4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등반"
[뉴욕=AP/뉴시스] 2023년 5월1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3 펜 아메리카 리터러리 갈라'에 참석한 미셸 자우너.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한국계 미국 싱어송라이터 겸 작가 미셸 '정미' 자우너(36)는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노래가 그녀를 부른다는 것이 더 적확한 표현이다. 삶이 빚어낸 음률이기 때문이다.

미국인 아버지·한국인 어머니를 뒀다. 서울에서 태어나 한 살 때 미국으로 이민갔다. 그녀의 미들네임 '정미'는 모친인 고(故) 이정미 씨 이름이다.

미국 음악 신(scene) 혹은 한국 음악 신이 처음 경험하는 주체인 그녀는 국적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만들어진 선율과 박자들, 슬픈 분노와 거친 기쁨이 뒤엉켜 있는 정서들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자신의 1인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 정규 3집 '주빌리(Jubilee)'(2021)로 그래미 신인상 후보에 오른 자우너의 복잡하고 오묘한 정체성이 연대표처럼 오선지에 찍혀 있다.

어릴 때부터 즐겨 들은 미국 인디 밴드부터 엄마와 이모들이 노래방에서 즐겨 부른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이 작곡한 펄시스터즈·김정미 노래들은 보석처럼 그녀의 마음에 송송 박혀 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그녀 글에서도 혼합된 정체성의 뿌리가 확인 가능하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이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추천한 에세이 'H마트에서 울다'(문학동네가 번역해 국내 출간)가 그렇다. 엄마가 암 투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한인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 요리해 먹다 엄마와 추억을 되찾는 이야기. 엄마를 둔 이들, 그러니까 책을 읽은 이들 모두가 그녀와 공명했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가 4년 만인 오는 21일 발매하는 정규 앨범 '포 멜랑콜리 브루넷츠 (& 새드 위민)(For Melancholy Brunettes (& sad women))'(우울한 갈색머리와 슬픈 여인들)는 그녀가 겪고 생각한 정경들의 압축판이다.

이번 앨범은 정규 4집이지만,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첫 정식 스튜디오 앨범이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지난 10년 동안 창고, 트레일러, 다락 등 전문적인 녹음 스튜디오가 아닌 공간들에서 자체적으로 앨범을 녹음해왔다.

이번 앨범은 전작과는 방식부터 다르게 제작됐다. 플리트우드 맥(Fleetwood Mac), 네버마인드(Nevermind) 등 수많은 명반을 작업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전설적인 스튜디오 사운드 시티(Sound City)에서 녹음했다. 그래미 수상자이자 밥 딜런(Bob Dylan), 피오나 애플(Fiona Apple) 등과 협업해온 유명 프로듀서 블레이크 밀스(Blake Mills)가 프로듀싱을 맡았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式 '마의 산'…"정규 4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등반"
[서울=뉴시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사진 = Pak Bae 제공) 2025.02.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자우너는 이번 앨범에서 전작 '주빌리'의 명랑한 분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죽음으로 몰고 가는 느낌"인 성공 뒤에 숨은 아이러니를 이야기한다. 성공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하기 위해 이카루스 신화 등 우리에게 친숙한 비극적 서사를 앨범의 중심 주제로 삼는다. 각 트랙의 주인공이 되는 인물들은 유혹과 배신, 질투, 욕심에 대한 대가 등 다양한 일들을 겪으며 앨범에 대한 몰입감을 강화한다.

이 모든 건 자우너의 음악사를 관류하는 근원적 기질이다. 다양한 감정들의 등고선(等高線)이 곧 그녀의 음악 넓이다.

자우너는 지난해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에서 거주하며 크고 작은 무대를 통해 국내 팬들과도 꾸준한 만남을 가져왔다. 약 1년 간의 서울 생활을 마치고 막 미국으로 돌아갔다. 앨범 발표와 함께 내달 미국을 대표하는 뮤직 페스티벌 '코첼라 밸리 뮤직 & 아트 페스티벌', 오는 6월 13~15일 강원 철원군 고석정 일대에서 펼쳐지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25' 등 전 세계를 돈다.

다음은 앨범 발매 직전 자우너와 서면을 통해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번 앨범 첫 싱글 '올란도 인 러브(Orlando in Love)'는 훌륭한 노래입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시인 마테오 마리아 보이아르도(Matteo Maria Boiardo)의 미완성 서사시 '올란도 인나모라토(Orlando Innamorato)'에서 모티브를 받은 곡이죠. 이 노래에서 영감을 받은 다른 대중음악을 찾기는 어려웠어요. 이 시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와 닿았나요? 프랑스의 이탈리아 침공으로 인해 시 쓰기가 중단된 사실도 이 시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쳤나요?

"처음에는 존 치버(John Cheever)의 '더 월드 오브 애플스(The World of Apples)'라는 책을 읽고 '올란도 인나모라토'에 대해 알게 됐어요. 제목과 68.5칸토(cantos·장편시의 한 부분)라는 사실에 매료됐죠. 시의 완성이 침략으로 인해 중단됐다는 사실 또한 (토마스 만의) '마의 산'(The Magic Mountain)의 결말을 떠올리게 했고, 저만의 낭만적이고 다소 어리석은 주인공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이번 앨범을 만들 때 고딕과 낭만주의 문학을 많이 읽었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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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사진 = Pak Bae 제공) 2025.01.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저는 '주빌리'를 발매한 직후부터 다음 앨범은 더 어둡고 섬뜩하게 만들고 싶어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앨범을 만들기 전 이런 생각에 도움을 줄 문학 작품들을 더 많이 읽으려고 노력했어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Jane Eyre)',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고등학교 때 이런 텍스트들을 많이 놓쳤는데, 이번에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제인 에어'가 특히 좋았습니다.

-이번 작품의 방향성은 '어두운 질감의 우울함'으로 잡았습니다. 이런 설정이 궁극적으로 '기쁨에 대한 앨범'을 만드는 데 흥미로운 경로였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3년 동안 기쁨에 대한 앨범으로 활동한 후 새롭고 예상치 못한 주제를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면에선 제 슬픔의 완전한 순환이 반영된 거죠. '주빌리'가 기쁨을 느끼도록 허락하는 것에 대한 앨범이었다면, '포 멜랑콜리 브루넷츠 (& 새드 위민)'는 마침내 새로운 것에 대해 다시 슬퍼할 수 있게 해주는 앨범으로 해석될 수 있어요. 후자는 지금 제가 처한 감정 상태를 솔직하게 반영했죠. 다만 폭력적인 슬픔이 아니라, 삶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우울한 상태입니다."

-이번 앨범은 당신의 첫 정식 스튜디오 앨범이죠. 이전 앨범들과 가장 큰 작업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기타에 더 집중한 앨범을 발매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기타의 어떤 사운드와 감정이 당신을 끌어들였나요?

"'주빌리'는 너무 큰 편곡 중심이라, 라이브 무대에서 기타리스트로서 제겐 공간이 많지 않았어요. 기타 연주가 정말 그리워 매일 밤 기타를 연주할 수 있고, 기타 기교를 개발하고 뽐낼 수 있는 앨범을 쓰고 싶었죠. 기타가 작곡에 대한 제 첫인상이었기 때문에, 제겐 기타가 가장 개인적이고 친밀하게 느껴져요. 그런 느낌을 담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앨범은 항상 문학적이었지만, 이번 앨범의 문학성은 더 다채로워졌어요. 특히, 당신이 이미 요약했듯이 '너무 많은 것을 원해서 벌을 받는 사람들'에 대한 단편 소설 모음집 같았어요. 테마만 들었을 때는 사운드가 차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들어보니 사운드가 들뜬 분위기였어요. 이게 당신이 의도한 우울함인가요?

"사실 저는 더 거칠고 소름 돋는 앨범을 만들려고 했지만, 모든 노래가 우울함이나 약간의 섬뜩함이라는 테마로 엮여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이 꽤 사색적이고 엄청나게 슬프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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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AP/뉴시스] 2022년 9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오스틴 시티 리미츠 뮤직 페스티벌(Austin City Limits Music Festival)'에 참여한 미셸 자우너.
-'히어 이즈 섬원(Here is Someone)'은 메시지와 사운드 모두 휴식과 이완,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노래처럼 들렸습니다. 이 노래를 쓴 후, 당신의 실제 삶은 당신이 바랐던 대로 됐나요?

"사실 그렇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잠깐 살기 위해 1년 동안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는 것을 밴드에 알리기까지 두려웠던 것에 대한 노래를 썼어요. 밴드 멤버들이 불쾌할까 봐 매우 두려웠지만, 그들은 모두 엄청나게 지지해줬습니다. 한국에서 머무는 기간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해 중 하나였습니다. 절실히 필요한 휴식이었고, 이제 다시 일터로 돌아가 즐길 수 있게 됐죠."

-메인 트랙 '픽처 윈도(Picture Window)'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해 노래하는 당신 음악의 본질을 담고 있는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불안이 많은 사람이 불안이 없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는 전제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영화 제목인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를 인용해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불안은 당신의 영혼을 잠식하나요? 저는 당신에겐 이 말이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당신의 영혼이 불안을 통제한다고 생각합니다. 불안과 상처에 대해 솔직한 사람이 영혼이 건강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당신이 그런 사람 중 한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불안이 제 영혼을 잠식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생각해왔어요. 불안을 가라앉힐 수 있다면 제 인생이 훨씬 수월해질 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 건강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더 온화한 영혼을 가진 사람에게 사랑받는 건 도움이 돼요. 훨씬 더 냉정하고 일관성을 갖게 되겠죠. 물론 때로는 좌절스러울 수도 있어요. 제가 노래에서 탐구하고자 했던 바가 바로 그것이에요. 흥미롭네요. 전 '알리: 피어 이츠 더 솔(Ali: Fear Eats the Soul)'('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의 원제 'Angst Essen Seele Auf'를 영어 제목)을 정말 좋아했어요. 대학 때 그 영화를 봤기 때문에 내용이 노래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아요."

-'멘 인 바스(Men in Bars)'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에요. 가슴 아픈 사운드와 아름다운 하모니로 전개되는 이중 구조가 마음에 들어요. 케니 로저스(Kenny Rogers)의 '루비 돈트 테이크 유어 러브 투 타운(Ruby Don't Take Your Love to Town)'과 같은 살인 발라드와 남자와 여자가 서로 이야기하는 멋진 듀엣곡을 쓰겠다는 의도가 완전히 실현됐다고 저는 들었습니다. 당신이 의도한 대로 곡이 나왔다고 생각하나요?

"원래 이 곡은 밴드 '크라잉(Crying)'의 친구 라이언 갤러웨이(Ryan Galloway)'와 함께 만든 EP에 포함시켰지만 악기 연주가 더 적고 우울했으며, 제가 의도한 만큼의 임팩트가 없었던 것 같아요. 밴드가 라이브로 시연했을 때, 우리는 좀 더 컨트리적인 버전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앨범의 테마에 정말 잘 맞아 이 스타일로 다시 녹음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또한 마침내 녹음에서 듀엣으로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제프 브리지스(Jeff Bridges)가 참여하게 돼 정말 좋았어요. 결국 제가 원하던 대로 정말 잘 표현됐어요."

-'윈터 인(Winter in) LA'는 LA에서 앨범을 녹음할 때 쓴 곡이라고요. 겨울의 창고에서 녹음했던 이전과 다른 환경에 놓였다고 앞서 설명하셨는데, 다시 LA에서 녹음해야 한다면 그럴 의향이 있나요? 아니면 다른 지역 스튜디오를 찾고 싶나요?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式 '마의 산'…"정규 4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등반"
[인천=뉴시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미셸 자우너. 2022.08.06. (사진 =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사무국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실 몇 주 전에 LA를 방문했는데 놀랍게도 정말 즐거웠어요. 앨범을 녹음하거나 무언가를 만들 때는 왜 이렇게 기분이 상하고 괴로운지 모르겠어요. 다음 앨범을 작업할 때, 그곳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 괜찮지만, 한 번의 긴 기간보다는 여러 번의 걸쳐 머무는 게 더 좋을 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앞서 LA에 대해 언급하시면서 닐 영, 조니 미철, '크로스비, 스틸스, 내시 & 영(Crosby, Stills, Nash & Young)' 같은 뮤지션들이 LA에서 창작할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이유를 알아냈나요?

"저희는 각자 기질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다른 것에서 영감을 받죠. 시대가 달랐고, 문화도 그때는 꽤 달랐어요. LA는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보다 현재 무언가의 중심에 있는 것 같았어요."

-지금은 어디에 있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느 도시에서 쓰고 있어요? 그곳의 풍경을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요? 이 앨범에서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이번에는 공간과 음악, 그리고 작곡의 관계가 얼마나 가까웠나요?

"저는 지금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기차에 타고 있어요. 저는 유로스타의 프리미어 코치에 탔습니다. 치즈와 빵 그리고 맛있는 마멀레이드 타르트를 제공 받았죠. 40대 여성이 80대 어머니와 함께 맞은편에 앉아 있었습니다. 나이 든 여성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의지와는 어긋나는 방식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그녀의 딸은 어머니에게 매우 주의 깊고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말합니다. '가방을 들 때 도움을 받는 것을 너무 자랑스러워하지 않으려면 더 많이 먹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습니다. 어머니가 그리워졌어요. 그들의 관계가 매우 사랑스럽고 부러워서 도저히 엿들을 수 없습니다. 두 분은 서로 영어로 말하지만 프랑스어로 잘 주문합니다. 저는 이 앨범을 작업할 때, 뉴욕 북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생활을 보호 받고, 고독을 좋아하는 저는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조용한 집에서 지냅니다. 어린 시절의 집을 조금 떠올리게 하는 곳이 제겐 이상적인 글쓰기 공간이라고 느껴집니다. 저는 음악을 만들 때 보통 이런 환경에 놓여요. 하지만 어디에서나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은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2년 8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공연했을 당시 한국 언론과 라운드 인터뷰에서 '관성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미국에서도 아웃사이더이고 한국에서도 섞이지 못한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거였죠. 그래서 저만의 공간(space)을 만들어냈고, 저 스스로 그 공간을 만들어냈다는 걸 중요하게 여겼죠'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은 당신의 공간이 얼만큼 확장됐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말하고자 한 점은 한국이나 미국에서 진정한 소속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웃사이더라는 느낌은 제게 자극을 줬고, 궁극적으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절 찾아와 제 주변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함께 차지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게 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아웃사이더라고 느끼지만, 훨씬 덜 외롭습니다. 제 작품이 더 알려지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확실히 공간이 확장됐고 그건 좋은 느낌입니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式 '마의 산'…"정규 4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등반"
[인천=뉴시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미셸 자우너. 2022.08.06. (사진 =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사무국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에드가 드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등 같은 예술가의 그림이 당신의 예술영역 공간에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이 질문은 제겐 약간 어려워요. 드가의 '압생트'(처연하게 앉아 있는 여인이 묘사된 그림)는 꽤 우울하게 느껴집니다. 기발하고 낭만적인 프리드리히의 그림도 때로는 우울하죠. 그의 그림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Wanderer above the Sea of Fog)를 봤을 때, 제 '올란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란도 인 러브'의 주인공은 바닷가에 차를 주차했다가 세이렌의 노래에 유혹당해 물에 빠져 죽는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이미 말씀하신 준 것처럼 '마의 산(Magic Mountain)'은 이 앨범의 완벽한 마무리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토마스 만의 '마의 산(The Magic Mountain)'이 신체적 상승보단 정신적 상승을 다룬다고 생각하는데, 당신과 같은 아티스트들이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하죠. 이번 앨범 작업으로, 정신적 상승의 특이점에 도달했습니까?

"저는 종종 제가 하이킹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농담을 합니다. 마음속으로 산을 오르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게 훨씬 낫거든요. 제 프로젝트가 점점 더 커질수록, 책이든 앨범이든, 저는 종종 정신적으로 산을 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큰 프로젝트를 마칠 때마다 마치 산을 오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또 다른 큰 산이 있어서 바로 다시 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지치는 동시에 신나는 작업이며, 제 삶에서 약간의 고요함으로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균형 찾기 시도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이번 앨범이 제 최고의 작품이라고 믿습니다. 현재 제가 가장 좋아하는 등반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는 잔혹하거나 재앙적인 이야기를 읽고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읽고 들음으로써, 우리 마음 속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나쁜 생각이 자연스럽게 소멸될 거라 믿기 때문이죠. 신화를 읽고 그것에 영감을 얻어 작업한다는 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다시 말해, 당신에게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끔찍한 신화를 읽을 때 저는 마치 인간 본성의 기원적 사례를 목격한 것처럼 괴로움을 느낍니다. 저는 사람들이 수천 년 동안 폭력과 탐욕과 속임수를 행사해왔다는 것을 경계합니다. 신화는 흥미롭다고 생각해요. 신이 롤모델인 다른 종교와 달리 신은 모두 강력하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결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종종 도덕성 없이 제시됩니다. 그저 지켜보고, 괴로워해야 하죠. 제 이번 노래들도 그런 버전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결과는 현실에 더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제우스의 아내 헤라를 유혹하려다 그에게 영원히 돌아가는 바퀴에 묶이는 형벌을 받은 익시온과 같은 간통죄를 저지른 남자 대신, 꿀물 속의 아내는 남편 처벌을 위해 감정적으로 자신을 이용할 수 없게 만듭니다. 아들을 살해하고 결코 손이 닿지 않는 과일 근처에 있도록 선고받은 탄탈로스(Tanatlus) 대신, 어린 소녀의 주인공은 호텔 방에서 혼자 지내며 딸과의 관계를 잃게 만든 몇 가지 선택을 후회합니다. 제 생각에 이런 이야기에서 반드시 배울 것은 없습니다. 그저 전시된 우울한 상황일 뿐입니다."

-당신은 이전에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 선생님의 노래에 대한 애정을 보였습니다. K-팝이 아닌 한국 팝 음악 중에서 더 관심을 가진 노래나 뮤지션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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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미셸 자우너. 2022.08.06. (사진 =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사무국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저는 이상은과 이상희를 정말 좋아합니다. 장기하, 바밍타이거, 이민휘, 이랑, 봉제인간, 놀이도감, 실리카겔도요."

-한국에서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할 생각이 있습니까?

"작년에 이어 한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서울에서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떠날 준비를 하며 4일 동안 울었습니다. 아직 그곳에서 보낸 시간이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가 작년 초에 당신의 에세이 'H 마트에서 울다'를 추천했습니다. 이 책이 많은 사람, 특히 젊은 여성에게 공감을 얻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이 책은 딸과 어머니의 관계에 대한 내용입니다. 매우 보편적인 관계이고, 매우 긴장되고 개인적입니다. 많은 사람이 음식에 대한 특별하고 문화적 유대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안타깝게도 슬픔도 보편적인 주제입니다."

-이 책에서 한국 음식은 당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데 중요한 주제입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 이야기하고 싶은 새로운 음식을 접했나요?

"다른 인터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작년에 처음으로 평양냉면을 즐겼습니다. 콘서트 참여를 위해 여름에 또 가면 다시 먹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제주도의 전복 솥밥에 정말 반했는데, 버터를 많이 녹여 먹었습니다. 그 맛을 잊을 수 없어요. 요즘은 망원시장에서 사온 가래떡도 너무 그리워요. 옛날에는 구워서 참기름과 소금에 찍어 먹던 가래떡이요.(한국 사람들은 다들 꿀에 찍어먹는다고 말하지만, 제 한국 가족은 참기름에 찍어 먹습니다!)"

-미국 대형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 아츠 페스티벌'에도 출연합니다.

"제가 이 축제에 참여하는 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항상 너무 재밌어요. 음악가 친구들을 만나고 훌륭한 케이터링을 즐길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가장 역동적인 세트 리스트를 제공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앨범이 네 개나 된 것이 정말 기대돼요. 저희가 준비한 비주얼과 무대 연출은 정말 새롭고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 질문입니다. 예전에는 음악과 글쓰기로 작은 공간에서 혼자 치유하셨지만, 지금은 세상으로부터 많은 주목과 호평을 받으며 많은 사람을 치유하고 계십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겨난 과거와 현재의 이 간극이 이상하게 느껴지거나 흥미롭게 느껴지십니까?

"저는 제 작업을 통해 치유를 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정말 감사해요. 제가 말할 수 있는 분명한 건, 이 지점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영광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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